[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주식시장의 큰 손으로 불리는 외국인투자자가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을 13거래일 연속 순매수했다.
지난 7월 말 의무보호예수 이슈가 큰 탈 없이 지나간 데다 향후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투자자들이 몰린 것으로 파악된다.
▲ 외국인투자자가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을 13거래일 연속 순매수하고 있다. 사진은 배터리 전시회에 참여한 LG에너지솔루션.
10일 LG에너지솔루션 주가는 전날보다 0.11%(500원) 높은 45만8천 원에 장을 마쳤다. 전날보다 0.44%(2천 원) 낮은 45만5500원에 거래를 시작해 등락을 반복하다 장 후반 외국인투자자의 매수세에 힘입어 강보합 마감했다.
이날도 외국인투자자는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을 205억5370만 원어치 순매수했다. 개인투자자와 기관투자자가 각각 114억 원, 92억 원어치 순매도한 것과 대조된다.
외국인투자자는 지난 7월25일 이후 13거래일 연속 LG에너지솔루션 주식 순매수를 택했다. 올해 1월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한 이후 10거래일 넘게 외국인투자자의 매수가 이어진 건 처음이다.
외국인투자자들은 LG에너지솔루션의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걷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7월27일 LG에너지솔루션 전체 상장 주식 가운데 86.1%의 의무보호예수가 해제됐다. 업계의 우려와 달리 시장에서 기관투자자가 쏟아낸 주식 물량을 받아내며 오버행(언제든 쏟아져 나올 수 있는 잠재적 매도 물량) 이슈가 해소됐다.
이후 모회사인 LG화학이 당분간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을 매도하지 않겠다고 발표하며 7월28일 LG에너지솔루션 주가는 40만 원대로 올라섰다.
LG에너지솔루션의 하반기 성장 가능성도 투자심리에 불을 지폈다.
최근 미국 상원에서 인플레이션 완화법(IRA, Inflation Reduction Act)을 통과시켰는데 LG에너지솔루션이 이 법안으로 수혜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인플레이션 완화법은 에너지 안보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앞으로 10년 동안 신재생에너지산업 등에 3690억 달러(약 480조 원)를 투자한다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이 법안에는 전기차 구매자에게 최대 7500달러의 세금 혜택을 제공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지원 대상 전기차는 미국 및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일정비율 이상 생산된 배터리와 원자재를 탑재해야 한다. 중국제품을 쓰면 지원받을 수 없기 때문에 중국의 전기차 배터리 기업 CATL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은 이미 미국에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와 합작공장 건설을 추진하는 등 북미 3대 자동차 업체들과 협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이용옥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과 관련해 “7월27일이후로 그동안 우려 요인이었던 보호예수 물량도 해제되며 이제는 본업 성장에 주목할 시기다”며 “올해를 저점으로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확대될 전망이며 2023년부터 LG에너지솔루션이 CATL의 매출 증가율을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하자 시장에서는 하반기에도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투자자들의 매수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지나 달러화 강세가 누그러지면 위험선호심리가 확대돼 외국인투자자의 국내 주식시장 유입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한 7월 소비자 전망 설문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향후 1년의 기대인플레이션(경제주체들이 예상하는 미래의 물가상승률)이 지난달(6.8%)보다 낮은 6.2%로 집계됐다.
향후 3년 동안의 기대인플레이션율도 지난달(3.6%)보다 낮은 3.2%로, 5년 동안의 기대인플레이션율도 지난달(2.8%)보다 낮은 2.3%로 나타났다.
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한국 시각으로 10일 밤 발표되는데 이 수치가 오는 9월 예정된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금리인상폭 결정과 달러화 강세 기조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7월1일부터 8월10일까지 외국인투자자가 가장 많이 매수한 종목은 LG에너지솔루션이다.
외국인투자자는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을 7472억 원어치 순매수했는데 순매수 2위에 오른 삼성전자(4710원어치)보다 약 1.59배 많은 것이다.
이 기간 LG에너지솔루션 주가는 28.47%(10만1500원) 상승했다. 상장 이후 최저점을 찍은 7월4일(35만2천 원)을 기준으로 잡았을 때는 30.11%(10만6천 원) 높아졌다.
증권가에서는 외국인투자자의 ‘사자’ 흐름이 이어지면 LG에너지솔루션 주가가 50만 원까지 오를 수도 있다는 기대를 조심스레 내놓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주가는 2월9일 51만1천 원을 마지막으로 2월10일부터 8월10일까지 30만 원~40만 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올해 초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이 50만 원대에서 거래됐던 건 1월 말 코스피시장에 상장한 영향이 크다.
상반기의 각종 악재를 넘긴 상황에서 하반기에 LG에너지솔루션 주가가 다시 50만 원대로 올라선다면 그만큼 투자자들이 LG에너지솔루션의 실적개선을 확신한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의 목표주가를 50만 원 이상으로 제시했다. 60만 원이 넘은 곳도 있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 목표주가를 68만 원으로 제시했으며 정용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57만 원,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55만 원을 제시했다.
전혜영 다올투자증권 연구원과 전창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50만 원을 제시했으며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기존 50만5천 원에서 53만 원으로 목표주가를 높여 잡았다. 김서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