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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만 전자' 초입에 멈춰선 삼성전자, '칩4' 불확실성에 주가 발목 잡혔나

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 2022-08-07 16:2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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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 주가가 지난달 ‘6만 전자’를 회복한 뒤 좀처럼 상승세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올해 삼성전자 주가 하락을 이끈 외국인투자자가 돌아오고 있으나 기관투자자의 매도세가 주가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는 모양새다.
 
'6만 전자' 초입에 멈춰선 삼성전자, '칩4' 불확실성에 주가 발목 잡혔나
▲ 삼성전자 주가가 최근 들어 코스피 대비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공장.

미국 주도 반도체 공급망 협력체인 이른바 ‘칩4 동맹(’한국, 미국, 대만, 일본) 참여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삼성전자를 향한 기관투자자의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가는 7월22일 6만1300원에서 8월5일 6만1500원으로 최근 10거래일 동안 0.33%(200원)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2393.14에서 2490.80으로 4.08% 올랐다. 코스피지수는 이 기간 8월2일 하루를 제외한 9거래일 동안 오르며 6월13일 이후 약 2달 만에 2500선 회복을 눈앞에 뒀다.

삼성전자가 최근 상승장에서 소외됐다는 점은 시가총액 상위권에 있는 다른 종목의 주가 움직임과 비교해봐도 잘 나타난다.

시가총액 2위인 LG에너지솔루션 주가는 최근 10거래일 동안 16.75% 상승했다.

같은 기간 국내 화학주를 대표하는 LG화학 주가는 14.44%, 바이오주를 대표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7.96%, 기술주를 대표하는 네이버 주가는 6.80% 올랐다.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 가운데 SK하이닉스 주가만 1.50% 하락하며 삼성전자와 함께 부진한 수익률을 보였다.

삼성전자 주가는 6월 5만 원대로 떨어졌으나 7월 들어 2분기 단단한 실적, 미국 뉴욕증시 훈풍, 세계 반도체시장 수요 회복 기대감 등에 힘입어 주가가 빠르게 회복했다.

하지만 7월15일 약 한 달 만에 6만 원을 회복한 뒤에는 지금까지 이렇다 할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투자가가 돌아왔지만 기관투자가가 연일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도하는 점이 주가 상승의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7월 외국인투자자의 순매수 상위 종목 1위에 올랐다. 외국인투자자는 7월 한 달 동안 삼성전자 주식을 5461억 원어치 순매수하며 1월 이후 6개월 만에 ‘사자’로 돌아섰다.

외국인투자자는 8월 들어서도 삼성전자 주식 사자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외국인투자자는 지난 주(1~5일) 삼성전자 주식을 2596억 원어치 담았다. 삼성전자는 8월에도 외국인투자자 순매수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외국인투자자는 올해 2월부터 6월까지는 삼성전자 주식을 5개월 연속 순매도했다. 이 기간 삼성전자 주식 9조6천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는데 특히 6월에 가장 많은 3조6천억 원가량을 던지며 주가 하락을 이끌었다.

미국 뉴욕증시 훈풍이 외국인투자자의 투자심리 개선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5일 3053.39로 장을 마감했다. 7월1일 종가 2458.46과 비교해 약 한 달 사이 24.20% 올랐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미국의 긴축 속도 조절 가능성이 힘이 얻은 상황에서 대만 TSMC의 2분기 호실적, 미국의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기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6월 초 수준으로 빠르게 돌아갔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기관투자자는 삼성전자 주식을 최근 들어 계속 던지고 있다. 

기관투자자는 삼성전자 주식을 지난 주 3268억 원어치 순매도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주 기관투자자의 순매도 상위 종목 1위에 올랐다.

기관투자자의 삼성전자 주식 순매도는 7월 중순부터 이어지고 있다.

기관투자자는 7월1일~13일 1569억 원어치를 순매수하며 국내 주식 가운데 삼성전자를 가장 많이 담았으나 7월14일부터 29일까지는 6267억 원어치를 순매도하며 국내 주식 가운데 삼성전자를 가장 많이 던졌다.

기관투자자는 삼성전자 주가가 5만 원대에서 움직이던 6월 중순~7월 중순까지는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수하며 주가 하락을 방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두 달 전과 비교해 외국인투자자와 역할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볼 수 있다.

반도체산업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삼성전자에 대한 기관투자자의 투자심리를 꺾는 최대 요인으로 꼽힌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 의장이 대만과 한국, 일본을 연달아 찾은 뒤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기 위한 미국의 칩4 동맹 압박 강도는 한 단계 높아진 것으로 평가된다.

펠로시 의장은 대만에서 모리스 창 TSMC 창업자와 류더인 TSMC 회장을 만나고 일본에서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를 직접 만나 미국과 일본의 전반적 협력 기조를 강화했다.

한국에서는 윤석열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통해 반도체 협력을 이야기하긴 했으나 원론적 수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6만 전자' 초입에 멈춰선 삼성전자, '칩4' 불확실성에 주가 발목 잡혔나
▲ 차이잉원 대만 총통(앞줄 가운데)이 3일(현지시각) 대만을 찾은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앞줄 왼쪽 여섯 번째)를 만난 뒤 모리스 창 TSMC 창업자(오른쪽 다섯 번째) 등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차이잉원 페이스북>

한국이 미국의 요청대로 칩4 동맹에 가입한다면 삼성전자는 중국사업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의 주요 수요처일 뿐더러 핵심 생산기지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공장장서 전체 낸드플래시의 40% 가량을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칩4 동맹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삼성전자는 첨단 반도체 소재, 장비 등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일본은 반도체 장비분야 세계 1등, 미국은 시스템반도체 등 반도체 설계분야에서 독보적 기술력을 보유해 일본과 미국의 협력이 없다면 삼성전자는 지금의 경쟁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4일 펠로시 의장의 한국 방문 이후 페이스북을 통해 “반도체산업에서 미국이 건물주라면 우리는 그 건물에 입주해 장사하는 구조로 우리와 미국은 임차인과 임대인 관계라고 할 수 있다”며 “우리가 메모리반도체 분야 세계 최강자라고 하지만 이는 미국 일본과 ‘생태계 공생’ 속에서 이루어진 성과임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달 말까지 칩4 참여 여부를 결정할 것을 한국에 요구하고 있다. 그때까지 미국과 중국의 갈등에 따른 삼성전자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계속 고조될 수 있는 셈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4일 리포트에서 “칩4 동맹은 향후 10년 간 중국 투자를 제한하는 내용이 담겨 중국 견제 목적이 크다”며 “삼성전자는 지정학적 현실과 미국 현지 공장 건설에 따른 비용증가 등을 고려할 수밖에 없어 셈법이 복잡할 것이다”고 바라봤다.

나정환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 갈등의 중심에는 반도체산업이 있다”며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앞으로 미국의 반도체지원법안이 실제 최종 승인되거나 한국이 칩4에 공식 가입한다고 발표했을 때 더욱 커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한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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