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근 지지율 하락을 의식해 미국 경기침체 발생을 부인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
[비즈니스포스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역대 최저수준으로 떨어진 지지율을 방어하고 추가 하락을 막기 위해 미국 경기침체를 인정하지 않고 ‘눈 가리기’ 식의 대응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미국 경제성장률이 2개 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증시와 세계 경제에 악영향이 퍼지고 있는 상황에서 바이든 정부의 불분명한 태도로 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2일 “미국 정치권과 증권가에서 경기침체 발생 여부를 두고 열띤 논쟁이 펼쳐지고 있다”며 “미국 시민들은 이미 경기침체 영향을 체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연율 기준으로 1분기 -1.6%, 2분기 -0.9%를 기록하며 경기침체를 정의하는 기준인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경제성장률에 부합했다.
그러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경제지표가 나온 뒤 “아직 미국이 경기침체에 진입했다고 보지 않는다”며 인플레이션 완화 기조와 꾸준한 경제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경기침체를 선언하는 기준을 비영리단체인 전미경제연구소(NBER)의 판단에 맡긴다. 전미경제연구소는 경제성장률뿐 아니라 소비자 활동과 노동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경기침체 발생 여부를 파악한다.
아직 전미경제연구소 발표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경기침체를 부인하는 발언을 내놓은 점을 두고 정부가 경제상황을 안일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비영리단체 컨슈머리서치는 폭스뉴스를 통해 “경제성장률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며 “정부가 어떻게 말을 돌리더라도 소비자들은 일상에서 경제적 악영향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정부가 경제성장률 지표와 상반되는 태도를 보이면서 미국 주요 언론과 증권사들은 저마다 자체 해석이나 여러 지표를 종합해 경기침체 발생 여부에 해석을 내놓고 있다.
포브스는 미국 소비자활동과 기업 투자가 모두 위축되고 기업 구매지표와 고용지표, 인플레이션도 악화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경제상황이 좋다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반면 증권사 골드만삭스는 CNBC를 통해 소비재시장에서 거래가 활발하고 유가도 배럴당 100달러 선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으며 미국이 경기침체를 겪지 않고 있다고 바라봤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여러 유통업체들이 소비자 수요 감소에 따른 재고 증가로 고전하고 있지만 미국 내 생산공장 가동 상황은 양호한 수준으로 보인다며 판단을 유보했다.
이처럼 미국 경제 상황을 두고 여러 시각이 엇갈리는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이 긍정적 측면을 강조하는 점은 최근 지지율 흐름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분석된다.
갤럽이 진행한 7월 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이 처음으로 38%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취임 뒤 같은 기간을 기준으로 역대 미국 대통령들 가운데 가장 낮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기 대문이다.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인플레이션에 따른 유가 등 전반적 물가 상승과 미국 경기침체 진입 가능성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이 지지율 추가 하락을 막기 위해 미국 경기침체 발생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미국 주요 증권사들이 이미 사실상의 경기침체가 증시에 미칠 악영향 등을 예고하며 부정적 시각을 보이는 상황에서 바이든 정부의 대응은 눈 가리기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고개를 든다.
미국 경기침체 발생 여부는 미국 증시와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뿐 아니라 환율과 전 세계 증시 및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변수로 자리잡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정치적 이유 때문에 오히려 시장 불확실성을 키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미국 내셔널리뷰는 바이든 대통령이 국민들을 바보 취급하고 있다며 여러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주제를 두고 눈속임을 하는 일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CNN이 최근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64%의 응답자는 미국이 이미 경기침체에 진입했다고 생각한다는 답변을 내놓은 것으로 집계됐다.
결국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경기침체 발생을 인정하지 않더라도 꾸준한 하락세를 이어가는 지지율을 방어하거나 회복하는 데 큰 효과를 보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치권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에 더 적극적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야당인 공화당 소속의 릭 스콧 플로리다주 상원의원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바이든 정부가 경기침체의 정의를 바꿔내려 한다”며 현실을 회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정부와 여당인 민주당은 인플레이션 완화법 등 주요 법안을 추진하며 공화당 의원들의 찬성표를 얻어야 하는 만큼 경기침체 발생 논란을 두고 여론을 면밀하게 의식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고 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