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우 회장과 계열사 사장단, 그리고 전임원이 참석한 그룹경영회의 직후다. 앞서 많은 대기업들이 전사경영회의를 열고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리스크를 점검하는 한편 미래 대응전략을 논의했다는 내용이 보도됐다.
▲ 기업들이 현금흐름을 핵심 키워드로 내세우고 있다. 포스코그룹도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갔다.
포스코그룹의 비상경영선언이 눈길을 끌었던 것은 ‘현금흐름’을 핵심 키워드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포스코가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최 회장은 각사 경영진에게 “특히 현금흐름 및 자금상황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현금중심경영을 한층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스코그룹은 이에 따라 재무건전성을 확보하는 한편 안정적 시재(현금) 확보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기가 불확실할 때 기업들이 현금흐름을 최우선 경영기조로 삼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뚜렷해지는 상황에서 최 회장 같은 재무통을 최고경영자로 둔 기업이야 말할 것도 없겠다.
포스코그룹의 현금 보유고나 현금흐름을 보면 당장 큰 문제가 발생할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현금흐름의 추이가 좋지 않다. 상반기 대비해 하반기 업황이 나빠질 것으로 예상되는 계열사들이 많다. 무엇보다 신성장 사업에 투입해야 할 자금은 더 증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현금흐름을 경영의 우선순위에 두는 것은 적절한 조치로 보인다.
포스코그룹(포스코홀딩스)의 최근 6년간 연결기준 당기순이익과 영업활동현금흐름을 보자.
손익계산서 상 이익보다 영업현금흐름의 규모가 항상 몇 조 원씩 컸다. 주요 계열사들이 감가상각비가 큰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당연하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이례적으로 반대현상이 나타났다. 이익보다 영업현금흐름이 작아졌다. 2011년 이래 처음이다.
단위:백만원
2021
2020
2019
2018
2017
2016
연결당기순이익
7,195,889
1,788,152
1,982,637
1,892,064
2,973,469
1,048,168
영업활동현금흐름
6,259,365
8,685,737
6,004,655
5,869,724
5,607,310
5,269,417
영업활동에서 발생한 자산과 부채 변동(순운전자본의 증감)이 현금흐름에 큰 악영향을 미쳤다. 무려 7조 원 순유출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 가운데 재고자산 증가가 현금흐름에 미친 영향이 가장 크다. (-)6조 원이다.
일반적으로 재고자산이 늘어나면 매입채무도 증가해 현금흐름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부분 상쇄된다.
포스코홀딩스의 경우 재고자산이 6조 원 넘게 증가한 데 비해 매입채무 증가는 1조4000억 원에 그쳤다. 그 차액만큼 고스란히 영업현금흐름을 악화시켰다고 봐야한다. 재고자산 흐름과 상관없이 거래처 결제를 그만큼 신속하게 해 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렇게 매출채권과 재고자산, 매입채무 등 굵직한 항목만 살펴봐도 전년대비 크게 증가한 순운전자본이 현금흐름에 큰 타격을 줬음을 알 수 있다. 그 금액이 (-)7조705억 원에 이른다.
올해는 어떨까? 확정된 재무제표 숫자가 공시된 1분기 보고서를 보면 연결당기순이익은 1조9068억 원이다. 그런데 영업현금흐름은 94억 원에 불과하다.
감가상각비 등이 영업현금흐름에 (+)1조3420억 원으로 작용했지만 영업활동 자산과 부채의 증감이 (-)2조3339억 원이다. 여기에 법인세 9896억 원을 실제 납부하면서 현금이 뭉터기로 빠져나갔다.
법인세야 지난해 실적에 근거하여 올해 1분기에 내야 하는 것이니 그렇다치더라도 순운전자본이 왜 한 분기에만 2조3000억 원 넘게 증가했을까?
세부내역을 보면 역시 재고자산과 매출채권 때문이다. 두 항목이 증가해서 현금흐름에 마이너스로 작용한 금액만 2조3000억 원이다.
재고자산의 증가는 업계 전반적으로 지난해부터 현금흐름을 떨어뜨리고 있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보면 IT재고가 많이 쌓이고 있는데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의 현금흐름을 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활동현금흐름표를 보자.
삼성전자 역시 감가상각비 규모가 큰 사업구조다. 연간이나 분기나 손익계산서 이익보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의 규모가 큰 것이 정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