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차기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에 오를 인물로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거론되고 있다. |
[비즈니스포스트] 2024년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을 대신해 민주당 후보에 오를 잠재력이 있는 인물로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존재감을 키우며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뉴섬 주지사는 사업가 출신의 50대 정치인으로 기후 및 환경 문제와 총기규제, 동성혼 등 사회적 사안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젊은 유권자층을 중심으로 팬덤을 구축하고 있다.
27일 폭스뉴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청년 보수단체 TPUSA가 최근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약 79%의 응답자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권 재도전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4년 대선에 출마한다면 누구에게 투표하겠냐는 질문에 이와 같이 응답했다. 약 19%의 응답자는 론 드산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를 꼽았다.
더 흥미로운 설문조사 결과는 ‘민주당에서 어떤 후보가 대통령 후보로 출마했을 때 공화당이 가장 승리하기 어려울까’라는 질문에서 나왔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30%를 득표하며 압도적 1위를 기록했고 미셸 오바마가 14%, 힐러리 클린턴이 11%,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10%로 뒤를 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4%에 그쳤다.
미국 다음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연임을 시도할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2024년에 만 82세의 고령에 해당하게 되는 데다 최근 지지율도 30%대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뉴욕타임스 의뢰로 시에나컬리지가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64%에 이르는 민주당 지지자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연임을 원하지 않는다는 결과도 나왔다.
민주당 측에서 아직 대선후보 경선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뚜렷하게 밝힌 인물은 소수에 그친다.
그러나 유색인종 여성인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 지난 대선 경선에서 탈락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성소수자 정치인인 피트 부티지지 교통장관과 뉴섬 주지사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공화당 지지자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보수단체 TPUSA 구성원들이 뉴섬 주지사를 사실상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꼽은 것은 그의 최근 정치적 행보 때문으로 분석된다.
뉴섬 주지사는 젊은 유권자들에게 특히 관심이 높은 기후변화 등 환경 문제와 총기규제 등 사회적 문제에 강력하게 목소리를 내면서 미국 정치권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의회전문지 더힐은 뉴섬 주지사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전 세계의 노력에 미국의 역할을 강화할 인물이라고 평가하며 캘리포니아 지역 환경 규제 강화에 적극적으로 기여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22일 공식 성명을 통해 캘리포니아주가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는 데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친환경 분야 투자를 확대하고 화석연료 사용을 감축하겠다는 중장기 계획을 내놓았다.
휘발유 등 화석연료를 동력으로 쓰는 기기 사용을 점진적으로 금지하고 캘리포니아주 안에서 플라스틱 사용을 강력하게 규제하겠다는 다소 급진적 정책도 추진되고 있다.
뉴섬 주지사의 친환경 정책이 확실한 중장기 목표를 둔 상태에서 강력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은 유권자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으로 분석된다.
텍사스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 등 최근 미국에서 잇따라 발생한 총기사고 문제에도 뉴섬 주지사는 적극적으로 대응해 총기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는 올해 일련의 사건이 발생한 뒤 10건이 넘는 총기규제를 새로 도입해 캘리포니아주에서 총기 광고와 소지를 규제하고 총기 판매상을 대상으로 점검을 강화하는 등 변화를 추진했다.
총기규제 문제는 현재 미국 정치권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이 가장 첨예하게 맞붙고 있는 정치적 쟁점에 해당한다. 뉴섬 주지사가 적극적으로 행동을 시작하며 우호적 여론을 확보한 셈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미국 보수단체가 뉴섬 주지사의 이런 강력한 추진력과 젊은 유권자층의 지지를 고려해 공화당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표를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뉴섬 주지사는 1967년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난 54세의 젊은 정치인이다. 대학교를 졸업한 뒤 곧바로 사업을 시작해 요식업 및 호텔업에서 성공한 사업가로 이름을 날렸다.
그는 1996년 샌프란시스코 교통위원회에 합류해 정치에 발을 들인 뒤 36세에 최연소 샌프란시스코 시장에 당선됐다. 2018년 캘리포니아 주지사에 올랐고 연말 중간선거에서 연임을 노리고 있다.
뉴섬 주지사는 샌프란시스코 시의회에서 일하던 2004년 동성 커플에 혼인신고서를 발급해 큰 논란을 겪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동성혼이 합법화되지 않아 법률을 위반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에서 동성혼 합법화를 위한 시민운동과 정치적 움직임이 본격화됐기 시작했고 뉴섬 주지사가 진보 진영에서 정치적으로 입지를 키우는 데 힘이 실렸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뉴섬 주지사는 모두 사업가 출신이고 TV프로그램을 통해 유명세를 탔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안고 있다. 이 때문에 라이벌 구도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다만 앞으로 민주당 경선에 뛰어들 만한 인물이 다수 거론되고 있는 만큼 차기 대선에서 실제로 이들의 대결이 벌어질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