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수연 네이버 신임 대표와 한성숙 전 대표가 3월 주총을 마치고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드러나지 않는 노동이라고 해서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
오세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 지회장이 기자회견에서 여러 번 강조한 말이다.
네이버 노동조합인 '공동성명'은 26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올해 임금 및 단체교섭을 체결하지 못한 5개 계열사의 쟁의행위를 본격화한다고 선언했다.
공동성명은 계열사 그린웹서비스, 엔아이티서비스(NIT), 엔테크서비스(NTS), 인컴즈, 컴파트너스 등의 임금 10% 인상, 개인업무지원비 15만 원 지급, 직장 내 괴롭힘 방지 및 조직문화 개선 관련 전담기구 설치와 주기적 조직문화 진단 실시 등을 요구하고 있다.
오 지회장은 이날 계열사 조합원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쟁의행위뿐만 아니라 정치권 등과의 연대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국회의 원 구성이 최근 마무리됐고 이제 올해 국감도 있다"며 "IT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 정치권이 나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을지로위원회 등 정치권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갖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오 지회장은 네이버와 계열사의 관계가 IT업계에 나쁜 선례가 될 수 있음을 들어 정치권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는 "사내하청을 두는 구조로 기업을 운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지속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네이버는 이 구조를 개선해 다른 IT기업이 유혹에 빠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정치권이 네이버의 임금 문제를 넘어 IT업계의 사내하청 구조 문제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동성명은 이날 쟁의행위의 정당성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오 지회장은 "교섭에서 사실 공동성명의 임단협 요구 사항은 지극히 상식적이었다"며 "임금을 똑같이 하자는 게 아니라 본사와 자회사가 같은 비율로 임금을 인상하자는 것, 그리고 최소한의 업무 지원비, 직장 내 괴롭힘 조사기구 구성 등 조직문화를 개선하는 조항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5개 계열사는 네이버가 100% 지분을 들고 있는 네이버I&S가 또 다시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네이버의 손자회사들이다.
오 지회장은 "지분을 100% 가지고 있다는 것의 의미는 네이버가 이 계열사들에 대한 주요한 결정 권한, 임원 인사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며 "이들 법인은 네이버의 다른 계열 법인과 용역 계약을 통해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 독자적 사업이 없다"고 말했다.
▲ 오세윤 '공동성명' 지회장은 '5개 계열사 단체행동 돌입 기자회견'에서 5개 계열사의 처우개선을 이끌어내기 위해 내부 쟁의행위 뿐 아니라 정치권 등과 연대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사진은 26일 기자회견 현장 모습. |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이해강 화섬노조 수도권지부 수석부지부장은 "쟁의행위를 결의한 5개 기업은 자체적으로 수익사업을 할 수 없는 네이버의 서비스 업무만을 위해 존재하는 회사다"며 "이 회사들은 수익률이라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으며 네이버에서 책정해 주는 금액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될 수밖에 없는 사내하청 구조다"고 강조했다.
네이버는 올해 국정감사가 3개월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정치권의 주목받을 수 있는 노사갈등이 본격화되는 상황이 달갑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동성명이 쟁의행위에 돌입한 이유와 원인 등이 국정감사에서 질타받기에 충분한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최수연 대표로서도 취임 첫해부터 국정감사에 소환되는 상황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앞서 한성숙 전 대표는 재임 기간인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 연속으로 국정감사에 출석해 IT기업 대표 가운데 국정감사에 가장 많이 소환된 기록을 갖고 있다.
한 전 대표는 2017년에는 뉴스편집 논란, 2018년에는 댓글조작 논란, 2019년에는 실시간 검색어 논란, 2020년에는 알고리즘 조작 논란, 2021년에는 직장 내 괴롭힘에 따른 직원 사망 등으로 국정감사에 불려 나갔다.
취임 때부터 꾸준히 소통을 강조해온 최 대표가 어떤 방식으로 이번 노사갈등을 해결할지 시선이 몰린다.
최 대표는 취임 당시 "내정 이후 몇달 동안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들을 보냈는데 '더 자랑스러운 네이버를 만들어 보자'는 주문을 받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또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가파른 성장 과정에서 구성원이 경험하는 크고 작은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겠다"며 "제도와 프로세스 미비 등 문제를 해결하고 투명하게 소통해 주도적으로 일에 몰입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겠다"고 밝혔다. 안정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