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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플레이션 시대 차값 인상법, 테슬라 '시가' 국산차 '상품성 개선' 우회

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 2022-07-26 16:2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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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차값이 계속 오르고 있다. 이른바 카플레이션(자동차+인플레이션) 시대다.

원자재값 상승과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원가 상승으로 이어져 완성차업체들은 자동차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회사별로 조금 다른 방식을 쓴다.
 
카플레이션 시대 차값 인상법, 테슬라 '시가' 국산차 '상품성 개선' 우회
▲ 15일 테슬라는 올해 들어 6번째 가격인상을 단행했다. 사진은 테슬라 모델3.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테슬라는 비용 상승분을 즉시 전기차 가격에 반영시키는 반면 국내 완성차업체들은 상품성을 개선해 이를 차량 가격에 자연스럽게 반영하는 방식을 주로 선택한다. 
 
일부 차종에선 별다른 상품성 개선 없이 연식변경만으로 소리소문 없이 가격을 올리는 사례도 나온다. 차량 공급부족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여 카플레이션 현상은 한동안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2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국내에 시판되는 주요 차종 가운데 이달 가격이 인상된 차종만 7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세계 1위 전기차업체 테슬라다. 테슬라는 연식변경 등 별다른 명분 없이도 원가 상승분을 바로 차량가격에 반영해 올리고 있다. 이에 '시가 테슬라'라는 말까지 나온다. 

테슬라는 15일에도 모델3와 모델Y의 가격을 올렸다. 올해 들어서만 6번째 가격인상이다.

이에 모델3 롱레인지 모델은 기존 8352만 원에서 8469만 원으로 가격이 117만 원 인상됐다. 모델Y 롱레인지는 9486만 원에서 9664만 원으로 178만 원, 모델Y 퍼포먼스는 1억196만 원에서 1억473만 원으로 277만 원이 올랐다.

지난해 7월부터 1년 동안 테슬라의 가격인상률은 모델3 롱레인지 41.2%(2470만 원 인상), 모델3 퍼포먼스 25.9%(1939만 원), 모델Y 롱레인지 36.1%(2565만 원), 모델Y 퍼포먼스 30.9%(2474만 원를 보였다. 올 2월 한국은행의 물가상승률 전망치 3.1%의 10배에 달하는 인상률이다.

다만 테슬라는 계약 뒤 가격이 상승해도 애초 계약한 가격에 차량을 인도한다. 고객 입장에서 다행스러운 일인데 테슬라도 계약고객의 이탈을 방지하는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이와 달리 국내 완성차업체들은 주로 '상품성 개선'을 통해 차량가격을 높이고 있다. 차량의 편의사양 등을 개선하고 제값을 받는 것이다. 고객이 선호하는 옵션을 기본화하고 가격을 인상하면 소비자로서는 체감 인상분이 높아지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기아는 지난 25일 연식변경 2023 스포티지를 내놨다. 연식변경 스포티지에는 트림별로 하이패스, ECM 룸밀러, 스마트폰 무선충전기 등을 기본화했다. 판매가격은 기본모델 기준 1.6 가솔린 터보 2474만 원, 2.0 디젤 2724만 원, 하이브리드 3163만 원 등이다.

1.6 가솔린 터보는 27~32만 원, 하이브리드는 54~61만 원 가격이 올랐다. 1%대의 높지 않은 가격인상률을 보였다. 

앞서 18일 기아는 K5 연식변경 더 2023 K5를 출시했다. K5 노블레스트림에 뒷좌석 수동 선커튼을, 최상위트림 시그니처에 10.25인치 내비게이션을 기본 적용하는 등 상품성을 개선했다.

K5 1.6 가솔린 터보 가격은 트림별로 트렌디는 20만 원, 프레스티지는 19만 원, 노블레스는 39만 원, 시그니처는 113만 원 올랐다. 하이브리드 모델도 가격이 56~167만 원 상승했다. 가격인상률은 낮은 트림에서 1% 미만이나 최상위 트림에서는 3~5%로 트림별로 차별화된 인상률을 보였다.

현대차는 지난 19일 연식변경 모델 '2023 쏘나타 센슈어스'를 내놨다. 모든 트림에 진동경고 스티어링 휠을 새로 적용하고 고객 선호 트림에 지능형 안전기술을 기본화했다.

1.6 가솔린 터보는 트림별로 38~69만 원, 2.0 하이브리드 모델은 66~97만 원 가격이 상승했다. 인상률은 가솔린 모델은 1.1~2.4%, 하이브리드 모델은 2.0~3.1%를 보였다.

현대차는 15일에는 지난해 4월 출시한 전기차 아이오닉5의 첫 연식변경 모델을 내놨다. 전기차 생산 비용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배터리 용량을 72.6kWh(킬로와트시)에서 77.4kWh로 늘렸다.

이를 통해 주행가능거리를 458km로 이전 모델보다 29km 개선하는 등 연식변경 치고는 큰 변화가 있었으나 그런 만큼 가격도 크게 올랐다. 아이오닉5 스탠다드는 310만 원, 롱레인지는 430만 원 올라 기존 가격보다 6.2%, 8.6% 상승했다.

현대차는 13일 투싼 연식변경 모델을 출시했다. 가솔린모델 기준 가격이 트림별로 83~231만 원 올라 최대 2.6~8.7% 인상됐다. 프리미엄 트림이 10.25인치 내비게이션을 기본화 하면서 높은 인상률을 보였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테슬라와 달리 계약 가격이 아닌 차량을 인도할 때의 가격으로 고객에게 차를 인도한다. 

별다른 상품성의 개선 없이 연식변경만으로 조용히 가격을 올리는 차종도 일부 있다. 

기아는 이달 11일 쏘렌토 연식변경 모델을 별다른 홍보 없이 내놨다. 연식변경 쏘렌토에는 차량 뒷면 중앙에 있던 쏘렌토 레터링이 좌측으로 자리를 옮기고 모든 트림 1열에 소리차단(차음) 글라스를 적용하는 등 차량 성능에 변화가 크지 않았다.

쏘렌토 가솔린 모델은 3002~4284만 원으로 기존 2958~4239만 원보다 모든 트림에서 44~45만 원 비싸져 1%대 가격인상률을 보였다. 하이브리드 모델은 가격이 2%가량 높아졌다. 성능 변화가 크지 않았지만 가격 인상률도 높지는 않은 셈이다.

앞서 5월 한국GM 트레일블레이저도 홍보 없이 2년 만에 연식변경을 진행하며 가격을 인상했다. 연식변경 모델에서는 하위트림 2개를 없애 사실상 기본차량 가격을 1959만 원에서 2535만 원으로 576만 원 올린 셈이 됐다. 또 모든 트림에서 가격이 90만 원가량 올랐다.

트레일블레이저는 2020년 말 연식변경에서는 파워트레인과 편의사양을 강화하면서도 가격을 동결했었다. 그러나 이번 연식변경에서는 가격을 올리면서도 별다른 상품성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완성차 업체들은 가격을 동결하거나 가격 인상을 최소화하면서 연식변경에 따른 상품성 개선 효과을 강조하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연식변경에 따른 가격 인상 폭이 커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자동차 가격의 상승은 반도체 등 부품 부족이 장기화하면서 자동차 공급이 누적된 대기 수요에 크게 못미치는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최근의 자동차 가격의 줄인상 행렬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장문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와 기아를 놓고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있지만 차량 공급이 부족해 차량 가격을 올리기 좋은 상황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연식변경 등을 통한 가격 인상으로 현대차아 기아가 수익성을 방어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허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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