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나다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왼쪽)이 25일 과거 교회 신도들의 원주민 아동 학대에 관해 사과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프란치스코 교황이 캐나다를 방문해 과거 교회 신도들이 원주민 아동을 학살하는 등의 악행을 저지른 것에 사과하고 용서를 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5일 캐나다 앨버타주의 매스쿼치스 옛 기숙학교 부지를 방문해 “많은 기독교인이 원주민들을 상대로 저지른 악에 대해 겸허하게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교회와 종교 공동체의 많은 구성원들이 무관심을 통해서만이 아니라 당시 정부가 고취한 문화적 파괴와 강요된 동화 정책에 협조한 방식에 대해 용서를 구한다”며 “많은 기독교인이 원주민들을 탄압한 열강들의 식민화 사고방식을 지지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캐나다에서는 2021년 5월 이후 원주민 기숙학교 부지 3곳에서 1200구가 넘는 원주민 아동의 유해가 발견돼 큰 충격을 줬다.
원주민 기숙학교는 18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까지 원주민들을 백인 사회에 동화시키고자 설립됐으며 대다수를 가톨릭과 개신교회들이 위탁받아 운영했다. 캐나다 정부는 전국 139개의 기숙학교에 약 15만 명의 원주민 아동이 강제 수용된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기숙학교 운영의 이면에는 백인들의 토지 강탈에 대한 원주민들의 저항을 무마하려는 의도가 포함돼 있었다. 기숙학교에 입학한 원주민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강제로 분리된 뒤 학교 관계자들로부터 각종 학대와 성폭행 피해 등을 입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과거 악행이 이뤄졌던 현장에서 아픈 상처를 다시 떠올리게 하는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이를 기억하고 사과하는 것이 올바른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숙학교를 포함한 동화와 해방 정책이 이 땅의 사람들에게 얼마나 파괴적이었는지 기억하는 일이 필요하다”며 “내가 이것을 인식할 수 있게 해줘 감사한다”고 말했다.
또 이번 사과로 원주민 아동 학대의 상처가 끝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용서를 구하는 것이 사태의 끝이 아니다”라고 말했으며 생존자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화해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원주민 단체는 교회 차원의 배상과 보상, 기숙학교와 관련한 모든 기록 공개, 살아있는 가해자들의 재판 회부 지원, 바티칸으로 훔쳐간 원주민 유물 반환 등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번 캐나다 방문은 원주민들에게 기숙학교 학대 문제를 사과하는 데 초점을 둔 ‘사죄의 여정’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30일까지 캐나다 앨버타주 에드먼턴, 퀘벡주 퀘벡, 누나부트준주 이칼루이트 등 3개 도시를 순방하며 원주민 측 관계자들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카톨릭 역사상 최초의 남미·예수회 출신 교황이다.
1936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태어났으며 1958년 예수회에 입문했다. 1972년 아르헨티나 예수회 관구장, 1998년 아르헨티나 로마카톨릭교구 부에노스아이레스 대주교 등을 거쳐 2001년 아르헨티나의 추기경에 임명됐다.
2013년 3월 제266대 교황으로 선출됐다. 그는 교황에 선출된 뒤 세계 평화를 위한 활동을 펼쳐왔다. 2018년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만남에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며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기도 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