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포드가 중국 배터리업체 CATL과 공식적으로 배터리 수급에 협력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CATL의 독일 뮌헨 배터리공장. |
[비즈니스포스트] 포드가 북미 지역에 LFP(리튬인산철) 기반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장을 대규모로 확보하기 위해 중국 CATL과 공식적으로 협력하고 배터리 물량 수급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 등 한국 협력사가 포드에 배터리 공급 확대를 앞두고 있지만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CATL과 포드의 관계가 갈수록 가까워지는 점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25일 전기차 전문매체 일렉트라이브에 따르면 포드가 CATL의 신형 LFP 배터리팩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전기차 생산 목표를 달성하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포드는 내년 말까지 연간 60만 대, 2026년까지 200만 대 수준의 전기차 생산 능력을 확보하겠다는 중장기 사업 목표를 최근 발표하고 이를 위한 배터리 수급 계획도 공개했다.
SK온과 포드가 미국에 합작법인을 통해 신설하는 공장과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공장 증설을 통해 한국 배터리 협력사에서 사들이는 배터리 물량을 늘린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일렉트라이브는 포드가 이날 발표한 계획에 중국 CATL에서 생산하는 LFP 배터리가 언급됐고 이와 관련한 사업 방향성이 언급되어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포드는 CATL과 중국, 유럽에 이어 북미시장에서 협력 기회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고 이와 별개로 북미에 2026년까지 40GWh(기가와트시) 규모 LFP 배터리 생산시설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SK온과 포드가 미국에 배터리 합작공장을 건설하고 있는 것처럼 CATL도 포드와 합작법인 설립 등 방식을 통해 북미에 대량의 LFP 배터리 생산 설비를 운영하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포드가 공격적 전기차 생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 이외 추가 배터리 협력사를 확보하는 일이 다급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CATL과 긴밀한 협력을 추진할 공산이 크다.
이날 발표에서 포드는 2026년 생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배터리 물량의 70%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는 SK온 및 LG에너지솔루션의 생산 증설 계획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30%에 해당하는 물량은 CATL의 LFP 배터리로 구성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CATL의 LFP 배터리는 한국 배터리 협력사들이 공급하는 삼원계 NCM 배터리와 비교해 원가가 10~15% 정도 저렴하다. 따라서 배터리 원재료 가격 상승에 영향을 비교적 덜 받는다.
포드는 2024년까지 출시되는 머스탱 마하E, F150 라이트닝 등 LFP 배터리가 적용될 차량의 종류도 미리 공개했다. 두 제품은 각각 LG에너지솔루션 및 SK온 배터리도 탑재한다.
CATL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 가격이 비교적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소비자들에 가격 경쟁력을 주목받는다면 LFP 배터리 모델의 판매 비중이 높게 나타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 포드에 SK온 및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급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아지고 CATL이 저렴한 LFP 배터리를 앞세워 공급 점유율을 빼앗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충분하다.
▲ 포드와 SK온 합작법인 블루오벌SK의 전기차 배터리공장 조감도. |
포드가 CATL과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의 협력을 추진할 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블룸버그에서 CATL이 미국 또는 멕시코에 배터리공장 설립을 위해 50억 달러(약 6조6천억 원)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한 내용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가 배터리와 반도체 등 첨단 산업에서 중국과 경쟁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포드가 CATL과 미국에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등 계획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CATL이 북미 또는 멕시코에 설립하는 신규 공장에서 LFP 배터리를 사들이는 장기 공급계약을 맺는 등 방식으로 충분히 전기차 생산 목표 달성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CATL은 중국 내수시장의 강력한 수요를 바탕으로 세계 전기차 배터리 판매량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최근 유럽과 북미 등 선진시장에 진출을 본격적으로 시도하고 있는 단계다.
포드가 이런 과정에서 CATL의 해외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돕는 역할을 한다면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 경쟁사에 부담을 키울 수 있다.
더구나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은 핵심 고객사인 포드에 배터리 공급 물량을 갈수록 장담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일 수 있어 포드와 CATL의 ‘밀월’을 더욱 경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포드는 중장기 전기차 생산 목표를 발표하며 CATL의 LFP 배터리가 앞으로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SK온 및 LG에너지솔루션과 장기간 이어 온 협력 관계도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전기차 생산 계획을 실현시키기 위해 앞으로 수 년 동안 여러 배터리 협력사들과 모두 원만한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된다.
일렉트라이브는 “포드는 CATL과 협력을 두고 구체적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며 “그러나 CATL이 지금까지 내놓은 계획은 모두 포드가 발표한 내용과 들어맞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