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최근 지역농협 직원의 횡령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농협중앙회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다만 지역농협이 농협중앙회와는 별도의 법인으로 운영되고 전국에 1천 곳 넘게 흩어져 있어 농협중앙회에서 이들을 일률적으로 촘촘하게 감시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최근 전국에 흩어져 있는 지역농협에서 직원의 횡령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농협중앙회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사진은 농협중앙회 본관.
이에 금융당국은 농협을 포함한 상호금융권의 횡령사고를 막기 위한 내부통제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상호금융의 태생과 현 위치에 대한 구조적 문제를 먼저 들여다봐야 한다는 시선이 나온다.
20일 농협중앙회 안팎에 말을 종합하면 지역농협에서 벌어지는 횡령사고는 일차적으로는 자체 농협과 불법을 저지르는 직원의 문제이기는 하지만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농협이 자리매김한 구조적 문제와 연관돼 있기 때문에 해결이 쉽지 않다는 시선이 나온다.
지역농협은 농협중앙회에 소속돼 있기는 하지만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일종의 ‘가맹점’으로 볼 수 있다.
지역 주민들의 출자로 만들어지는 협동조합이 지역농협이고 이러한 지역농협들의 출자로 설립된 조직이 바로 농협중앙회인 것이다.
지역농협은 농협중앙회와는 분리된 법인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농협중앙회 소속으로 있는 제1금융권인 NH농협은행과 달리 제2금융권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이러한 연합조직 형태의 조직에서 농협중앙회가 소속 회사가 아닌 독립 법인으로 운영되는 지역농협의 경영 상황을 직접적으로 통제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게다가 지역농협의 임직원은 지역 농민들과 많은 친분을 쌓으며 오랜 기간 한 지역에서 근무하는 사례가 많다보니 내부 비리에 취약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역농협의 비상임조합장은 연임 제한 규정이 없는데 이들이 장기간 조합장으로 재직하면서 각종 폐단이 발생하고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0년 국정감사 때 농협중앙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1118곳의 지역 농축협에서 75곳(16.2%)은 4선 이상의 비상임조합장이 재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가운데에는 37년 동안 근무하고 있는 비상임조합장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물론 농협중앙회는 지역농협을 통제하기 위한 자체 감사시스템을 마련해 놓고는 있다.
농협중앙회는 지역농협을 감시하는 조합감사위원회를 두고 있으며 각 지역본부 안에도 지역 검사국을 설치해놓고 있다.
하지만 전국에 흩어져 있는 지역농협이 1천여 곳에 이르는 상황에서 소수의 인력으로 이들을 모두 감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농협중앙회도 이와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내부통제 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해 시스템을 주기적으로 점검·개선하면서 윤리경영을 실천하기 위한 교육과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겠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농협중앙회는 내부통제 시스템을 강화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횡령사고와 관련된 사람들에 대해 무관용으로 강력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농협중앙회의 내부통제 시스템은 자체 조직이 아닌 지역농협에게는 농협중앙회에 소속된 임직원에게 행하는 징계조치나 사고가 발행한 조직을 통폐합 또는 폐쇄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내릴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조합장의 임기를 제한하는 '농협·수협·산림조합 변화쇄신3법'을 대표발의하면서 "조직의 변화와 쇄신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부에서도 과거에 내부통제와 관련된 논의가 있었지만 주무관청 문제 등으로 관리감독에 한계가 있었다.
은행과 달리 상호금융회사는 각각 다른 관계 법령에 따라 통제를 받는다. 농협은 농림축산식품부의 관리·감독을 받도록 돼 있다.
그러나 윤석열정부가 금융권의 자율성을 보장하면서도 강력한 내부통제를 통해 소비자들이 안심할 수 있는 금융조직을 만들겠다는 정책방향을 내걸고 있어 상호금융권에도 과거와 다른 강도로 내부통제 시스템을 정비할 가능성 있다.
실제로 은행 등 금융권에는 금융당국에서 불법행위를 저질러 중징계를 받은 임직원에게 3년간 금융권 취업금지와 같은 불이익을 줄 수 있는 강력한 제재 수단이 있지만 상호금융권에는 없다.
이에 관련부처의 단순한 협의체 구성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금융당국의 감독기능을 강화하고 사고발생 때 분명한 책임소재를 밝혀 처벌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금융위원회는 상호금융권의 횡령사고를 막기 위한 내부통제 대책을 농협중앙회를 포함한 상호금융 중앙회 실무진들과 준비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상호금융권에 관한 규제 및 감독체계를 정비하고 정책공조 활성화를 위해 매분기마다 열리는 회의체인 상호금융정책협의회를 통해 대책을 마련해왔다.
금융위원회는 21일 협의체를 통해 준비한 상호금융권 내부통제 강화 방안을 발표한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