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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Who] 성능이냐 가격이냐, 배터리3사 선택에 배터리 패권 걸려있다

조충희 기자 choongbiz@businesspost.co.kr 2022-07-20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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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국내 배터리3사는 배터리의 가격을 낮추고 성능을 끌어올린 '하이니켈 배터리'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전기차용 2차전지에는 니켈과 코발트 망간 또는 알루미늄을 양극재로 사용하는 삼원계 리튬이온배터리가 주로 사용되는데 비싸고 희귀한 코발트는 절반으로(10에서 5%로) 줄이고 성능을 좌우하는 니켈 함량을 80%까지 높인 고성능배터리를 하이니켈 배터리라고 부른다.

니켈 함량을 높이면 에너지 밀도, 다시 말해 배터리의 용량이 높아지고 이 배터리를 사용하는 전기차의 주행거리도 늘어난다.

주행거리가 배터리의 주요 고객인 완성차 기업들의 최대 관심사이기 때문에 배터리3사는 하이니켈 배터리 개발에 힘을 쏟는 것이다.

하지만 하이니켈 배터리에는 치명적 문제점이 있다.

핵심소재인 니켈의 안정성 문제를 해결할 뚜렷한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몇 년 전부터 전기차, 에너지저장장치(ESS), 전동킥보드까지 배터리 화재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아예 배터리 소재를 만드는 공장에서 불이 나기도 했다.

고온의 화학불길을 뿜는 배터리 화재 특성상 명확한 원인규명을 하기는 쉽지 않지만 배터리 화재사고들의 공통점들은 바로 하이니켈 배터리를 취급한 곳이었다는 점이다.

2021년과 2022년 국내에서도 전기차 화재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배터리의 안정성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는데 이 사고 현장들에도 하이니켈 배터리가 있었다.

니켈은 화학반응성이 높아 배터리의 양극재 소재로 안성맞춤이지만 니켈만 넣으면 화재와 폭발 위험성이 커지기 대문에 위험성을 조절하기 위해 코발트와 망간, 알루미늄 등의 도움이 필요하다.

고성능 배터리를 만들기 위해 니켈 함량을 높이면 자연스럽게 안전성도 떨어지는 것이다.

잦은 화재로 리튬이온 배터리를 이용하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업계는 침체기를 맞기도 했다. 안정적 에너지 공급이라는 에너지저장장치의 목적이 잦은 화재로 유명무실해진 것이다. 특히 2020년에는 국내외 ESS 투자가 줄면서 그해 배터리 원료 수급이 원활해지는 웃지 못할 광경도 펼쳐지기도 했다.

이에 비싸고 위험한 삼원계 배터리 대신 신기술로 갈아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특히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배터리, 중국에서 많이 쓰이는 인산철(LFP)배터리가 기존 삼원계배터리의 대체재로 거론된다.

다만 전고체 배터리 기술은 아직 이론단계에 머물러 있어 빨라봐야 2030년에나 실제 제품에 전고체 배터리가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점차 인산철배터리가 현실적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산철 배터리는 니켈 대신 산화철을 양극재로 쓰는 리튬이온 배터리다.

철과 인산 등이 비교적 흔한 소재기 때문에 배터리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점, 화재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 등이 인산철배터리의 장점이다.

배터리가 찢어져 리튬이온이 노출돼 산화반응이 일어날 수 있지만 연기가 나는 수준으로 기존 삼원계 배터리처럼 손 쓸 새 없이 타오르는 일은 없다고 한다.

오히려 60~70도 고온에서 가장 효율이 좋다고 하니 안정성만 봤을때는 가장 우수한 배터리일 수 있다.

다만 인산철 배터리에도 단점이 있는데 반응성이 낮은 철을 활용했기 때문에 에너지밀도가 낮아진다는 점이다.

이는 같은 성능을 제공하기 위해 더 많은 배터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뜻한다. 1천km 주행거리 달성 경쟁을 하는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에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넓은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ESS시설에는 인산철배터리가 안성맞춤이며 전기차 시장에서도 단거리용, 보급형 전기차에는 가성비 좋은 인산철배터리가 더 적합하다.

실제로 테슬라는 2021년부터 보급형모델인 모델3에 인산철배터리를 적용했다.

기존 삼원계 배터리를 적용한 모델3 가격은 2021년 기준 약 5800만 원 정도였는데 인산철배터리를 적용하니 1100만 원 가량 저렴한 4700원(2021년 기준)에 모델3를 내놓을 수 있게 됐다.

차가 좀 무거워지고 연비도 낮아지지만 가격이 1천만 원 가량 저렴해지는 것은 상당한 메리트일 수 있다.

미국에서 테슬라 대항마로 불리는 전기차 브랜드 리비안도 2022년부터 트럭과 배달용차량에 인산철배터리를 적용했다. 독일의 벤츠도 2024년 출시되는 엔트리급 모델 EQA와 EQB에 인산철배터리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완성차 업계의 움직임에 따른 한국 배터리3사의 전략은 둘로 나뉜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이미 인산철배터리 개발에 뛰어들었다. 두 회사 모두 2022년 안에 인산철배터리 제품을 내놓기로 했는데 전기차보다는 ESS 분야를 겨냥한다고 밝혔다.

장기적으로는 저가 전기차를 위한 배터리 모델도 내놓는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삼성SDI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중국 정부와 현지 기업들이 인산철 배터리 기술과 원료,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만큼 이들과 겨루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삼성SDI의 고민이다.

삼성SDI는 인산철배터리에 투자하기보다 하이니켈 배터리의 품질과 안정성 확보에 더 집중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글로벌 배터리업계는 처음 리튬이온배터리를 선보인 파나소닉이 이끌었던 태동기, 한국 기업들이 종횡무진했던 중반기를 지나 새로운 국면으로 가고 있다.

중국 배터리기업들이 중국 정부의 배터리 굴기정책과 인산철배터리라는 신무기를 들고 배터리시장의 왕좌를 넘보고 있다.

성능의 하이니켈이냐, 가격과 안정성의 인산철이냐? 이 문제에 배터리 시장의 패권이 걸려있다. 조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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