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이라는 긍정적 영업환경에도 불구하고 경기둔화 우려와 정부 규제 등 영향으로 갈수록 은행들의 부담이 커지면서 주가도 당분간 의미있는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시선이 나온다.
▲ 금리인상 수혜주로 꼽히는 은행주가 맥을 못 추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신한은행 본점.
반면 은행 자체의 기초체력(펀더멘탈)이 아직 양호한 만큼 곧 바닥을 찍고 기초체력에 걸맞은 주가 수준을 되찾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주는 금리 인상의 대표적 수혜주로 꼽히는 데도 최근 맥을 못 추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이 분석한 신한금융지주,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IBK기업은행 등 5곳 은행 및 지주사의 올해 주가 흐름을 보면 2월 중순까지 상승했다가 3월 중순 바닥을 찍고 반등한 뒤 4월과 5월 완만한 상승세를 유지하다가 6월 이후 다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KRX은행지수를 봐도 은행주가 금리 인상의 수혜주라는 말이 무색해진다.
코스피 지수가 1월3일에서 7월18일 20.5% 하락하는 동안 KRX은행지수는 744.13에서 7월18일 603.62로 18.8% 떨어졌다.
한국은행이 올해 들어서만 모두 세 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며 은행에게 유리한 영업환경이 꾸려졌는데도 은행주 주가는 힘을 쓰지 못했다.
KRX지수는 한국거래소가 개별기업 주가를 산업군 등을 중심으로 묶어서 산출하는 지수다.
KRX은행지수에는 국내 4대 금융지주를 포함해 IBK기업은행과 BNK금융지주, JB금융지주, DGB금융지주, 카카오뱅크 등 모두 9개 종목이 포함돼 있다.
은행주 주가 하락은 경기둔화를 향한 우려가 커지고 정부가 예대마진 확대에 제동을 걸면서 은행들의 수익성 증대에 빨간불이 들어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은행이 예대마진의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되고 있지만 정부가 예·적금 등 수신상품의 금리는 올리고 대출상품의 금리는 내리도록 압력을 가하면서 점차 수익성 확대가 쉽지 않다는 우려가 커졌다.
금융당국이 은행들의 건전성 확보를 위해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하도록 권고한 점 등도 은행들에게 부담이 됐을 수 있다.
금융감독원과 은행연합회는 6월 충당금 적립 기준 개선안을 마련하고 2분기 말 은행 결산부터 이 개선안을 적용하도록 했다.
정부의 규제가 하반기로 갈수록 강화될 가능성이 큰 데다 코로나19에 따른 대출만기 연장 및 상환유예 등 정부의 금융지원 조치도 9월에 종료되는 만큼 은행주 주가가 이대로 하락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은행권의 경우 코로나19 금융지원 종료와 경기둔화 압력이 맞물리면서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이 계속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최근 은행주 주가 하락을 과도한 것으로 보고 저가매수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시선도 있다.
은행의 핵심 수익성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금리 인상에 따라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꾸준히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은행주 주가 하락은 다소 과하다고 판단한다”며 “현재 주가는 높은 하방 경직성을 형성하고 있으며 향후 불확실성이 축소되면 은행주 주가는 다시 기초체력에 걸맞은 수준으로 수렴해 갈 것으로 보인다”고 바라봤다.
그러면서 현재 은행주를 ‘최저점에 가까워진 상태’라고 평가했다.
정부 규제와 부동산 침체 등의 영향으로 가계대출은 줄었지만 기업대출이 증가하면서 대출 성장률이 비교적 양호한 흐름을 보이는 점도 은행주 주가가 곧 반등할 것이라는 의견에 힘을 보탠다.
은행주는 올해초와 비교했을 때 모두들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 주가는 이날 올해 초보다 7.1% 빠진 3만46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 주가는 각각 16.2%, 15.8% 하락한 4만6300원, 3만5650원에 장을 끝냈다.
우리금융지주 주가는 1월3일 1만2800월에서 이날 1만1600원으로 9.3% 내렸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