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당대표 출마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비즈니스포스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당권 도전이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최근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 지지율이 급락해 민주당과 격차가 좁혀지면서 민주당 내 쇄신파 목소리는 옅어지고 이 의원의 도전에 유리해진다는 시선이 나온다.
이 의원이 지난 선거 연패의 반성과 쇄신 비전에도 소홀하지 않고 지지층을 결집해 당권을 잡는다면 여권이 자충수를 두는 데 따른 반사이익을 통해 차기 대권에 재도전해볼 길이 열릴 수도 있다.
이 의원은 17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8·28 전당대회 당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하며 정치적 미래를 걸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 의원은 “많은 분이 저의 정치적 미래를 우려하며 당대표 도전을 말렸고 저 역시 개인 정치사로 보면 위험한 선택임을 잘 안다”면서도 “그러나 사즉생의 정신으로 민심에 온몸을 던지고 국민의 집단지성에 저의 정치적 미래를 모두 맡기겠다”고 말했다.
당권 도전에 성공해 다음 총선을 승리로 이끈다면 대권에도 다시 도전할 길이 열릴 것으로 본 것이다. 이 의원의 최근 여론조사 지지율 조사를 보면 당대표뿐 아니라 차기 대선 주자로서 경쟁력은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14일 여론조사기관 넥스트위크리서치가 KBC광주방송과 UPI뉴스 의뢰로 12~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 차기 당대표 적합도를 묻는 질문에 이 의원은 38.6%로 1위에 올랐다. 박용진 의원 15.6%, 박주민 의원 8.8%, 김민석 의원 4.0%, 설훈 의원 2.9%, 강훈식 의원 1.6%, 강병원 의원 1.3% 등이 뒤를 이었다.
이 의원은 특히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속에서 지지율이 반등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13일 알앤써치가 뉴스핌 의뢰로 9~12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45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차기 정치지도자로 적합한 인물을 묻는 질문에 이 의원이 6월15일 시행된 직전조사보다 9.2%포인트 상승하며 38.5%의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다.
알앤써치는 “윤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한 반사이익으로 이 의원 지지율이 올랐다”고 분석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15.1%, 한동훈 법무부 장관 12.4%, 홍준표 대구시장 6.3%,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5.6%,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5.5%, 김동연 경기지사 4.7% 등이 뒤를 따랐다.
15일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12~13일 만 18세 이상 전국 남녀 10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조사에서는 ‘다시 20대 대선 당일로 돌아간다면 누구에게 투표하겠나’는 질문에 50.3%가 이 의원을 선택했다. 윤 대통령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35.3%에 그쳤다.
이 의원으로서 승부수를 띄울 자신감을 갖기에 충분해 보인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역대 정권과 비교하면 최저 수준에 머무르는 데다 외부 환경을 고려하면 앞으로 반등이 쉽지만은 않다는 시각이 많다. 8월 민주당 전당대회를 둘러싼 주위 상황도 이 의원에게 유리해 보인다.
이런 상황에 민주당의 2024년 총선 전망도 나쁘지 않다. 이 의원이 당권을 잡을 수 있다면 차기 대선으로 향하는 길도 밝아 보인다.
반면 이 의원의 당권 도전을 향한 비판과 민주당 내 쇄신 요구는 점차 약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프레임을 두고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 뒤 국회의원, 당직자 전부가 반성과 쇄신이 있어야하고 민주당이 바뀌어야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었는데 지금은 그런 얘기가 안 나오고 있다”며 “여당이 지리멸렬하고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도 떨어지는 상황에서 민주당의 쇄신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한가한 얘기 비슷하게 돼 버렸는데 그 부분이 저는 상당히 안타깝고 이러다가 잘못된 민주당은 그대로 하나도 바뀐 것 없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을 향한 최근 지지율 상승이 외부적 요인에 따른 것일 수 있는 만큼 당 쇄신을 향한 고삐를 늦춰선 안된다고 지적한 것이다.
그동안 민주당 내 세대교체와 혁신을 표방하는 ‘97세대’(90년대 학번, 70년대 생)나 비
이재명계로 대표되는 반성과 쇄신 요구는 거셌다. 이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패배했고 지방선거에서는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본인만 살아남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의원이 차기 대선까지 내다본다면 이번 당권 도전에서 승리 여부를 떠나 당내 쇄신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통합에 소홀해서는 안될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97세대 가운데 가장 먼저 출마를 선언한 강병원 의원은 “‘
이재명의 시간’이 ‘민생의 시간’을, ‘당 혁신의 시간’을 뒤덮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 생)로 당권에 도전한 김민석 의원은 1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지금 민주당의 과제는 대선후보를 뽑는 것이 아니라 국정전반을 리드하면서 당을 안정시키고 당의 다양한 역량을 전체로써 움직이게 하는 숙제가 있는 것”이라며 “(이 의원 당선으로) 결과가 난다고 하더라도 마음으로부터의 동의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정말 어려울 때 당을 하나로 끌어갈 수 있는 단단한 화합의 힘이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의원이 당대표로 선출되면 친
이재명계와 비
이재명계의 갈등이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계파갈등 심화는 민주당의 다양한 지지층 의견 수렴을 막아 민심과 괴리를 좁히고 민주당 지지율 반등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4일 펴낸 지방선거 평가 보고서에서 ‘민심·당심 괴리’를 주요 패인으로 지목하며 “민주당 지지자, 진보층은 민주당의 내로남불을 큰 문제로 보지 않는 반면 중도층과 무당층, 국민의힘 지지층은 다수가 민주당의 내로남불을 큰 문제로 보고 있어 민심과 당심의 괴리가 크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소는 △당론 결정 프로세스의 혁신 △민생 중심 정당 △민주당 인재원 설립 △당원 청원 제도 도입 등 의사소통 창구 활성화 등 당 혁신 10대 과제를 발표했다.
이 의원도 17일 이를 염두에 두고 출마 선언부터 공천 관련 이슈를 내세웠다. 2024년 총선에서 친
이재명계 위주의 계파 공천이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의원은 자신이 당대표가 되면 ‘계파공천’, ‘사천’, ‘공천 학살’이란 단어는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당의 전통으로 자리 잡은 시스템공천 강화로 누구나 능력과 실적, 경쟁력에 따라 공정하게 평가받을 것”이라며 “계파정치로 성장하지 않은 저
이재명은 계파정치를 배격하고 통합정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낡은 관행과 이념, 우리 내부를 편 가르는 모든 것들과 결별하자”며 당내 비
이재명계에 손을 내밀었다.
이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와 관련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임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