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복인 사장이 과연 KT&G 수장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
KT&G는 백 사장을 비롯해 전현직 사장이 동시에 재판에 넘겨지는 초유의 상황을 맞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KT&G는 민영화 이후 전현직 사장이 검찰에 기소되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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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복인 KT&G 사장. |
검찰은 1일 KT&G 전현직 사장 등 7명을 포함해 무려 42명이 협력업체 납품비리 등에 연루된 혐의로 기소했다.
이들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협력업체들로부터 뒷돈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백 사장은 2011년 광고대행사 대표로부터 청탁 대가로 55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민영진 전 사장의 배임의혹 수사와 관련 참고인의 해외도피를 도운 혐의도 받고 있다.
KT&G 비리수사는 10개월여 만에 사실상 마무리됐다. 백 사장은 불구속 상태지만 재판에 넘겨질 것으로 보여 취임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해 있다.
백 사장은 지난해 10월 사장 취임 전부터 KT&G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당시 검찰 수사는 민영진 전 사장을 정면으로 겨냥했으나 백 사장도 고위 경영진으로 재직했던 만큼 비리수사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백 사장은 민 전 사장이 검찰수사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중도퇴임한 뒤 진행된 사장공모에서 내부 출신으로 KT&G 수장에 올랐다.
백 사장은 취임 당시 "바르고 깨끗한 기업, 건강한 기업만이 살아남는다"며 "비윤리적 행위에 대한 예방 및 준법감시가 제대로 작동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백 사장은 취임 이후 KT&G조직을 재편하고 기존 윤리경영실은 윤리경영감시단으로 확대하는 등 윤리경영 실천에 의지를 보였으나 재판정에 서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백 사장은 재판결과에 따라 민 전 사장과 마찬가지로 최악의 경우 불명예 퇴진하게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백 사장은 KT&G 전신인 한국담배인상공사의 공채 출신 가운데 처음으로 CEO에 올랐다. 1993년 입사 이후 23년 동안 전략, 마케팅, 글로벌, 생산ㆍR&D 등 주요사업의 요직을 거치며 다양한 업무 경험을 쌓아왔다.
그는 2011년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면서 KT&G의 내수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공을 세웠으며 담배업계 최초로 품질실명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KT&G는 공기업에서 민영화한 지 오래지만 담배와 인삼 등에 대한 전매권을 갖고 시장독점적 지위를 누려왔다.
그러다 보니 협력업체 등에 대해 우월적 지위에 있으면서 각종 비리의 ‘복마전’이란 오명도 끊이지 않았다. 특히 이번 검찰 수사에서 전현직 주요 경영진뿐 아니라 노조 간부들까지도 비리사실이 적발돼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KT&G 사장은 투명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외부인사로 구성된 독립기구 ‘사장후보추천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주주총회에서 선임된다. 지난해 백 사장이 후보로 나선 시기에 공교롭게도 검찰수사가 시작되면서 적격성을 놓고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백 사장이 결국 검찰수사의 칼끝을 피해가지 못하면서 사장추천위원회와 주주총회가 제대로 기능했는지에 대해서도 뒷말이 무성하게 나온다. KT&G 사장 자리는 민영화된 뒤에도 정치권의 외풍이 끊이지 않았던 곳이다. 민영진 전 사장의 경우 이명박 정부 실세인사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KT&G는 사장 선임 때마다 외부 출신을 뽑자니 ‘낙하산’ 논란이 일고 내부 출신은 이번 경우처럼 청렴성에서 문제가 생겨 곤혹스러운 상황이 재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백 사장의 혐의가 재판에서 확정될 경우 KT&G는 사장을 또 새로 뽑아야 하는 혼란스러운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