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자동차 대표이사 사장이 임기 첫해 노조의 파업을 마주할 가능성이 커졌다.
드블레즈 사장은 노조와 단체교섭 주기를 1년이 아닌 ‘다년 합의’로 바꿔 파업 리스크를 줄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드블레즈 사장 취임 이전 몇 년 동안 르노코리아 노사 관계가 크게 악화해 합의를 이루기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르노코리아자동차 노동조합(르노코리아 노조)에 따르면 이날 올해 단체교섭과 관련해 쟁의행위 찬반투표 본투표를 진행한 뒤 15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중지 신청을 낼 계획을 세웠다.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는 쟁의권 확보 절차에 돌입한 것이다.
쟁의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과반수 이상의 찬성과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조정중지 결정을 받아야 한다.
물론 국내 자동차업계 노조는 통상 단체교섭을 진행할 때 회사 측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쟁의권 확보 수순을 밟아왔다.
하지만 르노코리아 노사 관계가 최근 4년 동안 대립 분위기를 이어왔다는 점에서 노조가 쟁의권을 확보하면 파업을 결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시선이 우세하다.
현재 르노코리아 노사는 단체교섭 다년 합의와 관련해 이견을 끝내 좁히지 못하면서 7일 노조에서 교섭결렬을 선언한 상태다.
르노코리아는 단체교섭 주기를 1년에서 다년으로 바꾸는 대신 올해부터 3년 동안 매년 기본급을 6만 원 인상하고 성과급을 지급하겠다는 방안을 노조에 제시했다.
이는 물론 르노코리아 노조가 애초 회사측에 내놓은 요구안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는 조건이다.
노조는 올해 요구안에 △기본급 9만7472원 정액 인상 △일시금 500만 원 지급 △정기상여 현행 500%에서 600% 인상 △물가 상승 연동제 시행 △계약직 전원 정규직 전환 △노동강도 완화 △임금피크제 폐지 등의 내용을 담았다.
르노코리아 노조 내부에선 회사측과 입장 차이가 크지만 최근 4년 동안 임금 동결을 겪었던 만큼 협상의 여지가 있다는 분위기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회사 측이 내건 다년 합의 조건이 결국 협상 타결에 걸림돌이 됐다.
르노코리아 노조에선 회사측이 제시한 다년 합의를 놓고 앞으로 노동3권을 없애 노조를 무력화하려는 의도라고 바라보고 있다.
노조가 이런 의심을 하는 배경으로 르노코리아 노사간 신뢰가 부족한 점이 꼽힌다.
르노코리아 노조는 지난해까지 4년 동안 기본급을 동결해왔는데 이 과정에서 노사간 극한의 대립이 벌어지면서 회사를 향한 불신이 크게 쌓였다.
르노코리아 노사는 2018년부터 해마다 단체교섭을 하는 과정에서 ‘강대강’ 대치를 해왔다. 협상이 난항을 겪으며 심지어 2020년을 포함한 2년치 단체교섭을 2021년에 마무리하기도 했다.
특히 당시 협상 과정에서 노조는 무기한 전면파업을 단행했고 이에 회사는 부분 직장폐쇄로 맞섰다.
드블레즈 사장으로서는 취임 첫해부터 단체교섭과 관련해 노사 신뢰관계 회복이라는 무거운 과제를 떠안게 된 셈이다.
특히 올해 단체교섭 쟁점인 다년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노사간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
드블레즈 사장도 이를 의식하듯 역대 르노코리아 대표이사 사상 처음으로 5월4일 열린 2022년도 단체교섭 상견례에 참석하면서 노조와 소통을 강화하려는 행보를 보여왔다.
드블레즈 사장은 상견례 자리에서 “현재 진행하고 있는 오로라 프로젝트(친환경차 신차 개발)는 매우 중요하다”며 “이를 성공하기 위해서는 모든 임직원이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하며 노사 협력이 필수적이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드블레즈 사장이 신뢰 회복에 적극적으로 나서 노조와 관계를 회복한다고 해도 올해 단체교섭에서 당장 다년 합의를 이루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단체교섭을 대표로 진행하는 르노코리아 노조 지도부의 임기가 올해 12월 말까지여서 올해 다년 합의를 수용하면 현 집행부가 임기 뒤 단체교섭까지 진행하게 된다는 점 때문이다.
르노코리아 노조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26일쯤 중앙노동위의 조정중지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회사와 소통을 하고 있지만 수용하기 어려운 다년 합의 조건을 계속 내세운다면 노조도 결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