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효 기자 kjihyo@businesspost.co.kr2022-07-08 16:3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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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유통업계 ‘빅3’가 광주광역시를 주목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이 광주시에 미래형 문화복합몰을 건립하겠다고 밝히면서 광주 복합쇼핑몰이 유통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 광주 북구 임동의 옛 전남방직·일신방직 공장 부지 약 31만㎡ 전경. <연합뉴스>
하지만 아직 광주시의 인·허가를 받아야하는 등 관련 절차들이 남아있는 데다 광주 복합쇼핑몰사업은 과거 한 차례 무산됐던 적이 있는 만큼 실현 가능성을 두고 의구심을 품는 시선도 있다.
8일 광주 지역사회와 유통업계 안팎에서는 광주 복합쇼핑몰 건립사업이 추진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과거와 달리 유통업계 ‘빅3’인 현대백화점그룹과 신세계그룹, 롯데그룹이 모두 관심을 보이고 있고 정치권도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광주 복합쇼핑몰 건립사업이 다시 주목받게 된 것은 현대백화점그룹이 6일 '더현대광주(가칭)'를 출점하기 위해 협의하고 있다고 밝히면서부터다. 현재 비어 있는 광주시 북구의 옛 전남방직·일신방직 공장부지 약 31만㎡에 미래형 문화복합몰을 짓겠다는 구상이다.
현대백화점의 발표에 신세계그룹도 복합쇼핑몰 건립 추진을 공식화하고 나섰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신세계그룹의 역량을 집중해 광주에 복합쇼핑몰 건립을 추진할 것이다”며 “쇼핑시설, 호텔 등을 갖춘 최고의 복합쇼핑몰로 개발하는 방안을 수립 중이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이 광주에 복합쇼핑몰 건립을 추진하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2015년 신세계그룹은 광주시와 함께 현재 광주신세계백화점 옆에서 운영하고 있는 이마트 부지와 주차장 등을 활용해 복합쇼핑몰과 특급호텔 지으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당시 소상공인단체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계획이 무산돼 신세계그룹에는 쓰라린 기억으로 남아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문화복합몰이 계획대로 옛 전남방직·일신방직 부지에 들어선다면 신세계그룹은 더 긴장할 수밖에 없다.
현재 광주신세계백화점 및 이마트와 옛 전남방직·일신방직 공장 부지는 직선거리로 약 500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상권이 겹친다는 점에서 광주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의 매출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 역시 광주에서 복합쇼핑몰사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롯데그룹은 광주시에 롯데백화점, 롯데아울렛, 롯데마트 맥스(창고형 할인매장)를 비롯해 롯데마트 3곳을 진출시키는 등 유통업계 가운데 가장 많은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광주 복합쇼핑몰사업 참여에 의지를 가지고 검토 중이다”며 “대상 부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지만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 현대백화점이 운영하는 '더현대서울' 전경.
복합쇼핑몰 건립에 대한 광주 시민들의 기대는 커지고 있다.
광주는 인구가 143만 명에 이르는 광역시지만 규모 10만㎡ 이상의 대형 복합쇼핑몰이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광주 시민들은 원하는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대전광역시와 부산광역시로 원정을 가고 있다.
광주 농성동에 거주하는 30대 A씨 “창고형 할인매장에 가기 위해 1~2시간 거리에 있는 대전에 가고 여수에 사는 친구는 백화점 가려면 2시간 정도 걸리는 부산에 간다고 한다”며 “다른 지역에서는 흔한 쇼핑몰이 광주에는 하나도 없어 직접 물건을 보고 사기 위해서는 다른 곳까지 가야해 너무 불편하다”고 말했다.
광주 두암동에 거주하는 40대 B씨는 "광주에는 다른 지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쇼핑할 곳이 너무 없어 회사의 젊은 직원들은 명품을 사러 KTX를 타고 서울까지 간다고 하더라"며 "시대가 바뀌고 시민들 생각도 바뀌고 있는데 광주는 너무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광주 시민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쇼핑 욕구를 채우고 있다는 사실은 수치로도 드러난다.
광주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광주·전남의 신세계 멤버십 회원이 2021년 한 해 동안 다른 지역 신세계백화점에서 쓴 금액은 1천억 원이 넘는다.
대전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에서 광주·전남 신세계 멤버십 회원이 쓴 금액은 개점 첫 달인 지난해 8월에만 50억 원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대전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는 신세계그룹이 광주 복합쇼핑몰 건립사업이 무산된 뒤 세운 곳이다. 대전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의 전체 매출 가운데 대전이 아닌 지역에서 거주하는 소비자의 매출 비중은 50%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5년 전과 달리 정치권에서도 광주 복합쇼핑몰 건립사업 추진을 지지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광주 복합쇼핑몰 유치를 내건 데 이어 올해 6월 당선된 강기정 광주광역시장도 같은 내용의 공약을 내놨다.
하지만 앞으로 광주시의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아직 많은 단계가 남아 있는 만큼 복합쇼핑몰 건립을 낙관하기만은 어렵다.
현대백화점그룹의 광주 복합쇼핑몰 건립 추진 발표에 강 시장은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강 시장은 7일 열린 광주시장직 인수위원회 활동 보고서 전달식 이후 "아직 어느 유통사업자도 (공식적으로) 제안한 바 없고 현대백화점그룹이 얘기하는 게 광주시에서 생각하는 복합쇼핑몰 개념에 해당하는지도 알 수 없다"며 "위치, 시민과 시가 생각하는 모델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니 '복합쇼핑몰은 이런 거다'라는 규정을 시에서 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과거에도 강하게 반대했던 소상공인단체를 설득하는 일도 남아 있다.
2015년 신세계와 광주시가 복합쇼핑몰 건립을 추진했을 때 광주자영업연대와 금호월드 광주신세계 호텔건립 반대 추진위원회는 시위를 열고 자영업자들이 생계에 위협을 받을 수 있으며 교통 혼란이 빚어질 것이라고 거세게 반발했다.
이밖에 앞서 광주시가 옛 전남방직·일신방직 터를 개발하는 조건 가운데 하나로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화력발전소 등을 원위치에 원형 보존하는 것을 원칙으로 내세운 만큼 문화재 보호에 대한 논란이 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민선8기 광주시장직 인수위원회인 '새로운 광주 시대 준비위원회'는 7일 오후 광주시청 중회의실에서 활동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광주시에 전달했다. 이 보고서에는 전남방직·일신방직 부지에 복합 문화 랜드마크를 조성하도록 제안하는 내용이 담겼다.
광주시장직 인수위원회는 7~8월에 복합쇼핑몰 사업제안서를 접수받아 올해 안에 사업자 선정과 설계 공모를 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