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가수 아이유, 걸그룹 에스파, 배우 김유정. 최근 시중은행들이 새 광고모델로 발탁한 연예인들이다.
금융권이 기존의 보수적 이미지를 벗고 미래의 주요 고객이 될 수 있는 젊은층을 적극 공략하기 위해 중년 배우 대신 아이돌이나 젊은 배우, 스포츠선수 등을 광고모델로 내세우는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최근에는 여기에 좀 다른 트렌드가 추가됐다.
시중은행들이 선택한 광고모델을 보면 젊은층에 인지도가 높은 '젊은 여성'이라는 공통점이 눈에 띈다.
하나은행은 4일 배우 김유정씨를 새 광고모델로 발탁했다고 밝혔다.
하나은행은 김유정씨가 기존 모델인 축구선수 손흥민 선수와 함께 6월 선포한 하나금융그룹의 새 비전인 ‘하나로 연결된 모두의 금융’을 고객들에게 전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김유정씨는 하나은행의 마이데이터 서비스 브랜드인 ‘하나합’ 브랜드 광고를 통해 가장 먼저 소비자들을 만날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배우 김유정씨가 가진 MZ세대 특유의 상큼 발랄함과 맑고 깨끗함, 건강하고 친근한 이미지가 하나은행이 추구하는 가치와 잘 부합해 새로운 광고모델로 선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올해 3년 만에 연예인을 광고모델로 내세우고 있다. 가수 아이유씨가 우리은행 임직원 대상 설문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는데 우리은행은 직원들의 의견을 그대로 받아들여 아이유씨를 광고모델로 발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은 아이유씨가 MZ세대부터 기성세대까지 아우르는 높은 인지도를 갖춘 점과 음악, 드라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쌓은 전문성과 신뢰성 등이 우리금융그룹이 추구하는 경영철학과 들어맞는다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에서는 2021년부터 걸그룹 에스파가 광고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특히 동남아시아 등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에스파의 인지도를 적극 활용하기 위해 KB국민은행 해외법인의 공식 홍보대사로도 에스파를 기용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젊은 고객 잡기에 집중하면서 선호하는 광고모델도 과거 중년 배우에서 20~30대 젊은 연예인으로 바뀌었지만 최근 시중은행들이 발탁하는 광고모델을 보면 어느 때보다 여성 연예인이 많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시중은행이 젊은 연예인을 광고모델로 내세우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여러 가지다. 일단 은행의 보수적 이미지를 벗고 미래의 주요 고객이 될 수 있는 젊은 고객을 끌어들이는 데 큰 효과가 있다.
광고모델로 기용한 배우나 아이돌이 해외에서 인기를 끌면서 글로벌 마케팅도 기대할 수 있다.
실제 최근 영화 ‘브로커’가 칸 영화제에서 수상하면서 이 영화에 출연한 아이유씨도 큰 주목을 받았다.
KB국민은행은 애초 에스파가 동남아시아에 많은 팬을 두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인도네시아법인 KB부코핀은행 유튜브 채널에 꾸준히 에스파 광고 영상을 올리고 있다.
무엇보다 아이유씨나 배우 김유정씨, 걸그룹 에스파 등이 각 분야에서 높은 전문성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적이 없다는 점도 광고모델 기용 과정에서 중요하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들은 최근 금리인상과 물가상승,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경제 상황 전반이 불안정한 상황이라 어느 때보다 고객에게 따뜻한 느낌과 신뢰를 심어줄 필요가 있다.
아이유씨나 배우 김유정씨가 여성으로 부드럽고 따뜻한 이미지를 고객들에게 전달하면서도 10년 넘게 연예계 활동을 변함없이 이어온 점이나 앞으로도 크게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거나 할 가능성이 적다는 점이 은행의 결정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남자 연예인이 법적이나 윤리적 잘못으로 TV에서 갑자기 자취를 감추면서 폐를 끼치는 일이 적지 않았던 만큼 상대적으로 여성 연예인이 그와같은 위험성이 적다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동안 한 연예인의 사생활이 논란이 되면서 그 연예인이 등장했던 광고가 TV에서 모두 사라진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