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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순 서울시장이 31일 오전 스크린도어 사고가 발생한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을 방문해 사고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정비용역업체 직원이 사망한 사건에 대한 비판여론을 진화하는 데 부심하고 있다.
이번 사고의 원인을 놓고 서울시의 자회사인 서울메트로가 직접관리 대신 외주방식을 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 당시 지하철 스크린도어 용역계약이 처음 추진됐는데 이를 두고 일각에서 ‘이명박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다.
◆ 박원순, 비판여론 진화 부심
박원순 시장은 31일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사고 현장을 찾아 시민 안전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서울시민에게 머리숙여 사죄했다.
박 시장은 “이번 사건의 책임은 전적으로 서울메트로에 있다”며 “사고원인을 철저하게 규명하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또 “이번 사고는 우리 사회 청년들이 내몰리는 현실에 대한 고발로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앞으로 서울시 산하기관 외주화에 대해 실태를 조사하고 전면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시장은 이날 구의역에 오기 전에 사고로 숨진 스크린도어 정비용역업체 직원 김모(19)씨의 시신이 안치된 병원을 방문해 유족을 위로했다.
김씨는 28일 구의역 스크린도어 오작동 신고를 받고 수리에 나섰다가 승강장으로 진입하던 열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여 숨졌다.
김씨는 지난해 말 졸업을 앞두고 스크린도어 운영 용역업체인 은성PSD에 취직해 최저임금수준인 월 140만 원을 받으며 일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당일인 28일은 김씨가 만 스무살이 되는 생일의 전날이었다.
김씨의 현장유품인 가방에서는 식사대용으로 추정되는 컵라면이 나왔다. 이 때문에 많은 이들이 청년들의 열악한 현실에 안타까움을 보였다. 시민들은 30일부터 구의역에 포스트잇을 붙이며 고인을 추모했다.
지하철 스크린도어 정비업체 직원이 작업하다 숨진 것은 이번이 네번째로 알려졌다. 2013년 성수역과 2014년 독산역, 2015년 강남역에서도 각각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같은 유형의 사망사고가 반복되자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해 관리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박 시장이 최근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과 달리 사건발생 초기에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서 대권행보에만 신경 쓰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박 시장의 구의역 방문과 사과는 이런 비판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도 이번 사망사고를 계기로 서울메트로를 대상으로 특별근로감독을 벌이기로 했다. 특별근로감독은 중대재해 다발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업장에 대해 실시하는 제도다.
고용노동부는 “서울메트로가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하고 추진하고 있다고는 하나 사고가 반복되는 것이 문제”라며 “법 위반사항에 대해서 엄중처벌하겠다”고 말했다.
◆ 용역계약이 원인, 이명박 책임론도
서울메트로가 채택하고 있는 최저가 방식의 외주발주가 스크린도어 정비업체 직원들의 사망사고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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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경호 전 서울메트로 사장. |
서울메트로는 2015년 3월 스크린도어 유지관리운영업무에 대해 용역을 발주했다. 최저금액을 써낸 업체가 낙찰을 받는 방식이었다. 서울메트로는 안전규정으로 ‘2인1조 작업원칙’을 내세웠다.
최저가 방식으로 입찰을 하면서 용역업체들은 인력부족에 시달렸고 현실적으로 ‘2인 1조’ 작업 원칙을 지킬 수가 없었다. 사고 당일인 28일에도 단 5명의 용역업체 직원이 1,2,3,4호선의 모든 역을 담당했다.
서울메트로도 이를 알고 있었지만 하청업체의 증원 요구에 대해서는 비용문제를 들며 소극적으로 나왔다. 서울메트로는 오히려 ‘신속수리’ 조항을 만들고 이를 어길 경우 하청업체에 지연배상금을 물렸다.
숨진 김씨의 가방에서 컵라면이 발견된 이유도 시간에 쫓겨 식사를 제대로 할 시간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용역업체 직원들의 사망을 두고도 서울메트로와 용역업체는 직원들의 ‘개인 과실’때문이라며 책임을 돌렸다.
반면 지하철 5호선에서 8호선을 운영하고 있는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직접 자회사를 세워 스크린도어를 관리하고 있고 기술과 부품도 표준화를 해놓았다. 서울도시철도공사의 스크린도어 고장 빈도는 서울메트로의 5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공공운수노조는 이날 서울 광진구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와 서울메트로는 안전업무에 대한 외주화를 중단하고 직영화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을 두고 ‘이명박 책임론’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서울시장을 맡았을 때부터 서울메트로는 스크린도어 외주화를 시작했다.
당시 서울메트로 사장은 강경호씨인데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다. 그는 현재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받았던 다스의 사장을 맡고 있다.
서울메트로와 유진메트로컴은 2004년 지하철2호선 승강장 스크린도어 제작과 설치, 운영사에 대해 계약을 맺었다. 유진메트로컴이 스크린도어를 설치해 운영하고 광고수익은 유진메트로컴이 차지하는 방식이었다.
유진메트로컴은 을지로역, 강남역, 교대역, 삼성역, 선릉역, 강변역 등 알짜배기 역들에 대해서 스크린도어 독점광고권을 받았고 계약기간도 22년 동안의 장기계약이었다. 이를 놓고 이해할 수 없는 특혜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