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조선사들이 경험 많은 인력을 빠르게 모으기 위해 퇴직자들에게까지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부터 수주 확대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최근 대규모 카타르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수주까지 더해져 인력 부족현상이 심해지자 이를 타개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 한국조선해양(위쪽)과 대우조선해양 로고.
23일 비즈니스포스트의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조선업계 인력난에 퇴직 인력을 다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현재 해양프로젝트 경력사원 계약직 채용을 진행하고 있는데 퇴직자도 지원이 가능하다.
5월28일부터 6월12일까지 진행한 서류 전형의 채용조건은 학력 무관에 해양 프로젝트 등 유관 업무 경험자가 전부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퇴직자들 역시 입사 조건에 부합한다면 지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조선해양은 기존의 ‘정년 후 기간제’ 제도를 최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정년 후 기간제 제도란 정년퇴직자 가운데 희망자의 신청을 받아서 내부 심사를 거친 뒤 계약직으로 입사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퇴직자 가운데 고숙련 기능공 등은 각 생산공정 및 부서의 필요에 따라 다시 입사로 이어지는 사례가 자주 있다”고 말했다.
조선업계에서 이처럼 퇴직자 손까지 빌려야 할 정도로 인력 부족현상이 벌어지는 것은 친환경 선박 수요가 급증하면서 관련 기술력에서 앞선 한국 조선사들의 수주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조선3사는 모두 수주 목표치를 크게 넘겼다. 이들 3개 회사의 수주 총액은 모두 466억 달러로 수주목표(317억 달러)를 47%나 초과 달성했다.
조선사별로 보면 지난해 한국조선해양은 225억 달러를 수주해 수주목표 달성률 150%, 대우조선해양은 107억7천만 달러 어치 일감을 확보해 달성률 141%를 기록했다.
삼성중공업도 지난해 목표인 91억 달러를 34% 초과한 122억 달러를 수주했다.
올해 들어서도 23일까지 누적 기준 조선3사의 수주목표 달성률은 70%를 웃돈다. 게다가 카타르발 LNG운반선 수주도 조선3사가 중장기적으로 안정적 일감을 확보하는데 힘을 보태고 있다.
대규모 카타르 LNG 프로젝트(노스필드)에 따라 카타르 국영석유기업 카타르에너지는 조선3사에 앞으로 5년 동안 매년 20척 정도의 LNG운반선을 꾸준히 발주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도 조선사들이 퇴직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데 공감대를 갖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9월9일 발표한 ‘K-조선 재도약 전략’에서 퇴직자를 동일 업종에서 재고용할 때 채용장려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재고용기업에 매달 30~50만 원, 최대 8개월까지 지원하는 내용 등이 골자다.
퇴직자들까지 활용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고숙련 인력들을 구하기가 어렵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영입대상 1순위로 알려진 고숙련 용접공들은 조선업의 오랜 불황에 타지로 이동해 정착한 사례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조선업계에서는 퇴직자들의 재고용뿐 아니라 근본적 인력수급 대책이 필요하다는 시선도 나온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10년 전 불황 때 조선소가 많이 모여 있는 경상도 지역에서 경기도로 이동한 용접공 지인이 그동안 집값이 올라 아예 내려올 생각이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또 조선업 용접공은 솜씨가 좋아 건설업계 등으로 옮기면 좋은 대우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소에서 일할 때와 비교해 노동 강도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점도 용접공의 조선소 복귀를 꺼리는 이유로 전해진다.
조선업계 다른 관계자는 “아쉬운 대로 현재 퇴직자들을 대상으로 인력을 모집하고 있지만 용접공 등 고숙련 인재들은 워낙 영입경쟁이 치열해 퇴직자 채용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사외 협력사 등에서는 외국인 근로자 채용 등을 늘리는 등 추가적인 인력 확충 방안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소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