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평생 하고 있는 일인데 이런 적은 처음이다."
한상원 한앤컴퍼니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남양유업 M&A(인수합병) 관련 갈등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앤컴퍼니가 1년 넘게 종결하지 못하고 있는 남양유업 인수 거래를 마무리짓기 위해 팔을 걷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한앤컴퍼니가 남양유업 최대주주인
홍원식 회장 등을 상대로 제기한 주식양도 소송의 증인신문이 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이뤄졌다.
평소 공개석상에 자주 등장하지 않았던 만큼 한 사장의 증인 출석 여부에 관심이 몰렸다.
일각에서는 한 사장이 출석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시선도 나왔지만 한 사장은 사건의 핵심에 있는 만큼 직접 법정에 출석해 정면돌파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한 사장의 증인신문은 오후 4시30분 시작됐다.
한 사장은 공책과 펜을 들고 증인석에 착석했다. 증인신문이 진행되는 동안 수시로 질문과 답변 관련 내용을 메모하기도 했다.
반대신문에서는 한 사장이 상대측 변호인에게 기업 인수합병(M&A) 관련 배경지식을 설명해주기도 했다.
한 사장의 상세한 설명은 전문성을 돋보이게 하기에 충분해 보였다.
한 사장은 1994년 예일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모건스탠리PE에서 일했고 2010년 한앤컴퍼니를 세웠다.
한 사장은 사모펀드업계에서 M&A관련 업무만 28년째 하고 있는 전문가다. 한 사장이 이끄는 한앤컴퍼니는 국내를 대표하는 사모펀드운용사(PE)로 12년 동안 33건의 M&A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증인신문에서는 백미당 등 외식사업부 분사와 관련한 사항이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홍 회장 측은 백미당 분사가 사전에 합의된 내용이며 한 사장이 약속한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홍 회장은 "백미당 문제와 오너일가에 대한 예우는 매매계약의 대전제였다"며 "5월11일 첫 만남에서
한상원 사장도 약속한 내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 사장은 "M&A 첫 미팅에서 어떤 약속이 오가는 일은 없다"며 "첫 미팅은 제안하는 자리고 그 제안이 바로 받아들여지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보통 인수합병 거래가 종결되기까지 수많은 제안이 오가고 수차례 협상이 진행된다. 거래 당사자들의 첫 만남에서 의미있는 합의에 도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홍 회장이 말하고 있는 정황은 한 사장 본인의 오랜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뜻으로 읽힌다.
게다가 한앤컴퍼니와 홍 회장이 2021년 5월27일 서명한 주식매매계약서에는 홍 회장이 주장하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한 사장은 이를 두고 "M&A 거래에서 합의된 내용이 서면에 포함되지 않은 사례는 없다"고 일축했다.
한 사장은 조 단위 랜드마크 거래도 문제없이 마무리한 인수합병 전문가임에도 이번에 소송전에 휘말려 1년 넘도록 거래종결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 쌓아올린 한앤컴퍼니의 위상에 타격을 줄 수도 있는 일이다.
한 사장이 이번 재판에서 '정면돌파'를 선택하면서 남양유업 관련 갈등을 빠르게 마무리지으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