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이코우국제면세도시 예상 조감도. <중국철도베이징공정국그룹>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국영면세품그룹(CDFG)이 올해 안에 중국 하이난성에 건축면적 92만6천 제곱미터(㎡)에 이르는 세계 최대 규모의 ‘면세도시’를 개장한다.
한국 면세점의 매출 의존도가 높은 중국인 소비자들과 보따리상의 발길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맞춰 실적 회복을 기대하고 있던 한국 면세점 업계에 위협이 커지고 있다.
16일 중국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세계 최대 규모의 ‘하이코우국제면세도시’ 복합 면세쇼핑센터 건축물 시공 단계가 마무리 됐고 올해 안에 개장을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하이코우국제면세도시는 '아시아의 하와이'로 불리는 중국 최남단 섬 하이난성의 하이코우시 서해안 신하이항구 동쪽에 위치해 있다. 전체 면적은 92만6천 제곱미터, 면세점쇼핑센터 건축물 면적만 28만9천 제곱미터에 이른다.
하이난성 남쪽에 위치해 있는 싼야국제면세점까지 포함해 규모 기준 세계 1위와 2위 면세점이 모두 하이난성에 자리하게 됐다. 하이코우국제면세도시와 싼야국제면세점은 모두 중국국영면세품그룹에서 운영하고 있다.
중국국영면세품그룹은 매출 기준 중국 면세점 시장점유율을 90% 가까이 차지하고 있으며 중국 당국이 유일하게 내수 시장에서 면세점 사업 운영을 승인한 국유회사다.
포스트 코로나19 시대가 열리면서 중국인 관광객들의 수요 증가로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했던 국내 면세점 업계에 하이코우국제면세도시 개장이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인 고객이 한국 면세점 업계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 영향으로 하늘길이 막힌 사이 한국 면세점 업계 매출 비중에서 따이궁(중국 보따리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코로나19 사태 이전 60~70%에서 최근에는 90% 수준까지 올랐다.
따이궁은 한국 면세점에서 화장품을 비롯한 한국 브랜드 제품뿐 아니라 해외 명품 시계나 액세서리 등을 주요 품목으로 구매하고 있다.
하이코우국제면세도시에 다양한 글로벌 명품 브랜드 매장이 입점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중국 보따리상이나 중국인 소비자들이 한국 면세점을 찾을 이유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 하이코우국제면세도시 예상 조감도. <중국철도베이징공정국그룹> |
한국 면세점 업계는 정책적 환경과 관련해서도 중국보다 불리한 위치에 놓여있다.
중국 당국은 2018년부터 해외 면세점에서 대규모 지출을 하고 있는 중국인 관광객을 내수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면세점 업계 지원 정책을 대대적으로 확대했다.
중국 당국은 2011년부터 하이난성과 중국 본토를 오가는 내·외국인에 면세점 쇼핑 혜택을 주는 ‘이도면세정책’을 시행했고 혜택 범위를 더 늘린 개정안을 2020년 7월1일부터 시행했다.
개정안에서 가장 크게 바뀐 부분은 1인당 구매한도가 3만 위안(575만 원)에서 10만 위안(1917만 원)으로 대폭 상승한 것이며 구매 품목 수와 구매 횟수 제한도 사라진 점이다. 구매한도와 면세한도 모두 10만 위안으로 내외국인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
중국 당국이 개정안을 시행한 2020년 7월1일부터 12월24일까지 하이난성에 위치한 면세점 4곳의 총 매출액은 2019년 같은 기간보다 226% 늘었다.
중국국영면세품그룹은 이에 힘입어 세계 면세점 업계 1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영국 면세점 산업 전문지 무디데이빗리포트에 따르면 2020년 매출 기준 세계 면세점 업계에서 중국국영면세품그룹이 1위, 롯데면세점은 2위를 기록했다. 2014년부터 1위 자리를 지키던 스위스 면세기업 듀프리는 코로나19 영향을 받아 3위로 밀려났다.
2021년에도 하이난성 면세점의 전체 매출액은 2020년보다 83% 증가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냈다.
중국 당국은 현재 자국 관광객과 면세품 수요를 최대한 내수 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하이난성을 아시아 관광 및 면세쇼핑 종합 도시로 세우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최근 중국 당국은 ‘2022년 이도면세점 매출 촉진 액션플랜’을 추가로 발표하면서 하이난성 관광객 수 증대와 관광지 홍보 강화, 신규 면세품 품목 및 브랜드 수 확대 등에 관련된 지원책을 내놓았다.
당장 중국을 대체할 수요가 없는 국내 면세점 업계 입장에서는 중국 소비자들을 포기할 수 없는 만큼 한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갑 호텔롯데 면세사업부 대표이사는 2021년 6월 열린 세미나에서 “중국은 놓쳐서는 안 되는 중요한 시장인 동시에 세계 면세점 시장에서 부상하는 가장 큰 경쟁자”라며 “한국 면세점이 발전하기 위해 국회와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바탕으로 한 과감한 제도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노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