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대만 최대 IT전문매체 디지타임스 사장이자 반도체업계 전문가로 꼽히는 황친융 사장이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을 두고 선두기업인 대만 TSMC를 단기간에 추월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삼성전자가 인수합병을 통해 기술력을 키워 TSMC를 위협할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이는 쉽지 않은 선택지로 분석된다.
14일 대만 연합신문망에 따르면 황친융 사장은 현지 유튜브 채널 ‘세계를 보는 라오셰’에 출연해 삼성전자가 TSMC의 경쟁력을 단기간에 추월하기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황 사장은 TSMC가 기술력과 생산 규모 측면에서 모두 삼성전자를 월등히 앞서고 있다는 점을 첫 번째 이유로 강조했으며 TSMC의 다변화된 고객사 구조를 두 번째 이유로 꼽았다.
TSMC는 현재 세계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점유율 53%를 차지하고 있고 500곳에서 600곳에 이르는 반도체 설계 기업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부 연간 매출이 TSMC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않아 TSMC와 비슷한 규모로 반도체 장비를 구매하거나 신기술 연구개발에 투자하기 어렵다는 점도 배경으로 꼽혔다.
황 사장은 “삼성전자가 TSMC와 같은 금액을 장비 구입에 투자하려면 매출의 180%가 넘는 금액을 써야 하고 연구개발에는 매출의 24%에 해당하는 금액을 투자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국 정권교체가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에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지만 앞으로 이뤄질 변화가 TSMC에 큰 영향을 줄 수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윤석열 정부가 미국과 외교관계를 강화하면서 미국 반도체 공급망에서 삼성전자의 역할도 커질 수 있지만 TSMC에 위협이 될 정도는 아니라는 의미다.
황 사장은 “미국이 세계 반도체 1위 국가지만 핵심 생산기술은 모두 대만에 집중돼 있고 이를 활용해 만들어 내는 최신 제품도 대부분 대만이 생산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황 사장에 따르면 세계 반도체 시장 전체 매출에서 미국이 49.3%로 1위, 한국은 19.2%로 2위, 대만은 9.7%로 3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산업별로 보면 생산 및 제조 부분에서 대만은 미국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다만 황 사장은 삼성전자가 EDA업체를 인수한다면 TSMC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EDA는 반도체 레이아웃을 설계하는 소프트웨어 도구이며 반도체 설계와 검증 등을 자동화하는 역할을 한다. 미세공정 반도체 기술을 구현하는 데 필수로 사용된다.
삼성전자는 현재 이를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인수합병을 통해 EDA 기술을 내재화한다면 기술 발전 측면에서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TSMC가 잇따라 대규모 설비투자 계획을 공개한 상황에서 EDA 기업들이 자체적 성장 기회를 무시하고 매각을 선택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황 사장은 삼성전자가 영국 반도체 설계 기업 ARM과 같은 기업을 인수하게 되는 경우에도 시장점유율을 높여 TSMC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지만 이는 쉽지 않은 선택지일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았다. 노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