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생산에 고삐를 죄고 있다.
미국에서 태양광 발전 수요가 커지면서 전력을 저장하기 위한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도 함께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5일 외신 및 배터리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LG에너지솔루션은 2023년 10월부터 표준 크기의 리튬인산철 배터리 셀을, 2024년 상반기부터 대형 리튬인산철 배터리 셀을 양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LG에너지솔루션은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주력으로 생산해왔다.
주로 전기차에 쓰이는 NCM배터리는 주행거리와 밀도, 무게 등 측면에서 장점이 있지만 최근 니켈과 코발트 등 주요 소재의 가격 급상승으로 리튬인산철 배터리에 가격 경쟁력에서 크게 밀리고 있다.
권영수 부회장은 리튬인산철 배터리에 공간과 충전 효율이 좋은 파우치 방식을 적용해 중국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는 각형 위주의 리튬인산철 배터리에 맞서 승부를 내겠다는 구상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권 부회장은 1월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을 앞두고 가진 간담회에서도 "기술력을 바탕으로 경쟁력 있는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만들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권 부회장이 리튬인산철 배터리 양산에 고삐를 죄는 것은 급격하게 성장하는 글로벌 에너지저장장치 시장 공략과 관련이 깊다. 특히 미국에서 태양광발전 시장이 커지면서 이와 관련한 에너지저장장치 시장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은 임기내 주요 과제로 전력 인프라 확충을 뼈대로 하는 ‘더나은 재건 법(BBB)’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하원을 통과한 이 법안은 1조2천억 달러의 예산을 투입하는 정책을 담고 있다.
그 가운데 탈탄소를 위한 태양광 발전 등 친환경 에너지 산업을 육성하는 계획이 핵심 과제로 제시되어 있다. 친환경 에너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최근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 가운데서도 특히 태양광 발전은 전력 생산이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성격으로 인해 에너지저장장치 의존도가 크다.
글로벌 시장조사기업 우드맥킨지에 따르면 2021년 미국의 ESS 시장은 55억 달러 규모로 2020년과 비교해 3배 이상 성장한 것으로 파악된다. 태양광 발전 확산에 따라 에너지저장장치 시장도 함께 커질 공산이 크다.
권 부회장은 에너지저장장치에 다량의 배터리가 들어갈 수 있는 만큼 기존 삼원계 배터리보다 가격이 낮은 리튬인산철 배터리로 시장경쟁력을 갖추는 전략을 구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더구나 LG에너지솔루션의 삼원계 배터리가 들어간 에너지저장장치에서 화재가 발생한 사건도 있었던 만큼 상대적으로 안정성을 높인 리튬인산철 배터리로 안정성과 성장성을 모두 잡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권 부회장은 에너지저장장치에 리튬인산철 배터리 적용을 확대하기 위해 미시간주에서 운영하는 배터리 공장을 중심으로 리튬인산철 배터리 생산비중을 늘리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배터리업계에서는 이와 같은 권 부회장의 행보를 두고 앞으로 전기차 분야까지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공급하는 방안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새로 생산되는 리튬인산철 배터리가 기존에 생산하던 NCM배터리와 같은 포맷 및 사이즈로 출시되는 만큼 향후 전기차용 파우치형 배터리에도 충분히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전기차 시장이 급격하게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늘리면 저가형 전기차 시장 공략에 잇점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리튬인산철 배터리 양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에너지저장장치 외의 용도나 구체적 양산시점에 대해 현재까지 확정적으로 말씀드릴 내용은 없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