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주성 기자 noxket@businesspost.co.kr2022-05-10 11: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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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탈석탄과 재생에너지 확대가 함께 갈 때 건강하고 정의로운 에너지전환이 이뤄질 수 있어요.”
이석영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3일 서울 성동구 헤이그라운드에 있는 기후솔루션 사무실에서 이뤄진 비즈니스포스트 인터뷰에서 재생에너지 확대의 중요성을 이렇게 강조했다.
▲ 이석영 기후솔루션 연구원이 3일 서울 성동구 헤이그라운드에서 비즈니스포스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기후솔루션은 에너지, 기후변화 정책 등과 관련해 법률, 경제, 금융, 환경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비영리단체다. 효과적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을 연구하면서 정책 제안 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후솔루션은 대표인 김주진 변호사가 2016년에 설립했다. 김 대표는 로펌 김앤장에서 전력·환경규제 관련 업무를 주로 담당했다. 이후 미국에서 세계적 비영리 환경보호단체인 환경방어기금(EDF) 등을 접한 뒤 이에 영향을 받아 기후솔루션을 만들었다.
현재 45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올해 60명까지 규모를 늘린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기후솔루션은 환경 문제에 관심이 있는 국내외 단체, 기관 등의 지원 및 후원을 받아 운영된다.
기후솔루션은 특히 설립 초기부터 석탄발전 문제를 관심있게 바라봤다. 국내에서 석탄화력발전 비중이 가장 높고 온실가스 배출량도 가장 많은 만큼 반대로 이 문제를 해결하면 온실가스 감축효과가 가장 크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국내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강릉과 삼척에 모두 4기의 신규 석탄화력발전소가 건설되고 있다.
기후솔루션을 비롯한 환경단체들은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과감히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도 열었다.
한국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40% 감축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계에 공언했다. 그럼에도 신규 석탄화력발전소가 새로 들어서게 되는 만큼 논란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이 연구원은 기후솔루션에서 석탄발전과 관련된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계획학과에서 에너지 관련 정책을 공부했으며 2020년 기후솔루션에 합류했다.
다음은 이 연구원과 일문일답이다.
-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탈석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이 추진되면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은 당장에라도 중단해야 한다.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는 온실가스 배출로 환경을 오염시킬 뿐 아니라 충분한 수익성도 확보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는 탄소중립 목표에 따라 2050년에 모두 폐쇄된다. 설계수명인 30년을 가동하지도 못한 채 문을 닫게 되는 것이다. 기후솔루션, 충남대학교, 카본트래커의 공동연구에 따르면 신규 석탄화력발전소가 전력판매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최소 39% 이상의 가동률을 유지해야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온실가스 배출규제, 재생에너지 보급 강화 등 현행 에너지 정책에 따라 석탄화력발전소의 가동률은 갈수록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들은 이르면 2030년 이후, 보수적으로 가정하더라도 2035~2040년 사이에 수익성을 잃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기업들도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RE100을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석탄화력발전을 통해 생산한 전기의 수요는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는 만큼 경제성 측면에서 이익이 크지 않다.
또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감축목표 등이 강화되면 신규 석탄화력발전소의 미래는 더욱 어둡게 된다. 이에 과감히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중단하고 이를 재생에너지 확대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이 기회비용 등을 고려할 때 오히려 이익이 된다고 본다.”
-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유럽 등 일부 국가에서는 안정적 에너지 수급을 위해 석탄발전을 연장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는데.
“석탄을 비롯한 화석연료는 좌초자산이자 기후 위기의 주범이다. 단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석탄발전에 나서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본다. 장기적으로 탈석탄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인 만큼 우리나라도 어떤 이유에서라도 탈석탄 기조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
에너지 수급 문제가 나올 때 석탄을 찾는다는 것은 오히려 석탄 의존도가 크다는 반증으로도 볼 수 있다. 우리는 생산된 전기가 필요한 것이지 석탄발전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석탄발전 비중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로 전환한다면 장기적으로 안정적 에너지 수급을 통한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데도 결국 도움이 될 것이다.”
- 암모니아 혼소, 탄소포집저장 기술 등 전기 생산 과정에서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기술들도 개발되고 있다.
“암모니아 혼소나 탄소포집저장 등은 모두 화석연료 발전을 전제로 한다. 이러한 기술들은 온실가스 배출을 감소시키지만 결국 폐쇄돼야 할 화석연료 발전소들의 수명을 연장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이해관계자들에게 석탄발전 수명 연장의 빌미로 작용할 우려도 있다.
또 암모니아 혼소 등은 기존 석탄화력발전보다 더 많은 비용이 투입되는 반면 온실가스 감축효과는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요컨대 투입되는 비용에 비해 얻을 수 있는 편익이 적은 것이다.
이러한 기술에 비용을 투자하는 것보다 석탄화력발전소를 조기 폐쇄하고 이를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투자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가장 효과적이라고 본다.”
- 재생에너지 쪽도 문제가 없지 않다. 높은 발전단가에 따른 요금인상 우려, 태양광·육상풍력발전소의 국토훼손 문제 등의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석탄이 저렴하고 재생에너지가 비싸다고 인식된다. 하지만 석탄발전 설비용량이 가장 큰 데다 석탄에 총괄원가 보상제를 적용하는 등 에너지정책과 사업 환경이 석탄을 중심으로 이뤄진 영향도 크다.
세계적으로 태양광·풍력발전 비용은 지속적으로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전력경영연구원 보고서를 보면 국내 재생에너지의 균등화 발전단가(LCOE)도 지속적으로 하락해 2027년에 석탄발전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재생에너지를 적극 늘리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다면 발전단가를 더욱 낮출 수 있다.
물론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과정에서 산림 파괴 등 무분별한 확대는 지양해야 한다. 이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 등도 마련해야 한다. 건물일체형이나 지붕태양광 등 친환경 재생에너지 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다.
다만 기후위기는 당장 당면한 과제다. 우리 주위 모든 환경과 생태계가 파괴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다. 탈석탄과 그에 따른 재생에너지 확대는 멈춤 없이 지속돼야 한다.”
- 새 정부에서는 기존 탈석탄 목표를 유지하면서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조화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다.
“새 정부가 탈석탄 기조를 이어가는 것은 긍정적이다. 다만 재생에너지 확대와 관련된 의지에는 의문이 있다.
탈석탄과 재생에너지 확대는 함께 가야 한다. 석탄화력발전을 없애고 재생에너지가 늘어날 때 건강하고 정의로운 에너지전환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
새 정부는 탈석탄과 관련해 구체적 로드맵도 마련해야 한다. 앞선 정부에서도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40%로 상향하겠다고 세계에 약속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석탄화력발전소 조기폐쇄 등 목표 달성을 위한 실질적 계획은 전혀 수립되지 않았다.
세계적으로 탈석탄 목표를 단축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만큼 새 정부는 에너지 수급 대책과 그에 따른 석탄화력발전소 조기폐쇄 등의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실행해야 한다.
투자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국내에서는 복잡한 인허가, 출력제한 등 재생에너지를 확대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이 미흡하다. 재생에너지 사업에 원활한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규제와 제도 등을 보완하고 투자가 확대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 올해 기후솔루션의 계획이 있다면.
“여러 기후단체들과 함께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중단을 촉구하기 위해 논의를 이어가고 행동에도 적극 나설 것이다.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중단과 탈석탄 로드맵 마련 등이 정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국회에도 우려의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전달하려 한다.
또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많은 사람들이 기후위기 문제 해결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캠페인도 진행할 것이다.” 은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