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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시행 100일, 실효성 논란에 법 개정 논의로 혼란 가중

박혜린 기자 phl@businesspost.co.kr 2022-05-06 16: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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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 100일째를 맞았다.

현장 노동자의 사망사고가 이어지고 있어 법의 실효성에 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필요한 인력을 갖춰’, ‘필요한 예산을 편성, 집행할 것’ 등 규정을 두고 혼란을 호소하고 있다. 
 
중대재해법 시행 100일, 실효성 논란에 법 개정 논의로 혼란 가중
▲ 중대재해처벌법 1호 사건으로 주목받고 있는 경기 양주시 삼표산업 채석장 붕괴매몰사고 현장 모습. <연합뉴스> 

6일 재계와 노동계, 정치권 등 각계각층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의 보완입법을 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새 정부가 국정과제로 중대재해처벌법을 개선하겠다고 하면서 법 규정의 모호성과 처벌 수위의 적정성 등에 관한 논쟁에 더욱 불이 붙는 모양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은 중대재해처벌법 보완입법 건의서 제출을 준비하고 있지만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등 노동계는 처벌수위 완화 움직임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제 시행 100일에 들어선 법률을 흔들면서 법이 유명무실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까지 나온다.

한국노총은 지난 4일 성명을 통해 “(인수위가 밝힌) 불확실성 해소, 안전보건확보 의무 명확화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안전보건확보 의무를 산업안전보건법과 유사하게 만들어 경영책임자와 법인이 수사와 재판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주는 것이다”고 비판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 등이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등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아 사망사고와 같은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처벌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고 있다.

그런데 경영책임자의 책임과 처벌에 관한 부분을 완화하면 기존 산업안전보건법만 있을 때와 달라질 게 없다는 게 노동계의 주장이다.

노동계는 중대재해법의 처벌수위를 낮출 경우 중대재해를 심각하게 다루고 처벌하겠다는 법의 상징성도 훼손될 수 있다고 바라본다.

다만 법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처벌 양형 부분까지 포함해 모호한 규정에 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견해는 노동계도 크게 반대하지 않고 있다.

법조계 등에 따르면 현재 중대재해처벌법은 구성요건부터 애매하게 규정돼 있어 실제 이 법에 근거해 형사기소를 하더라도 법적 해석 등 부분에서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대검찰청 내부에서도 ‘중대재해처벌과 관련한 위헌성 검토’ 논문이 나오기도 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아무리 강력한 처벌을 규정하고 있더라도 기업이 처벌받지 않고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법의 효용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건설사들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안전부문에 별도의 대표이사, 안전보건책임자(CSO) 등을 세운 것을 두고 법의 이런 미비함을 노린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 확보 의무가 있는 사업주나 경영책임자 등’을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 경영책임자의 범위, 직책 등이 명확하지 않다.

양형기준 부분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법일수록 세부적 양형기준을 마련해 판결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안전보건법과 법의 취지, 처벌대상 등이 달라 판결에 참고할 사례도 아직 없다.

이 법은 제정 전부터 실효성을 놓고 건설사들의 반대가 많았다.

건설사의 경영 부담과 불안정성을 높일 뿐 사고예방보다는 과도한 처벌에 치우쳐 있다는 주장이 뼈대를 이룬다. 특히 안전 인력과 예산 확보 등에 투자여력이 부족한 중소업체는 아예 손을 놓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가 전국 중소업체 504곳(50인 이상 300인 미만)을 대상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00일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 법의 의무사항에 관해서도 잘 모르고 있는 곳이 절반에 이르렀다.

고용노동부의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현황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올해 1분기 산재 사망사고는 141건, 사망자 수는 157명이었다. 

2021년 1분기 산재 사망사고 163건, 사망자 수가 166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줄어들었지만 효과는 크지 않았다.

건설업으로 좁혀봐도 같은 기간 재해 사망자는 7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명 감소했을 뿐이다.

또한 이런 감소마저도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뒤 처벌 1호 기업의 불명예를 피하기 위해 일정 기간 잠정적으로 작업을 중단한 현장 등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건설 경기 활성화로 작업 현장이 많아지면 다시 재해가 많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처벌 부분에서도 아직 구체적 결과는 나오자 않았다.

수사와 재판 시간을 고려하면 현 시점에서 판단하기 이른 것이 사실이다. 중대재해처벌법 1호로 입건된 삼표산업 채석장 붕괴사고에 관해서는 아직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채석장 붕괴사고는 근로자 3명이 숨진 사건이다. 

하지만 법적 구성요건의 모호함 등의 문제로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질 거라는 기대감도 낮다는 게 문제다. 실제 경영책임자가 이 법 위반으로 입건된 사건이 현재까지 모두 27건이지만 이 가운데 1건만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앞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지난 3일 110대 국정과제 가운데 노동분야 과제로 산업안전보건 관계법령 개정 등을 통해 현장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현장에 맞는 기업 자율의 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도 대선 후보 시절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은 법적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많고 기업의 경영의지를 위축시키는 메시지를 강하게 준다”며 중대재해처벌법 완화 의지를 보여왔다. 박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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