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세계 전기차 배터리시장 1위 업체인 중국 CATL이 배터리 용량과 성능 효율을 개선한 신형 ‘기린’ 배터리를 이른 시일에 정식으로 공개하고 고객사에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차세대 배터리인 '4680' 배터리셀로 전기차시장에서 경쟁력 확보를 목표로 두고 있던 LG에너지솔루션이 고객사 물량 공급을 두고 치열한 경쟁에 직면할 수 있다.
중국 CATL은 5일 열린 온라인 콘퍼런스콜을 통해 1분기 실적 및 중장기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쩡위친 CATL 회장은 이날 개발을 진행 중인 기린 배터리의 기술적 우수성을 강조하면서 2분기 안에 이를 시장에 선보이고 고객사 확보에 주력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CATL은 3월 한 배터리 행사에서 기린 배터리를 개발 중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렸는데 이를 시장에 선보인다는 계획을 구체화해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린 배터리는 테슬라 등 주요 전기차 배터리 고객사의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에 쓰이는 원통형 배터리셀 신제품이다.
CATL은 기린 배터리의 용량이 4680 원통형 배터리와 비교해 13% 더 큰 용량을 갖추면서도 성능과 생산 원가, 무게 등 측면에서 더 우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기린 배터리를 전기차에 처음으로 탑재하는 고객사는 미국 테슬라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테슬라가 이미 중국 상하이공장에서 생산하는 전기차에 CATL 배터리를 사들여 탑재하고 있는 데다 테슬라 생산공장이 위치한 미국에 CATL이 대규모 배터리공장 투자 계획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시장 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CATL은 1분기 세계 전기차 배터리시장에서 33.3%의 출하량 점유율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한국 배터리3사의 출하량을 합친 것보다 많은 수준이다.
기린 배터리가 시장에 본격적으로 출시되고 전기차 고객사를 확보해 나간다면 세계 2위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이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될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테슬라 상하이공장에 원통형 배터리를 납품하며 CATL과 직접 경쟁하고 있는데 배터리 기술과 원가 측면에서 장점을 갖추지 못하면 공급 물량을 빼앗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CATL에 맞서는 LG에너지솔루션 역시 차세대 원통형 4680 배터리 개발에 주력하며 기술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그러나 일본 파나소닉이 4680 배터리 개발에 훨씬 앞서 나갔고 CATL은 기린 배터리의 성능이 4680 배터리보다 뛰어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어 경쟁환경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기존에 확보하고 있던 고객사 전기차 배터리 공급 물량을 빼앗길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쩡위친 회장은 콘퍼런스콜에서 “CATL의 기린 배터리로 이미 다양한 글로벌 고객사와 공급을 논의하고 있으며 이미 협력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자전문매체 노트북체크는 CATL이 기린 배터리의 양산체계 구축 준비를 충분히 마친 것으로 보인다며 이른 시일에 양산 시기와 고객사 정보 등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CATL이 콘퍼런스콜을 통해 기린 배터리의 2분기 정식 공개 계획을 미리 밝힌 점은 그만큼 중대한 발표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고한 셈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배터리업체가 시장 점유율과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기술 측면에서도 확실한 도약의 계기를 마련한다면 LG에너지솔루션은 물론 SK온과 삼성SDI 등 다른 한국 배터리기업에도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노트북체크는 “삼성과 LG 등 경쟁사도 에너지 밀도를 높인 원통형 배터리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며 “그러나 CATL은 이런 기술을 이른 시일에 현실화해 선보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