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이 수출한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1~4호기의 모습. <한국전력공사> |
[비즈니스포스트] 한국 원전의 유럽 수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에너지 자원을 무기화하는 러시아의 행보에 대응해 유럽 지역에서 탈러시아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한국 원전에 기회가 열리는 모양새다.
4일 한전기술이 9.50% 상승한 8만3천 원에 장을 마감하는 등 국내 증권시장에서는 원전 관련주의 강세가 이어졌다.
특히 대규모 적자 우려에 4월에 약세가 이어지던 한국전력공사 주식도 3.61% 오른 2만2950원에 거래를 끝냈다.
원전 관련주가 강세를 보인 데는 한국의 원전 수출을 놓고 긍정적 전망이 많아진 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5월 들어 영국이 원전 개발을 위해 한국과 협력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알려지기도 했다.
영국 언론인 텔레그래프는 2일(현지시각) 크와시 쿠르텡 영국 산업에너지부 장관이 한국과 원전 투자를 논의하기 위해 한전 관계자와 만났다고 보도했다. 영국에 한국의 원전을 수출할 가능성이 처음 제기됐다.
영국과 진행되는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로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체코와 헝가리의 원전 수주전에 뛰어든 데 이어 영국에서도 원전을 수출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리는 상황은 분명해 보인다.
유럽연합(EU)이 6월에 택소노미(녹색분류체계)에 원전을 포함시키는 최종안의 확정을 앞두고 있는 등 유럽 지역에서는 원전 확대에 본격적으로 힘이 실리고 있다.
원전이 유럽연합의 택소노미에 포함되면 규정된 조건을 만족하는 원전 투자는 친환경 투자로 인정받게 되는 만큼 앞으로 유럽 각국은 원전 확대에 더욱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러시아의 최근 움직임은 영국을 비롯한 유럽 지역의 원전 건설을 자극함으로써 한국의 원전 수출 기회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유럽 지역은 러시아의 천연가스에 에너지의 상당 부분을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가 올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유럽연합과 갈등이 빚었고 천연가스 등 자원을 무기화하면서 유럽 각국은 에너지 위기를 겪고 있다.
유럽 국가들로서는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원전 확대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3일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원전은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는 데 절대 필요하다”며 “매년 새 원전을 건설해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를 가정에 공급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게다가 러시아가 몇 안 되는 원전 기술 보유국이라는 점도 한국의 원전 수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세계적으로 원전 수출하는 나라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정도다.
하지만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유럽에서는 러시아, 중국을 제외하고 친서방, 민주국가를 통한 에너지 안보 강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
결국 유럽 국가들의 원전 건설에 있어 선택지가 한국과 미국, 프랑스 등으로 좁혀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영국 정부 관계자가 “원전 사업에서 우리와 같은 생각을 가진 민주적 동맹국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고 텔레그래프는 2일 보도에서 전했다.
폴란드 역시 올해 4월 원전 사업 입찰을 시작하기 전에 한국과 미국, 프랑스 등에 입찰 참여를 요청하기도 했다.
세계적으로 원전 개발에 다시 힘이 붙는 상황에서 새 정부가 원전 수출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3일 110대 국정과제를 통해 원전 수출에 정부 역량을 쏟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국정과제 발표 내용을 보면 2030년까지 10기 수출을 목표로 적극적 수주 활동에 더해 노형, 기자재, 운영보수서비스 등 수출 다각화가 추진된다.
또한 원전 수출 체계를 정비하기 위해 정부 출범 즉시 정부 부처를 비롯해 한전, 한국수력원자력, 금융기관, 원전 관련 기업 등이 모두 참여하는 ‘원전수출전략추진단(가칭)’을 신설하고 가동하기로 했다.
인수위는 원전 수출 정책과 관련해 “한미 원전동맹 강화 및 수출을 통해 원전 최강국으로 도약하겠다”며 “원전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 및 원전 수출 성과 창출을 통해 원전의 신성장동력화를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