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지그룹의 인천 송도에 조성한 '형지글로벌복합패션센터'. <형지그룹> |
[비즈니스포스트]
최병오 형지그룹 회장이 국내와 해외 시장 공략 강화를 위한 두 개의 디딤돌을 놓고 있다.
하나는 송도국제도시로 계열사 모두 사업장을 이전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통합 온라인몰 구축인데 이를 통해 계열사들의 매출 감소 흐름을 끊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1일 패션업계에서는 형지그룹이 올해 인천 송도 ‘형지글로벌복합패션센터’ 이전을 계기로 온라인 채널 강화와 해외시장 공략 확대에 힘을 실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형지그룹은 먼저 온라인에서 계열사 브랜드를 모아 시너지를 낼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올해 6월 선보이는 온라인 플랫폼 ‘바우하우스’가 바로 그것이다.
바우하우스는 형지그룹의 모든 브랜드를 다루는 패션플랫폼이다. 그동안 계열사별로 따로 운영하던 온라인몰을 하나로 통합하는 것으로 구축 이후에는 온라인 마케팅 및 고객관리 업무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된다.
바우하우스는 형지그룹의 오프라인 매장과 연계한 옴니채널 전략을 펼치며 새로운 고객 유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옴니채널 전략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해 고객의 경험을 극대화하는 것을 말한다.
그동안 형지그룹은 온라인 채널 역량이 다른 패션기업과 비교해 부족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아왔는데 바우하우스의 론칭으로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채널을 강화하고 있는 패션업계의 흐름에 동참하게 됐다.
송도로 이전한 뒤 형지그룹은 체질개선을 통해 디지털 역량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정해뒀다.
형지그룹은 계열사 모두 송도에 건립하는 형지글로벌복합패션센터로 이전을 추진 중이다. 7월경 이전을 완료하는 것으로 예정됐다.
형지글로벌복합패션센터는 연면적 6만4840㎡(1만9614평), 지하 3층~지상 23층 규모로 조성되는 형지그룹의 새로운 본사 건물이다. 현재 사용 중인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사옥보다 7배 가량 규모가 크다.
형지그룹은 패션 스타트업과 협업해 소비자들의 빅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제품 기획 및 디자인 단계부터 적극 활용하고 더 나아가 스마트공장까지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송도국제도시는 연세대와 인천대를 비롯해 뉴욕주립대 산하 패션공학대학(FIT)까지 위치해 있어 패션 스타트업을 발굴할 수 있는 조건은 이미 마련돼 있다.
앞서 형지그룹은 지난해 9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업무협약을 맺고 패션 관련 소상공인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한 계열사 까스텔바작은 올해 2월 무신사파트너스와 신진 골프웨어 브랜드 육성을 위해 합작법인 ‘M&C웍스’도 설립했다.
형지그룹은 송도국제도시에서 글로벌 패션시장 공략의 고삐를 죌 것으로 예상된다.
송도는 인천국제공항 및 인천신항 등과 인접한 입지에다 글로벌 기업 및 연구기관, 해외 대학의 캠퍼스가 추가로 들어설 것으로 예정돼 있어 이들과의 협력을 기대할 수 있다.
형지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형지I&C는 미국시장 공략을 확대하기 위해 매그넘·캐리스노트 등 브랜드의 현지 진출, 브랜드 예작의 미국 전용상품 개발 등을 추진하고 있다.
브랜드 예작은 이미 지난해 3월 미국 아마존에 입점했는데 셔츠 카테고리에서 판매순위 50위 안에 들고 ‘아마존 초이스(Amazon’s Choice)’ 태그도 획득했다. 아마존 초이스 태그를 획득하면 인공지능(AI)의 상품 추천횟수와 키워드 검색 노출빈도가 많아진다.
형지I&C는 미국 현지의 반응을 살핀 뒤 캐나다, 유럽 등으로 진출국을 넓히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형지I&C는 적극적으로 해외사업을 늘려 2025년까지 해외매출 100억 원을 내겠다는 목표를 세워뒀다.
이밖에 형지그룹의 골프웨어 계열사 까스텔바작과 단체복 계열사 형지엘리트는 중국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특히 형지엘리트는 올해 84억 원의 투자를 단행해 중국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마케팅 활동과 함께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와 징동닷컴 등에 전용숍을 내기로 했다.
까스텔바작은 현지 유통기업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어 올해부터 중국실적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까스텔바작의 올해 매출 목표는 1천억 원이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까스텔바작은 2018년 중국 ‘100골프’ 및 ‘이링쥬’, 대만 ‘킹본’ 등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며 “리오프닝과 함께 까스텔바작은 로열티 및 수출실적을 확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병오 회장의 딸 최혜원 형지I&C 대표이사, 아들 최준호 까스텔바작 대표이사 겸 형지엘리트 사장도 올해 초 책임경영 강화 의지를 밝히며 형지그룹의 실적개선에 힘을 보태고 있다.
특히 최준호 대표는 과거 형지엘리트의 중국 내 합작회사인 상해엘리트를 4년 만에 흑자로 돌린 주역으로 평가받을 정도로 중국사업 경험이 풍부하다.
형지그룹이 체질개선과 해외시장 확대에 필사적인 이유는 전반적으로 계열사들의 매출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형지그룹의 주요 계열사 매출을 살펴보면 패션그룹형지는 2017년 5041억 원에서 2021년 2878억 원으로, 형지엘리트는 2017년 1741억 원에서 2021년 1309억 원으로, 까스텔바작은 2017년 842억 원에서 2021년 748억 원으로, 형지I&C는 2017년 1135억 원에서 2021년 655억 원으로 각각 감소했다.
형지그룹은 형지글로벌복합패션센터 건립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최 회장은 2013년부터 1500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형지글로벌복합패션센터의 건립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매출이 줄어들어 형지그룹 계열사 대부분 자본잠식에 빠지자 패션업계에서는 신사옥 건립 추진이 형지그룹에 재무적으로 독이 된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또한 형지그룹 직원들 역시 송도 이전을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 회장은 글로벌 사업을 위해서 형지글로벌복합패션센터 건립을 밀어붙였다.
최 회장은 개인소유였던 형지그룹의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사옥까지 최근 크리스에프앤씨에 매각했는데 매각 대금 1300억 원을 형지그룹의 사업에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패션업계에서는 최 회장이 ‘배수의 진’을 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