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HDC현대산업개발이 대전 도시정비시장에서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영업정지 처분으로 경영 리스크가 현실화하면서 대전 도시정비 사업장 곳곳에서 조합원들 마음을 붙잡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존 사업장들이 계약해지로 빠져나가고 있는데 신규 수주활동도 차단당하는 분위기다.
28일 도시정비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HDC현대산업개발은 최근 대전 도마·변동 4구역 재개발사업 시공권 입찰 자체를 포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파악된다.
도마·변동 4구역 재개발조합 관계자는 “HDC현대산업개발은 자발적으로 입찰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안다”며 “롯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 다른 건설사가 적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도마·변동 4구역은 HDC현대산업개발이 적극적으로 입찰을 검토해온 사업장이다.
올해 초만 해도 도마·변동 4구역은 HDC현대산업개발이 주관해 롯데건설, SK에코플랜트 등과 컨소시엄으로 입찰할 가능성이 유력해 보였다.
실제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3월31일 열린 현장설명회에도 참석해 수주 의지가 여전하다는 점을 피력했다.
하지만 조합원들 사이에서 HDC현대산업개발을 거부하는 분위기가 강해지면서 조합원 설득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부 조합원들이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받거나 재판이 진행 중인 건설사의 입찰 자격을 제한해야 한다고 강하게 반발하면서 HDC현대산업개발을 직접 겨냥하고 나온 만큼 입찰하더라도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짐작된다.
도마·변동 4구역은 오는 5월2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 마감을 앞두고 최근 긴급 대의원회도 열었다. 기존 일정을 취소하고 입찰 자격 조건을 바꿔 재입찰을 추진하는 안건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결국 자격 제한을 제의한 조합원들이 이를 철회하면서 재입찰 논의는 마무리되고 원래대로 시공사 선정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지만 HDC현대산업개발를 향한 거부 메시지는 확실히 전달한 셈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올해 1월 광주 화정아이파크 신축공사 현장 붕괴사고 뒤에도 수익성을 포기한 파격적 조건을 앞세워 경기 안양 관양현대, 노원 월계동신 재건축사업 등을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이번 도마·변동 4구역 재개발사업 현장설명회에 참석했을 때도 업계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제시할 파격 조건에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입찰에 참여하는 것부터 거센 반대에 부딪혀 가로막힌 셈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대전 도시정비시장 기존 수주 사업장들에서 계약해지 등 퇴출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는 만큼 분위기 전환이 절실하다.
이에 도마·변동 4구역 재개발사업은 HDC현대산업개발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는 수주전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대전 도마·변동 4구역 재개발사업은 대전 서구 변동 63-5번지 일대에 지하 2층~지상 38층 높이의 아파트 3296가구와 부대복리시설 등을 짓는 프로젝트다.
예상 공사비가 8천억 원대에 이르는 대형 알짜 사업장이다.
여기다 대전 도마·변동 일대는 신도시 규모로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곳이다. 도마·변동 재정비촉진지구 14개 구역이 모두 개발되면 2만7천 가구 규모의 단지가 조성된다.
대전 둔산과 도안 신도시를 잇는 미니 신도시급으로 형성돼 대표적 주거단지가 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도마·변동 재개발사업 구역들은 일찍부터 대형 건설사들이 눈독을 들이며 치열한 수주전을 펼쳐왔다.
HDC현대산업개발도 도마·변동 12구역부터 이번 4구역과 5구역 등의 시공권에 관심을 보여왔다.
하지만 도마·변동 4구역 상황을 볼 때 HDC현대산업개발은 앞으로 도마·변동 5구역 등의 수주전 참여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수주 사업장들에서도 이탈 움직임이 구체화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최근 1조 원 규모의 대전 도안 아이파크시티 신축공사 계약해지를 통보받았다. 이어 대전 서구 탄방동 숭어리샘 주택재건축사업 시공권도 잃을 가능성이 높다.
숭어리샘 재건축조합은 5월 총회를 열고 HDC현대산업개발과 시공계약 해지 여부에 관한 안건을 표결에 붙인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