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은 실적에서 한진해운에 발목이 잡혀있다.
한진해운의 위기가 계속되면서 대한항공이 추가손실을 입을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언제쯤 이 부담을 털어내고 본업의 호황을 누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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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
1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1분기에 이어 2분기 이후에도 한진해운과 관련해 손실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항공은 한진해운 지분 33.2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한진해운 주가는 11일 기준으로 2014년 말과 비교해 67.4%나 떨어졌다. 특히 한진해운이 최근 자율협약에 돌입한 뒤에는 더욱 급격하게 하락했다.
대한항공은 지분을 포함해 올해 초 사들인 영구채 2200억 원어치 등 한진해운과 관련해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있는 액수가 6천억~8천억 원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한진해운은 자율협약을 맺고 용선료 인하협상과 채무조정 등 구조조정 절차에 돌입했다. 한진해운은 채권단이 제시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법정관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한진해운의 회생이 힘겨워질수록 대한항공이 입는 손실도 더 커질 수 있다.
김승철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은 1분기 실적에 한진해운과 관련해 투자손상차손 2157억 원과 영구채 1100억 원 등 모두 3257억 원을 반영했다”며 “앞으로 한진해운 자율협약 진행 상황에 따라 4692억 원의 추가적인 손상차손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분석했다.
한진해운 지원의 부담은 대한항공의 1분기 실적에 그대로 드러났다. 대한항공은 1분기에 역대 1분기 가운데 최대 영업이익을 냈지만 당기순손실을 1749억 원 냈다. 부채비율도 2015년 말 868%에서 1분기 말 918%로 악화했다.
대한항공은 영업을 잘해 벌어들인 돈을 전부 계열사 리스크 때문에 깎아먹은 데다 재무적 부담까지 가중된 셈이다.
1분기 실적을 뒤집어보면 대한항공은 한진해운의 부담만 털어내면 실적개선에 속도를 붙일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류제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대한항공은 1분기 한진해운의 지분가치와 영구채 투자금액의 50%를 손상차손으로 처리하면서 한진해운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제거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보면 잠재적 부실을 정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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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
대한항공이 거둔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보다 70%나 증가했다. 거의 모든 노선에서 승객수가 늘어났고 저유가에 따른 연료비 감소의 효과도 이어졌다.
앞으로 여행 성수기를 맞이하고 지난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의 여파에서 벗어나면서 항공여객 증가세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도 우세하다.
국제유가는 역대 최저 수준이었던 올해 초와 비교하면 점점 오르고 있지만 급격하게 상승하는 추세는 아니다. 대한항공은 1분기 연료비가 지난해 1분기보다 40% 감소했는데 앞으로도 저유가의 수혜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류 연구원은 “대한항공은 모든 노선의 여객 성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화물운송 부문도 2분기부터 점차 안정세를 찾아 하반기 안정적인 실적을 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헌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