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덜란드 ASML의 EUV(극자외선) 반도체장비 이미지. |
[비즈니스포스트] 반도체 파운드리 미세공정에 쓰이는 EUV(극자외선) 반도체장비를 독점적으로 생산하는 네덜란드 ASML이 1분기 실적발표 및 콘퍼런스콜을 앞두고 있다.
EUV장비 공급 차질이 삼성전자와 TSMC 등 파운드리업체 시설 투자에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ASML이 이날 발표할 장비 공급 계획에 반도체업계의 시선이 몰리고 있다.
19일 나스닥닷컴에 따르면 ASML은 현지시각으로 20일 1분기 실적발표 및 올해 사업계획을 공유하는 콘퍼런스콜을 개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ASML의 1분기 실적을 두고 증권가에서 대체로 긍정적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 파운드리업체의 경쟁적 시설 투자로 EUV장비 수요가 꾸준히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기관 잭스에쿼티리서치는 ASML 1분기 매출이 약 39억1천만 달러로 ASML이 내놓았던 자체 전망치인 33억~35만 유로(약 35억5천만~37억7천만 달러)를 웃돌 것이라는 추정치를 제시했다.
다만 잭스에쿼티리서치의 추정치는 ASML의 지난해 1분기 매출과 비교하면 25.7% 줄어드는 수치다. 주당순이익 추정치는 같은 기간 51%에 이르는 하락폭을 보인 것으로 점쳐졌다.
최근 공급망 차질에 따른 부품 공급망 훼손으로 반도체 장비업체 전반에 미치고 있는 타격이 ASML을 본격적으로 덮치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ASML의 주력사업은 1대당 가격이 2천억~3천억 원대에 이르는 반도체 극자외선 노광장비다. EUV로 불리는 해당 장비는 대부분 TSMC와 삼성전자, 인텔 등 고객사에 공급되고 있다.
이들 고객사가 반도체 파운드리사업 확대를 위해 잇따라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으면서 EUV 수요 증가를 주도하는 반면 장비 생산에는 차질이 생겨 공급 부족 사태가 심각해지고 있다.
EUV 장비 생산과 공급 차질은 ASML 주가에도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증권사 웰스파고는 18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ASML 목표주가를 기존 975달러에서 750달러까지 낮춰 내놓았고 크레딧스위스는 최근 ASML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제시했다.
코로나19 사태에 겹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EUV장비 생산에 쓰이는 부품과 네온 등 소재 공급망 회복을 낙관하기 어려워지면서 주가에 부정적 전망을 내놓은 셈이다.
결국 ASML은 이번 콘퍼런스콜을 통해 EUV장비 생산 현황과 앞으로 공급 계획, 생산 차질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 등을 투자자들에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일 것으로 전망된다.
자연히 ASML의 EUV장비 반입 여부가 미래 반도체 시설투자에 최대 변수로 자리잡고 있는 TSMC와 삼성전자, 인텔 등 기업도 이날 발표에 촉각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경쟁사보다 가장 이른 올해 상반기부터 3나노 반도체 미세공정 양산을 시작하고 내년에는 3나노 업그레이드 공정을 도입해 고객사 확보에 힘쓴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ASML의 장비 공급 차질로 적기에 생산 투자를 벌이지 못한다면 미세공정 기술 개발 속도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효과를 보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TSMC는 기술적 문제로 3나노 공정 도입 시기를 연말까지 늦췄고 인텔은 2024년 도입하는 2나노 공정에 승부수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당장 ASML의 EUV 장비 공급 차질에 삼성전자가 가장 큰 악영향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에 놓였다.
ASML은 최근 니케이아시아 등 외국언론을 통해 장비 생산 차질을 해결하기 위해 고객사와 직접 협력하는 등 다양한 해결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20일 열리는 콘퍼런스콜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진행되고 있는 구체적 대응 방법과 앞으로 장비 생산 정상화 시기에 대한 예측 등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와 TSMC, 인텔 등 EUV장비에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을 의존하는 기업들의 눈길이 ASML의 콘퍼런스콜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잭스에쿼티리서치는 “거시경제 분야에서 발생한 불확실성이 ASML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EUV장비 수요 대응이 가장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