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가격 경쟁을 하는 커머스시장에서 사실 티몬은 이미 진 것이다. 패배를 솔직하게 인정한다.”
장윤석 티몬 대표이사가 3월 한 매체와 진행한 동영상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장 대표는 이커머스시장에서 티몬이 살아남으려면 차별화 요소를 반드시 찾아야 한다고 보고 그 수단으로 콘텐츠커머스를 꺼내들었다. 그 효과는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가 말하는 콘텐츠커머스는 티몬의 종착역이 아니다.
장 대표는 티몬을 단순히 ‘콘텐츠커머스를 잘 하는 기업’이 아닌 ‘관계형커머스의 선두주자’로 만들고 싶어 한다. 유통기업 티몬이 아닌 IT기업 티몬을 만들겠다는 것도 그의 목표다.
장 대표가 이끄는 티몬이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지 주목된다.
14일 티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매출이 지난해 1분기보다 19% 성장한 것은 코로나19 이후 하락했던 매출이 약 2년 만에 반등했다는 의미를 지닌다.
그 중심에는 콘텐츠커머스가 있다. 콘텐츠커머스는 상품 판매와 같은 커머스 요소에 웹예능과 같은 콘텐츠를 결합한 것을 말한다.
티몬의 자체 조사 결과 상품을 산 고객의 60%가 콘텐츠커머스를 통로로 티몬에 들어왔을 정도로 콘텐츠커머스 효과는 컸다.
콘텐츠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장윤석 대표의 전략이 그대로 먹혀들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0월 티몬 대표이사 취임 이후 처음으로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이제는 단순히 물건만 파는 게 아니라 가치를 함께 팔아야 하는 이커머스3.0 시대인데 콘텐츠커머스는 이커머스3.0 시대에 맞춘 티몬의 대안이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취임 직후 임직원을 대상으로 연 타운홀미팅에서도 “좋은 자산을 가지고 있는 티몬의 ‘커머스 DNA’에 ‘콘텐츠 DNA’를 유기적으로 결합해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는 실제로 티몬의 콘텐츠커머스 역량 확대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대표 직속 조직으로 ‘이커머스 3.0’의 줄임말인 ‘이삼실’을 만들어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발굴하는 역할을 맡겼다.
또 PD 등을 직접 뽑아 콘텐츠를 자체 제작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제작한 콘텐츠는 티몬이 운영하는 유튜브채널 ‘놈스튜디오’를 통해 내보냈다. 무한도전의 세계관을 활용해 방송인 정준하씨를 출연시켜 만든 웹예능 '광고천재씬드롬'은 놈스튜디오의 대표 작품이다.
콘텐츠커머스는 사실 태생적으로 양날의 칼과 같다.
재미에 치중하면 커머스 요소가 덜 부각돼 상품 판매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커머스 요소를 부각할수록 콘텐츠 집중도가 떨어져 고객 이탈이 잦아질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콘텐츠커머스의 중심에 재미를 놓는 과감한 선택을 했다. 콘텐츠의 재미를 본질로 하고 그 위에 커머스를 얹는 방식이다.
외부 채널과 콘텐츠 제휴를 담당하고 있는 박성호 티몬 제휴전략본부장의 발언에서 장 대표가 추구하는 티몬의 콘텐츠커머스 전략이 그대로 드러난다.
박 본부장은 3월 아프리카TV의 디지털콘텐츠 제작 자회사 프리콩과 협력해 만드는 웹예능 ‘게임부록’의 제작발표회에서 “사실 티몬은 초반부터 커머스 요소를 넣으려고 했다”며 “그런데 아무래도 게임부록은 게임방송이라 처음부터 커머스가 강도 있게 들어간다면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도 부담스럽고 재미도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커머스보다 콘텐츠에 집중하기로 했다”며 티몬이 콘텐츠커머스의 핵심 가치로 재미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티몬은 이런 방식으로 조금씩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티몬 앱의 신규 고객 유입과 건당 구매금액 등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티몬은 설명한다.
하지만 여전히 티몬의 미래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콘텐츠커머스의 한계는 명확하다. 수십만 조회수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광고천재씬드롬의 회당 최고 매출은 9억 원이라고 한다. 거래액을 빠르게 늘리고 있는 다른 이커머스기업들과 비교할 때 티몬의 성과가 미미해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티몬은 제작인력 채용 등 콘텐츠커머스에 투입하는 비용만큼의 수익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장 대표가 콘텐츠커머스를 티몬의 성격을 바꾸는데 필요한 하나의 수단으로 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행보는 티몬의 변화를 이끄는 투자로 볼 여지도 충분하다.
장 대표는 최저와 빠른배송으로 경쟁하는 이커머스시장을 ‘이커머스2.0 시대’라고 정의한다. 플랫폼 규모를 앞세워 물류인프라 전쟁을 벌이고 있는 현재 이커머스시장을 가리킨 말이다.
이런 시대의 맹점은 브랜드의 가치가 좀처럼 높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장 대표는 3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브랜드 입장에서는 지금의 거대 유통 이커머스 플랫폼에 들어가면 결국 브랜드는 없어지고 가격 가지고만 경쟁을 해야 한다”며 “고객에게 줄 수 있는 가치가 과연 가격과 효율성밖에 없는 것이냐, 브랜드가 성장할 수 있는 플랫폼과 관련해서는 이커머스3.0 시대에 아직 답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커머스3.0 시대에 대한 비전을 제기해주고 싶은 것이 지금 티몬의 방향성과 전략이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는 판매자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주며 플랫폼 성장에 따르는 수익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모델로 티몬이 변화하기를 바라고 있다. 이른바 '관계형커머스'라는 새로운 판에서 티몬의 설 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는 1일 임직원을 대상으로 마련한 티몬의 비전과 방향을 발표하는 자리에서도 “우리는 유통 플랫폼이지만 동시에 IT기업이다”며 “티몬의 목표인 브랜드 풀필먼트를 달성하기 위해 새로운 가치와 성과를 계속해서 만들어 갈 것이다”고 말했다.
티몬이 말하는 브랜드 풀필먼트는 브랜드가 성장하는데 필요한 모든 과정과 자원을 통합적으로 제공하고 브랜드의 팬덤을 구축하게 해주는 서비스를 일컫는다.
이커머스3.0 시대의 핵심 경쟁력으로 티몬이 새롭게 정의한 개념인데 장 대표가 이런 미래를 향해 앞으로 어떤 차별화 요소를 더 만들어 낼지 이커머스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