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전기전자업계에 따르면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 사장은 최근 사내 타운홀 미팅에서 한 직원의 GOS(게임 옵티마이징 서비스) 논란 해소 방안에 관한 질문에 “커스터마이징(맞춤제작)된 갤럭시 AP 개발을 고민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최근 갤럭시S22의 발열과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성능을 강제로 제한했던 GOS(게임 옵티마이징 서비스)로 많은 비판을 받자 AP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22의 AP 발열을 억제하는 데 하드웨어적 수단만으로는 부족하자 GOS(게임 옵티마이징 서비스)라는 소프트웨어를 활용했는데 오히려 더 큰 논란을 야기했다.
갤럭시S22에는 AP로 ‘엑시노스2200’과 ‘스냅드래곤8 1세대’가 들어갔는데 모두 고사양의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할 때 발열이 심해 소비자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애플의 아이폰처럼 삼성전자도 갤럭시 전용 AP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애플은 아이폰만을 위한 독자 AP인 ‘A15바이오닉’ 등을 만들고 있는데 현존하는 AP 가운데 가장 성능이 좋은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전성비(전력 대비 성능)가 좋아 상대적으로 발열 문제에서 자유롭다.
전성비가 높을수록 같은 성능을 내는 데 적은 전력이 쓰이기 때문에 발열이 줄어든다. 또 그만큼 전력을 적게 사용하기 때문에 배터리 수명도 늘어난다.
삼성전자도 AP 엑시노스를 자체적으로 만들고는 있지만 갤럭시 외에 다른 안드로이드폰에도 탑재되는 만큼 최적화 등에서 아이폰에 뒤처질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삼성전자가 애플처럼 전용 AP를 만드는 것인지, 기존 엑시노스 등의 AP를 일부 개선해 최적화하겠다는 것인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구체적인 방향성이나 계획이 사업부에 전달된 것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는 삼성전자의 자체 AP 개발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해외 IT전문매체 9투5구글은 “삼성전자가 새로운 칩셋을 만들겠다고 하는 것은 이상한 솔루션처럼 느껴진다”며 “삼성전자는 이미 엑시노스를 만들고 있으며, 새로운 칩셋이 어디서부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알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AP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퀄컴도 발열문제를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전문인력이 부족한 엑시노스팀을 분사(스핀오프)하는 방식으로 힘을 실어주더라도 퀄컴 이상의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IT전문매체 GSM아레나도 “삼성전자는 이미 자체 AP인 엑시노스를 만들고 있다”며 “엑시노스는 중국 비보와 메이주 제품에 일부 들어가는 것을 제외하면 사실상 갤럭시 전용 AP인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ARM에서 벗어나 다시 자체 AP 코어를 개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엑시노스2200과 스냅드래곤8 1세대는 모두 ARM 설계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는데 퀄컴은 최근 ARM에서 벗어나 다시 자체 AP 코어를 설계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9년 자체 AP 코어를 설계하던 ‘몽구스팀’을 해산시킨 뒤 외부 설계를 활용해왔다.
IT매체 안드로이드폴리스는 “노태문 사장의 언급은 삼성전자가 이전에 하던 AP 코어 설계를 재개하거나 칩 설계의 새로운 방향을 가리키는 것일 수 있다”며 “다만 (다음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3을 개선하기 위해 맞춤형 엑시노스를 만드는 일이 만만치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