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YMTC의 낸드플래시 반도체공장 조감도. |
[비즈니스포스트] 애플이 아이폰에 중국 반도체기업 YMTC의 메모리 탑재를 검토하는 점을 두고 미국 정치권에서도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논란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가 애플을 상대로 압박을 강화하면 중국 반도체기업의 메모리를 사들일 수밖에 없겠지만 미국 정부가 이를 상대로 제재에 나선다면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얻게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5일 미국 통신기술 전문매체 라이트리딩에 따르면 애플이 중국 정부의 요구에 따라 아이폰에 중국 YMTC의 메모리반도체를 탑재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
애플 아이폰용 낸드플래시 공급사인 키오시아가 2월 발생한 반도체 오염사고로 애플에 메모리를 공급하지 못 하는 틈을 타 중국이 정부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애플을 압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라이트리딩은 “팀 쿡 CEO는 중국시장이 애플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YMTC와 거래를 거부한다면 중국시장을 놓칠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애플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키오시아의 메모리를 아이폰에 주로 탑재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YMTC의 메모리반도체 탑재를 검토하며 샘플 테스트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트리딩은 YMTC가 낸드플래시 메모리에서 삼성전자와 견줄 수 있는 공급 능력 및 원가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중국 정부의 지원으로 이런 약점을 극복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자국 반도체기업 육성을 목표로 두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견제하기 위해 연구개발 및 시설투자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을 지원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YTMC의 낸드플래시 공급이 중국의 반도체산업 육성 노력에 중요한 성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 정치권의 목소리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마르코 루비오 미국 플로리다주 상원의원은 애플이 YMTC의 반도체 구매를 고려한다는 언론보도가 나온 뒤 팀 쿡 CEO를 향해 공식적으로 항의하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YMTC가 중국 공산당 및 인민해방군과 밀접한 연관이 있고 중국 정부에서 부당한 수준의 지원을 받았다는 점을 고려해 협력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루비오 상원의원은 “YMTC의 메모리반도체가 시장에 공급되기 시작하면 세계시장에서 미국의 기술 우위를 지켜내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중국 반도체산업 성장은 미국의 경제적, 군사적, 기술 혁신적 측면에서 모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폰을 구매하는 미국 소비자들이 결과적으로 중국을 돕는 결과가 나오지 않도록 애플이 반도체 협력사를 선택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의미다.
미국이 애플과 협력을 계기로 YMTC를 무역 제재 대상에 포함시켜 미국기업이 거래를 중단하도록 명령할 수 있다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미국 정치권에서 이처럼 애플을 겨냥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다면 결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다른 반도체 공급사들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다른 반도체기업들의 공급 물량을 대체할 만큼 충분한 낸드플래시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애플에 공급 비중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 조사기관 라디오프리모바일은 공식 블로그를 통해 “애플이 YMTC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를 사들일 수 있다면 중국과 손을 잡을 이유가 없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삼성전자가 낸드플래시시장에서 경쟁사들보다 압도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차지해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애플이 반드시 중국 반도체기업과 협력하지 않아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라디오프리모바일은 애플이 중국 반도체기업과 손을 잡으려 하는 이유가 결국 중국 정부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 중국시장에서 성과를 키우려는 전략일 수밖에 없다고 바라봤다.
YMTC의 낸드플래시는 이르면 하반기 출시되는 새 아이폰부터 탑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라이트리딩은 애플이 미국 정부의 제재 등 가능성을 우려해 중국에서 판매되는 아이폰에만 YMTC의 낸드플래시를 탑재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바라봤다.
다만 라이트리딩은 “YMTC와 손을 잡는 애플의 선택은 미국 정치인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큰 반발을 사게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