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전통적으로 설탕을 취급해온 식품소재기업들이 대체감미료로 갈아타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글로벌 설탕시장은 매해 1%정도 성장률로 정체돼있으며 특히 국내 소비자시장에서는 설탕 기피현상이 확연해 시장규모가 2015년 2198억 원에서 2019년 1614억 원으로 26% 줄었다.
반면 대체감미료시장은 2018년 63억5천만 달러에서 매년 6.3%씩 성장해 2022년에는 약 81억 달러로 성장할 것이 예상된다. 이미 글로벌 감미료시장의 15%를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대체감미료는 설탕이나 꿀 등 천연감미료 대신 단맛을 내기 위해 사용하는 물질이다. 분자구조가 설탕과 유사해 단맛이 느껴지지만 몸에 흡수되지 않아 살이 찌지 않는다.
미국에서 사카린이 발명된 이후 많은 기업들이 대체감미료시장에 뛰어들었다. 처음에는 싼 가격 때문이었지만 설탕이 당뇨 등 질병의 원인으로 지목되자 점차 설탕보다 대체감미료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기 시작했다.
현재 사카린의 자리는 아스파탐, 수크랄로스가 이어받았으며 앞으로는 스테비아와 알룰로스가 차세대 대체감미료로 널리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스테비아는 남미의 스테비아 풀에서 유래한 대체감미료다. 사카린에 대한 공포가 세계를 휩쓸었던 1972년 일본에서 사카린 대체물질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 안정성을 미국과 유럽에서도 인정받아 쓰임새가 늘어나고 있다.
다만 쓴 맛이 나기 때문에 고부가상품에 활용하기 어렵다는 약점이 있다. 2013년 인드라 누이 전 펩시 CEO는 ‘스테비아는 콜라와 맞지 않는다’며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알콜로 처리해 쓴맛을 약화시키는 공법이 개발돼 가장 유력한 대체감미료 후보로 점쳐진다.
또 다른 후보인 알룰로스는 1994년 일본에서 제조법이 나왔다. 무화과와 건포도 등에 소량 들어있으며 쓰지 않은 자연스러운 단맛을 내 차세대 대체감미료 후보로 떠올랐다.
자연스러운 단맛은 고부가상품에도 어울린다. 현재 알룰로스 글로벌 소비량의 64%는 음료용이고, 21%는 유제품에 활용된다.
해외 시장조사기관 QY리서치는 알룰로스의 글로벌시장 규모가 2025년 약 1200만 달러(약 1336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에서도 2020년에 리뉴얼된 동아오츠카의 오란씨, 2021년 출시된 롯데칠성음료의 칠성사이다제로를 통해 알룰로스를 체험해 볼 수 있다. 대체로 설탕사용제품과 유사하다는 반응이지만 일부 소비자는 이 제품들이 너무 달다는 반응을 내놓기도 한다.
한국 대표 식품소재기업인 CJ제일제당과 삼양사가 이 알룰로스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알룰로스를 키워 저성장에 빠진 제당사업을 되살리려고 한다.
‘백설’브랜드로 설탕과 밀가루 등을 공급하는 CJ제일제당은 미생물발효공정을 통해 아미노산 조미료를 만드는 기술을 보유했다. 이를 바탕으로 2010년대 알룰로스 대량생산에 성공했다.
‘큐원’을 통해 CJ제일제당의 ‘백설’과 경쟁하고 있는 삼양사도 2016년 알룰로스 대량생산에 성공했다.
다만 알룰로스는 역사가 짧아 안전성을 충분히 검증받지 못했다는 한계를 가진다. 한국, 미국, 일본에서는 승인됐으나 까다로운 유럽식품안정청(EFSA)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삼양사는 2021년 코선비트, 인그리디언, 마쓰타니케미컬 등 글로벌 식품업체와 '알룰로스 신식품 컨소시엄'을 구성해 유럽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U 당국의 허가만 받을 수 있다면 앞으로 고부가상품 시장장에서 두각을 드러낼 날이 머지않았다.
대체감미료가 설탕을 완전히 대체하기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대체감미료는 고온에서 분자구조가 변해 단맛을 잃는 문제를 안고 있다. 설탕과 비교해 너무 달거나 뒷맛이 쓰고 알싸한 향이 나는 등 미세한 차이점들을 안고 있어 여전히 설탕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많다.
여전히 남아있는 소비자들의 공포심도 풀어내야 한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화학물질이라는 점이 공포심을 불러일으켜 한때 여러 나라가 사카린 사용을 금지하기도 했다.
현재 사용되는 대부분의 대체감미료들은 오랜기간 그 안정성을 입증 받은 물질이지만 여전히 대체감미료를 꺼리는 소비자들도 있다.
식품소재기업들은 과거를 교훈삼아 천연물질에서 유래한 물질들 가운데서 다음 대체감미료 후보를 물색하고 있다. 후보의 조건은 자연스러운 단맛을 내면서 고온에서도 분자구조를 유지하고 인체에 유해성이 없어야 한다.
그 유력한 후보가 스테비아와 알룰로스인 것이다.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