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올해 들어 주력차종 트레일블레이저를 비롯한 한국GM의 내수판매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수출과 비교하면 더욱 심각하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에 따른 주력 차종의 생산 차질이 지속하는 가운데 한국GM으로서는 GM모델을 수입해 판매하는 전략이 더욱 중요해졌다.
27일 한국GM에 따르면 올해 들어 2월까지 한국GM 생산차량 가운데 내수에서 가장 많이 팔린 트레일블레이저(1750대) 조차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판매량이 29.3%나 꺾였다.
한국GM차 가운데 내수판매 2위인 스파크(645대)는 무려 84%나 감소했다.
이에 따라 한국GM의 올해 1~2월 전체 내수판매도 지난해 대비 66.2%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수출이 35% 감소한 것과 비교해 내수판매 부진이 더욱 심각한 셈이다.
지난해보다 올해 1~2월 내수 판매가 증가한 차종은 GM에서 수입한 콜로라도와 카마로 단 두 모델 뿐이다.
콜로라도는 올해 들어 2월까지 752대를 팔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3% 늘었다. 카마로는 올 1~2월 25대를 팔아 2021년보다 판매량이 12대 증가했지만 볼륨 모델은 아니다.
한국GM의 내수판매 부진은 차량용 반도체 부족에 따른 생산차질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GM은 국내 완성차업체 가운데서도 반도체 공급부족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것으로 평가된다.
하반기부터 반도체 공급부족 상황이 점차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국GM으로서는 당분간 국내 주력 생산 모델만으로는 내수 판매 확대를 기대하기 힘든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GM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 연속 영업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국내 생산차량뿐 아니라 GM 수입차량을 병행하는 판매하는 '투트랙전략'을 통해 내수판매를 늘리는 일이 더욱 중요해졌다.
더욱이 GM의 스티브 키퍼 해외사업부문(GMI) 사장은 지난해 11월 인천 GM디자인센터에서 열린 온라인간담회에서 2025년까지 한국에서 출시되는 전기차 10종은 전량 GM에서 수입돼 판매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차세대 글로벌 차종인 CUV(크로스오버유틸리티 차량) 이외에 한국GM에서 새 신차를 생산할 계획이 없다고 못박았다.
한국GM으로서는 트레일블레이저와 함께 GM이 전략차종으로 키우려는 CUV 신차가 내년 출시되기까지는 수입모델을 국내에 흥행시키는 마케팅에 역량을 집중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물류 비용이 늘기는 하지만 수입 판매는 안정적 마진을 확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차량 정비 등의 추가 매출도 늘릴 수 있어 한국GM의 수익성 강화에 보탬이 될 수 있다.
한국GM은 최근 볼트EUV(전기스포츠유틸리티 차량) TV광고를 시작하며 적극적 마케팅 활동에 돌입했다.
올해 한국GM은 대형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타호, 대형SUV 트래버스 부분변경모델, 2022년형 볼트EV(전기차) 부분변경모델 및 볼트EUV 등의 수입모델을 판매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한국GM이 가진 수입차 라인업은 국내 판매 흥행에 도움이 될 요건들은 어느정도 갖춘 것으로 여겨진다.
타호와 트래버스 등 대형SUV는 최근 차박 등의 유행으로 소비자들이 큰 차를 선호하면서 높은 판매실적을 보이고 있다.
KAMA(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KAIDA(한국수입자동차협회) 등에 따르면 2월 국내에서 대형SUV는 1만338대가 팔려 소형SUV의 1만2228대를 턱 밑까지 쫓아왔다.
일반적으로 대형SUV 가격이 소형SUV 가격의 2배 수준에서 형성되는 점을 고려하면 대형SUV의 높은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소형 모델인 볼트EV와 볼트EUV는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소비자를 공략한다.
두 모델은 판매가가 각각 4130만 원과 4490만 원으로 책정돼 국비 보조금과 지자체 보조금을 합산하면 3천만 원대 초반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 볼트EUV는 사전계약에서만 3천여 대가 넘는 계약물량을 확보하며 국내 소비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한국GM이 올해 수입판매하는 차량은 모두 SUV를 포함한 RV(레저용 차량)로 구성됐는데 이를 통해 국내에서 판매비중이 높은 레저용 차량 라인업을 강화하는 효과도 볼 수 있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2021년 국내에서 3만 대 이상 판매된 17종의 자동차 가운데 SUV를 포함한 레저용차량 10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GM은 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른 생산 차질에 마진이 적은 차량 생산을 줄이고 고수익을 내는 SUV와 트럭에 제조 역량을 집중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올해 한국GM이 도입하는 SUV 중심의 GM 차량에도 이런 전략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 2022년형 볼트EV(왼쪽)와 볼트EUV. <한국GM> |
한국GM은 수입모델 중심인 신차 내수 판매에 성공하기 위해 애프터서비스(A/S)도 강화하고 있다.
한국GM은 지난해 12월 2022년형 콜로라도 출시에 맞춰 사전예약 없이 신속하게 차량 정기점검 서비스를 제공하고 차량을 직접 픽업해 수리해주는 ‘프리미엄 케어 서비스’를 도입했다.
2022년형 콜로라도를 시작으로 앞으로 출시되는 모든 GM의 쉐보레 브랜드 수입 차량에 쉐보레 프리미엄 케어 서비스를 적용하기로 해 수입차 판매 전략은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GM 관계자는 “올해 트래버스, 타호, 볼트EV 및 볼트EUV를 고객에 인도해 국내 생산과 수입 판매를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한층 강화할 것이다”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