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그룹이 2014년 개점한 중국 선양 롯데백화점. |
[비즈니스포스트] 롯데그룹의 중국시장 공략 실패는 한국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불매운동뿐 아니라 소비자의 수요를 읽지 못한 사업 전략에 원인이 있다는 중국언론의 분석이 나왔다.
중국 글로벌타임스는 22일 “롯데그룹이 중국에서 여러 계열사 사업규모를 축소한 데 이어 본부를 완전히 철수하기로 했다”며 “롯데의 실패 원인은 마케팅 전략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롯데그룹은 중국시장에서 실적 부진이 장기화되자 본부를 해체하고 현지 사업을 사실상 대거 정리하는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를 위해 롯데그룹이 경북 상주 골프장 부지를 제공한 뒤 롯데그룹을 대상으로 한 중국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이 불붙기 시작한 여파가 여전히 남아 있다.
롯데그룹은 당시 중국에 상하이본부를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진출한 지 5년 만에 백화점 5곳과 영화관 12곳, 할인매장 112곳 등 130개에 이르는 현지 매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러나 불매운동이 벌어진 뒤 2년이 지난 2019년에 롯데그룹의 중국 백화점 수가 2곳으로 줄어드는 등 소비자 불매운동에 따른 악영향이 심각한 타격으로 이어졌다.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소비자들이 합리적 성향을 보인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순히 사드 배치에 따른 갈등만으로 중국에서 롯데그룹의 입지가 크게 줄어들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중국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소비자들의 성향과 수요도 빠르게 바뀌어가고 있었지만 롯데그룹을 포함한 한국 유통업체들이 대부분 이런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도태되었다는 것이다.
글로벌타임스는 “한국 유통업체들은 오래된 사업 전략을 고수하면서 소비 트렌드 변화를 읽지 못했다”며 “특히 온라인과 오프라인 유통망을 효율화하지 못한 점이 문제”라고 바라봤다.
대표적으로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급성장하며 소비자들의 관심이 온라인 유통망 중심으로 이동하는 동안 롯데그룹은 오프라인 중심 전략을 유지한 것이 패착으로 꼽혔다.
글로벌타임스는 아모레퍼시픽 화장품 브랜드 헤라의 중국 현지 매장이 한때 800개를 넘었지만 최근 140개로 축소된 것도 비슷한 이유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자산관리업체 IPG차이나 연구원은 글로벌타임스를 통해 “한국기업들은 중국 현지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의 디지털 혁신을 이뤄내지 못했다”며 “기존 유통망 기반 사업모델도 완전한 현지화에 실패한 점이 문제”라고 평가했다.
한류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은 1995년 이후 출생 인구가 유통시장의 주요 고객층으로 성장하며 자연스럽게 소비자들에 한국 브랜드의 영향력이 줄어든 점도 원인으로 꼽혔다.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시장에 진출하려는 여러 해외기업들이 롯데그룹의 중국사업 철수를 교훈으로 삼아 중국 경제의 발전을 과소평가하지 말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기업들이 현지화에 더욱 노력을 쏟고 중국 경제 발전에 따라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를 읽어내는 데 더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에서 한때 경쟁력과 장점을 인정받았던 여러 기업들이 빛을 잃고 있다”며 “그러나 중국시장의 규모를 고려하면 여전히 해외기업에 성장 기회는 남아있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