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준호 기자 junokong@businesspost.co.kr2022-03-15 11:5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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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투자자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진 의결권 자문사 ISS가 올해 금융지주들의 정기주주총회 안건에 무더기 반대권고를 내놓고 있다.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는 금융지주 회장 또는 회장 내정자와 관련해 이사회의 사외이사들이 감시·견제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다만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KB금융지주는 파생결합펀드(DLF) 손실사태, 채용비리 등 문제가 불거진 다른 금융지주사와 달리 이렇다 할 리스크가 없었기 때문에 모든 사외이사 선임안건에 대해 찬성권고를 받았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ISS는 KB금융지주가 올린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의 사내이사 선임건을 비롯해 6인의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과 1인의 신임 사외이사 선임안건에 모두 찬성을 권고했다.
다만 김영수 전 한국수출입은행 부행장의 사외이사 추천안에는 반대의견을 표시했는데 이는 노조 측이 주주제안을 통해 올린 안건으로 사실상 ISS가 KB금융지주 현 이사회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평가된다.
노조 추천 당시 KB금융지주 이사회 관계자는 "이사회 내에는 미국 월가에서 실무 경험을 쌓는 등 금융, 재무 분야의 글로벌한 전문성을 갖춘 이사들이 많다"며 "해외사업과 관련하여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노조의 주장은 근거가 미약하다"고 말해 사실상 반대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KB금융지주를 제외한 다른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추천 안건에 대해 대체로 반대의견을 제시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KB금융지주 이사회가 ISS로부터 유일하게 '합격점'을 받은 것으로도 해석된다.
금융지주의 회장 또는 회장 내정자가 금융당국의 제재나 재판 등으로 리스크를 지닌것과 비교해 윤종규 KB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나 새로 사내이사로 임명될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은 금융당국 제재나 사법리스크로부터 자유로운 것으로 평가된다.
ISS는 신한금융지주 박안순·변양호·성재호·허용학·윤재원·이윤재·진현덕 사외이사의 재선임 안건에 반대권고를 냈다.
이는 재선임 대상이 된 모든 사외이사에 반대의견을 낸 것으로 ISS는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과거 채용비리 혐의와 관련해 사외이사들이 견제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2021년 11월 조 회장은 항소심 재판에서 1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 받으면서 혐의를 벗었지만 ISS는 이와 별개로 이사들이 리스크를 사전에 관리하지 못한 책임을 문제삼은 것이다.
지난해에도 ISS는 사내이사인 진옥동 신한은행장과 6명의 사외이사들이 조 회장의 채용비리 재판 1심 유죄판결에도 불구하고 조 회장을 그대로 둔 점을 문제삼아 사외이사 선임안에 반대를 권고한 바 있다.
ISS는 우리금융지주와 관련해서 이원덕 우리은행장 내정자의 비상임이사 선임안을 비롯해 노성태·박상용·전지평·장동우·정찬형 사외이사의 재선임 안건에 반대의견을 냈다.
반대 사유는 신한금융과 마찬가지로 감시와 견제기능의 미흡이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파생결합펀드(DLF) 손실사태로 금융당국에서 제재를 받고 라임펀드 손실사태의 문제가 불거졌는데도 이사회에서 손 회장의 연임을 지지했다는 이유다.
하나금융지주에 대해서도 ISS는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내정자의 사내이사 선임안건을 비롯해 양동훈·허윤·이정원 사외이사의 선임안에 반대를 권고했다.
역시 함 내정자와 관련된 금융당국의 제재와 사법리스크가 이유다. [비즈니스포스트 공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