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도영 기자 doyoung@businesspost.co.kr2022-03-13 17: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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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계열 신탁사들이 신탁업계 전통적 강자들을 제치고 지난해 순이익 순위를 석권했다.
이들은 모기업의 높은 신용도를 등에 업고 고수익성 사업을 계속 확장하고 있어 지금의 역전세가 굳어질 것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 하나자산신탁 KB부동산신탁 아시아신탁 로고.
1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신탁업계 순이익 기준 1위 업체에 처음으로 금융지주계열의 하나자산신탁이 올랐다. 순이익 순위 상위 5위권을 보면 세 자리를 금융지주계열 신탁사가 차지했다.
1위인 하나금융지주 계열인 하나자산신탁은 2021년 순이익 927억 원을 거둬 2020년보다 14.7% 늘어났다.
KB금융지주 계열 KB부동산신탁은 순이익 815억 원을 내 3위에 위치했고, 신한금융지주 계열 아시아신탁은 순이익 777억 원을 거둬 4위에 올랐다.
하나자산신탁은 2010년 다올신탁이 하나금융그룹에 편입되면서 새로 출범했다. 아시아신탁은 2019년 들어 신한금융그룹에 편입됐다.
이 밖에 순이익 순위 7위에 오른 우리자산신탁은 2019년 국제자산신탁이 우리금융그룹에 편입되며 재출발했다. 이들 모두 짧은 기간 실적이 대폭 늘며 업계 순위가 급등했다.
그동안 신탁업계에서는 한국토지신탁, 한국자산신탁, 대한토지신탁, 코람코자산신탁 등 비금융지주계열 업체들이 수십 년 동안 강자로 군림해왔다.
하지만 2010년대 중후반에 들어서며 모기업의 지원을 등에 업은 금융지주계열 신탁사들이 수익성이 높은 차입형토지신탁과 책임준공형 토지신탁 등의 사업에 새로 진출하기 시작하면서 업계 순위가 크게 변하기 시작했다.
금융지주계열 신탁사들의 실적 급증은 기존 신탁업계의 전통적 강자들보다 높은 신용도를 앞세워 고수익 사업에서 집중적으로 수주를 늘려나간 것이 비결로 평가된다.
이들 고수익 토지신탁 사업들은 사업 수수료가 높아 수익성이 좋은 반면 신탁사가 부동산 개발 사업에서 높은 리스크를 감당해야하는 구조의 고위험 사업이라 신탁사의 신용도가 수주 경쟁력을 크게 좌우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대표적 고수익성 토지신탁 사업인 차입형토지신탁은 부동산 개발 공사비 등 사업비 조달까지 신탁회사가 모두 떠맡는다. 자금 투입에 리스크를 지는 반면 신탁수수료가 3~4%에 이른다.
이 밖에 책임준공형 토지신탁은 시공사에 디폴트(채무불이행)가 발생해 공사가 중단될 경우 시공사를 교체해 준공책임을 지는 신탁사업이다. 책임준공 손해배상 의무에 따른 유동성 위험이 상존한다. 수수료가 2% 수준인 차입형토지신탁보다는 낮지만 0.1%의 수수료를 받는 일반적 비차입형 신탁 사업보다 크게 높다.
금융지주계열 신탁사들은 기존 신탁업계 강자들보다 자본력 등이 크게 밀렸음에도 금융지주 모기업의 신용도를 배경으로 한 리스크 관리의 강점을 적극 앞세워 경쟁력을 빠르게 높였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해 3분기 기준 하나자산신탁을 두고 자기자본 규모가 3989억 원 수준으로 한국토지신탁 자기자본(8635억 원)에 크게 밀렸음에도 A+(안정적) 신용등급을 부여했다. 한국토지신탁은 그 보다 낮은 A-를 부여했다.
신용평가업체들은 금융지주가 보유한 영업실적과 재무안정성을 기반으로 계열 신탁사를 지원할 가능성이 높은 점을 감안해 자체 신용도보다 상향조정한 신용등급을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금융지주계열 신탁사들이 고수익성의 토지신탁 사업 비중이 높은 사업구조를 지닌 만큼 기존 신탁사들과 비교해 성장전망도 밝다.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을 살펴보면 지난해 아시아신탁이 36.4% 수준에 이르렀다. 우리자산신탁(27.1%), 하나자산신탁(23.7%), KB부동산신탁(23.1%) 등이 뒤를 이어 한국토지신탁(8.1%), 한국자산신탁(11.1%)를 크게 웃돌았다.
이는 같은 자본을 투입할 때 더 높은 순이익을 내고 있다는 뜻이다. 그만큼 앞으로 성장 가능성도 높다고 볼 수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이들 금융지주계열 신탁사들을 두고 “토지신탁이 2~3년의 사업기간에 걸쳐 수익이 인식되는 점을 감안할 때 수주 잔고를 기반으로 개선된 시장 지위와 우수한 재무건전성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임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