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주성 기자 noxket@businesspost.co.kr2022-03-08 16:3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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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와 환경보호 등에 따른 채식주의 확산으로 대체육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많은 기업들이 대체육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다만 대체육 시장 규모가 커질수록 축산업계가 위축될 수밖에 없는 만큼 대체육 표기를 둘러싼 축산업계와 갈등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 지구인컴퍼니가 만든 언리미트 슬라이스 대체육. <지구인컴퍼니>
8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대체육 시장이 미래산업으로 주목받으면서 관련 사업을 진행하는 스타트업에도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먼저 지구인컴퍼니는 아직 초기 단계인 국내 대체육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콩 등에서 추출한 식물성 단백질을 이용해 대체육을 만들고 있다.
2017년 설립된 지구인컴퍼니는 애초 상품성이 떨어져 판매되지 못한 채소나 과일 재고를 활용해 가공식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2019년 콩, 현미 등으로 만든 식물성 고기 브랜드 ‘언리미트’를 내놓으면서 대체육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언리미트는 고기 식감과 맛 등을 90% 이상 구현했다는 호평을 받으며 국내를 넘어 미국, 홍콩, 중국, 베트남, 호주 등에 수출되고 있다. 2020년 국제 식품 품평회인 몽드셀렉션 동상을 받았고 세계 푸트테크500 기업으로 선정되는 등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지구인컴퍼니는 2019년 10월 40억 원 규모의 시리즈A, 2021년 2월 100억 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받았다. 지난해 11월에는 280억 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유치하는 데도 성공하면서 국내 대체육 스타트업 가운데 가장 많은 누적투자액을 기록했다.
지구인컴퍼니는 충북 제천 제3산업단지에 식물성 대체육을 전용 생산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공장도 건설하고 있다.
지구인컴퍼니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나눈 통화에서 “제천공장은 올해 6월 완공 예정이며 이후 가동에 돌입할 것”이라며 “올해 피자, 치즈, 치킨너겟 등 다양한 식물성 기반 개발제품을 선보이고 수출도 아시아 중심에서 미국, 유럽 등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다”고 말했다.
배양육 스타트업인 스페이스에프도 관심을 받고 있다.
배양육은 동물 세포를 배양해 일반 육류와 같은 근육, 지방 등의 성분을 동일하게 구현한 대체육을 뜻한다. 식물성 대체육과 달리 실제 고기세포를 배양하기 때문에 실제 고기와 차이를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2020년 설립된 스페이스에프는 근육줄기세포 분리배양, 근육조직 형성 등의 기술과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국내 최초로 배양돈육 시제품을 개발해 선보이기도 했다.
지난해 8월에는 70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 유치에 성공하면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특히 식품기업 대상과 손잡고 배양육 대량생산을 위한 설비 도입 및 제품화를 추진하고 있다.
스페이스에프 관계자는 “올해 배양육 대량생산을 위한 기술개발 등에 집중할 예정”이라며 “추가 투자 유치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체육은 도축이 없어 동물복지 문제에서 자유롭고 가축을 기르는 과정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어 환경보호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세계 가축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전체 배출량의 14.5%에 이른다.
세계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열풍이 거센 가운데 동물보호와 환경보호에 모두 기여하는 대체육 시장 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테티스타는 세계 대체육 시장 규모가 2026년에 309억2천만 달러(약 37조 원)에 이를 것으로 바라봤다. 2020년 기준 대체육 시장 규모(약 133억 달러)와 비교해 6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어나는 것이다.
이에 대체육 시장은 미래산업 가운데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의 67.6%가 환경보전 등을 위해 대체육을 소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 배양육으로 만든 시제품 이미지. <스페이스에프>
다만 대체육 시장 성장이 가속화되면서 축산업계와 갈등도 커지고 있다. 축산업계는 '대체육'이라는 표현부터 문제 삼고 있다.
한우농가들로 구성된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는 8일 보도자료를 통해 "식물성 단백질로 만들어진 대체육은 동물성 단백질 성분의 육류와 영양 성분이 달라 육류를 대체할 수 없으며 대체육이 아닌 대체식품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공장 등에서 대체육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화석연료 에너지를 소모하는 만큼 탄소절감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도 희박하다고 덧붙였다.
민경천 한우자조금위원장은 "정부와 기업의 대체육 육성사업은 축산업 기반을 뒤흔드는 것과 다름없다"며 "축산농가의 피해를 줄이고 고기와 별도 식품으로 인식되도록 법·제도적 차원의 정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체육 시장의 성장이 축산업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를 둘러싼 갈등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에이티커니는 세계에서 소비되는 육류 가운데 대체육이 차지하는 비중이 기존 1~2% 수준에서 2040년 60%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육류 소비를 뛰어넘는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나눈 통화에서 “대체육의 정의, 명칭, 분류 등과 관련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결과가 언제 나올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은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