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크지 않은 수준인 만큼 최근 가파르게 상승한 유가도 세계경제에 큰 타격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외국언론의 분석이 나왔다.
블룸버그는 현지시각으로 7일 “국제유가가 한달 만에 약 39% 상승해 사람들의 공포감을 자극하고 있다”며 “유가에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제유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주요 국가들의 경제제재 영향으로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다.
원유 등 에너지는 아직 경제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최근 러시아에서 원유를 수입한 미국 셸이 ‘우크라이나인의 피를 사들였다’는 비난을 받는 등 사실상 수입이 어려운 환경이 만들어졌다.
블룸버그는 “2년 전만 해도 배럴당 40달러에 그치던 유가가 130달러에 육박하는 것은 경제 '멸망'의 시초로 보이기도 한다”며 “하지만 사실 지금은 유가가 정상화에 가까워지는 상황”이라고 바라봤다.
현재 물가 수준과 비교해서 따져볼 때 지금 국제유가는 2010년 전후와 비슷한 정도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2010년과 2011년에 유가가 크게 상승했을 때도 세계 경제 성장률은 2000년대 중반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며 높은 유가와 세계 경제 침체 사이의 연결고리는 생각보다 강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국제유가가 최근 급격한 상승세를 타고 있어도 곧바로 심각한 경기 침체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석유 등 에너지가 필수재에 해당하는 만큼 가격이 상승해도 수요가 크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이런 관측에 힘을 보탠다.
블룸버그는 “세계 경제는 유가 자체보다 주요 중앙은행이 유가 상승에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따라 더 큰 영향을 받는다”며 “물가 안정에 집중하고 있는 중앙은행에서 유가 상승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린다면 경제활동이 위축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블룸버그는 중앙은행들이 차라리 유가 상승을 그냥 내버려두고 시장이 저절로 안정을 찾을 때까지 지켜보는 일이 경제에 오히려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유가 상승을 막으려 기준금리를 높이는 일은 환자의 열을 내리기 위해 피를 흘리도록 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금융정책은 국제유가 상승보다 세계에서 일어나는 다른 일들에 더 집중해 이뤄져야 한다”며 “세계 경제는 유가 상승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힘을 갖추고 있다”고 보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