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연호 경동나비엔 각자대표이사 회장이 러시아에 대한 수출통제를 결정한 정부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보일러업계에서는 수출통제 품목에 보일러가 오를지가 관심인데 특히 러시아에서 사업 확대를 준비 중인 경동나비엔은 혹시나 실적에 미칠 영향때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일 경동나비엔에 따르면 최근 정부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제재 차원에서 대러 전략물자 수출을 차단하는 등 수출통제를 결정한 것과 관련해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손 회장은 러시아 현지법인에 재고를 미리 확보하라고 지시하는 등 이번 사태 장기화에 대비한 준비를 서두고 있다.
경동나비엔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올해 초부터 러시아 지역 정세불안을 감지하고 러시아에 물량을 이미 보냈고 보일러 공장의 생산일정을 앞당기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 정부가 수출통제 품목을 검토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지 않다”며 “여유를 가지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손 회장이 러시아시장 상황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경동나비엔의 해외매출 다변화 전략에서 러시아가 차지하는 위상 때문이다. 경동나비엔의 러시아 매출 성장세가 꺾일 수 있다는 점도 걱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동나비엔은 북미와 러시아 등 해외시장을 중심으로 보일러, 온수기 수출을 활발히 추진하며 국내 보일러업계 가운데 처음 매출 ‘1조 클럽’에 가입했다.
경동나비엔은 2021년 매출 1조1029억 원, 영업이익 643억 원을 거둔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매출은 2020년 8734억 원에서 26.3% 늘어났다. 다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71억 원에서 소폭 줄어들었다.
경동나비엔은 2021년 3분기 기준 매출의 67% 이상을 해외시장에서 냈는데 이 가운데 러시아 매출은 8%에 그치지만 북미지역 다음으로 높은 매출을 거뒀다.
현지법인 나비엔루스는 2021년 3분기 누적 매출 403억 원, 순이익 56억 원을 냈다. 2020년 연간 매출 324억 원보다도 약 25%가 늘고 손손실 83억 원에서 흑자로 돌아서는 등 성장세가 가파르다.
경동나비엔은 나비엔루스를 만든 지 5년만인 2018년에 보일러 판매량 100만 대를 기록하는 등 러시아 보일러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러시아의 기후와 난방 인프라를 분석해 강풍이나 낮은 가스압, 불규칙한 전압에서도 안정적으로 가동하도록 보일러를 개발했고 ‘나비엔 기술 아카데미’를 열어 보일러 설비 전문가를 육성하고 서비스센터망을 구축한 것이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경동나비엔은 소비자가 직접 참여하는 ‘러시아 국민 브랜드’ 시상 보일러부문에서 3년 연속으로 뽑히고 러시아 경제인과 정부 관계자 등이 선정하는 ‘올해의 기업상’도 2년 연속 수상하는 등 현지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손 회장은 올해 해외사업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특히 러시아에서의 사업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경동나비엔은 2월 '아쿠아썸 모스크바 2022'에 참가해 러시아시장 공략 의지를 다졌다. 아쿠아썸 모스크바는 러시아, 독립국가연합, 동유럽지역 최대 규모의 냉난방공조설비전시회로 해당지역 진출을 위한 전략적 발판으로 활용된다.
특히 올해 아쿠아썸 모스크바에는 경동나비엔의 경쟁기업인 귀뚜라미까지 참가해 국내 보일러업계 양대산맥이 모두 러시아시장 공략을 준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손 회장은 친환경 보일러 시장 및 상업용 보일러 시장에도 진출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어 이번 전시회에서는 콘덴싱 보일러와 케스케이드시스템을 선보이기도 했다. 케스케이드시스템은 소형 보일러를 연결해 필요한 용량을 자유자재로 설계할 수 있는 기술이다.
경동나비엔은 또한 러시아에서의 노후 난방시스템 교체 수요를 겨냥한 사업에도 참여할 준비를 하고 있다.
손 회장으로서는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수출통제 때문에 사업확장의 발목이 잡히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이밖에 경동나비엔은 러시아에서 판매대금으로 받는 러시아 화폐 루블화의 환위험에도 노출된 것으로 파악된다.
2일 현재 환율은 루블당 11.01원으로 지난해 9월30일 기준 루블당 16.28원에서 32.3%가 빠졌다.
경동나비엔이 2021년 3분기 말 기준 보유하고 있는 루블화 외화자산은 169억 원(15억3600만 루불) 규모에 이른다.
경동나비엔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사전에 수출한 러시아 지역 재고들이 남아 있어 문제가 없다”며 “다만 사태의 장기화 등 다양하게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의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