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KDB산업은행에 따르면 이날자로 두산그룹은 채권단과 맺었던 재무구조 개선약정에 따른 채권단 관리체제를 졸업했다.
박 회장은 2020년 3월부터 1년11개월 동안 이어져 온 채권단 관리체제를 벗어나면서 두산그룹 재도약에 속도를 내게 됐다.
특히 최근 국내외에서 원자력발전을 향한 관심이 커지면서 핵심 계열사 두산중공업의 소형모듈원전이 두산그룹 재건에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두산그룹은 과거 세계적 친환경 흐름에 따른 석탄화력, 원자력발전 등 전통 발전 분야의 실적 둔화와 자회사 두산건설에 관한 자금지원 부담으로 재무구조가 악화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촉발된 금융시장 경색으로 유동성 부족에 직면했다.
두산그룹의 위기에 원자력발전 시장의 퇴조가 영향을 미친 것인데 오히려 새로운 원자력발전 분야에서 기회를 볼 수 있게 된 셈이다.
발전업계에서는 소형모듈원전이 노후 석탄화력발전소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과정에서 중간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소형모듈원전은 고압의 전력을 수용할 수 있는 송전망이 충분하지 않은 지역에 적합한 분산형 전력원으로 소규모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개발됐다.
소형모듈원전은 대형 원전의 핵심 기기인 원자로, 증기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을 하나의 용기에 일체화해 전기 출력이 300MW(메가와트) 이하인 소형 원전을 말한다.
이런 특징으로 장소 제약이 적을 뿐 아니라 기존 원전과 비교해 중대사고 발생 확률이 1천분의 1 수준으로 낮고 방사성폐기물 발생이 상대적으로 적은 장점이 있다.
소형모듈원전은 24시간 전력생산이 불가능한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면서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발전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런 이유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녹색분류체계(택소노미) 최종안에 방사성폐기물 처리를 위한 자금과 부지 확보를 조건으로 원전을 기후 친화적 발전에 포함했다. 녹색분류체계는 유럽연합 회원국과 의회의 논의를 거쳐 최종안대로 확정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나라 정부도 그동안 ‘탈원전’ 기조를 탈피해 원자력발전에 다시 힘주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현안 점검회의’에서 “원전이 지속 운영되는 향후 60여 년 동안 주력 기저전원으로 충분히 활용돼야 한다”며 “세계적 선도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소형모듈원전 연구, 원전해체 기술 등을 빠르게 검토해달라”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은 이미 소형모듈원전 선도기업으로 꼽히는 미국 뉴스케일파워와 협력하고 있다. 박 회장이 두산그룹 재도약에 나설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두산중공업은 국내 투자회사들과 뉴스케일파워에 2019년과 지난해 각각 4400만 달러와 6천만 달러를 투자하며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현재 뉴스케일파워 원자로 모듈의 용역을 완료한 뒤 시제품을 제작하고 있다. 올해 두산중공업과 뉴스케일파워가 협력하는 첫 프로젝트인 미국 발전사업자 UAMPS의 아이다호사업에 원자로 모듈용 기기 제작에 착수한다.
뉴스케일파워는 3월 나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을 만큼 소형모듈원전사업 확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뉴스케일파워는 미국을 넘어 유럽 및 아시아 등 전세계 소형모듈원전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소형모듈원전사업에서 2026년까지 매년 4800억 원, 2026년 이후 매년 1조7천억 원 규모의 수주를 달성하겠다는 중장기 목표를 지니고 있다.
박정원 회장은 채권단 관리체제 졸업에 발맞춰 과거 소비재기업, 중공업기업을 넘어 친환경에너지와 기술 중심으로 전환을 통한 새 도약에 속도를 내고 있다.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의 가스터빈, 수소터빈, 풍력 등을 중심으로 그룹 전반의 수소사업, 두산의 자체 사업(전자BG, 물류, 로봇, 드론)을 확장하고 있다.
박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이제 한층 단단해지고 달라진 모습으로 전열을 갖췄다"며 "더 큰 도약을 향해 자신감을 갖고 새롭게 시작하자"며 경영 정상화를 앞두고 미래를 강조했다.
두산그룹은 1년11개월 만에 채권단 관리체제에서 졸업하며 최근 10년 동안 가장 빠르게 채권단 관리체제에서 벗어난 대기업 구조조정 사례가 됐다.
산업은행도 두산그룹의 재무구조 개선계획 실행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
두산그룹은 채권단 관리체제에서 클럽모우CC, 네오플럭스, 두산타워, 두산솔루스, 모트롤BG, 두산인프라코어, 두산건설 등 보유자산을 3조1천억 원에 매각했고 최근 두산중공업 1조15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확충했다.
산업은행은 “두산그룹은 자구노력을 성실히 이행해 짧은 기간에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모범 사례”며 “이번 재무구조 개선약정 종결을 통해 에너지 분야의 대표기업인 두산중공업은 유동성 위기 극복뿐 아니라 ‘미래형 사업구조로 새 출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그동안의 지원과 협조에 감사한다”며 “개선된 재무구조와 소형모듈원전(SMR), 가스터빈, 풍력 등 미래 사업을 통해 지속적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