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경일 SK에코플랜트 대표이사 사장이 21일(현지시각) 싱가포르 풀러턴 호텔에서 테스(TES)의 최대주주인 나비스캐피탈파트너스(Navis Capital Partners)의 로드니 뮤즈 매니징 파트너와 테스의 지분 100%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 체결하고 계약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 SK에코플랜트 > |
박경일 SK에코플랜트 대표이사 사장이 전기전자폐기물 재활용 사업에 뛰어든다.
박 대표는 SK에코플랜트를 친환경사업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는데 폐기물의 소각·매립을 넘어 전기전자폐기물(E-웨이스트) 재활용으로 한 단계 도약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SK에코플랜트는 21일(현지시각) 싱가포르 현지에서 E-웨이스트 재활용 전문기업 테스(TES)의 지분 100%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주식양수 예정일자는 4월18일이다.
인수금액은 약 10억 달러(한화 약 1조2천억 원)로 SK에코플랜트 2021년 3분기 기준 총 자산의 약 20%에 달한다. 2020년 인수한 환경시설관리(옛 EMC홀딩스) 인수금액인 1조 원을 뛰어넘는 규모이다. 환경시설관리는 하폐수 처리 사업을 위주로 정수, 슬러지 처리, 토양오염 정화 사업 등을 펼친다.
박 사장은 E-웨이스트 재활용 시장의 성장성을 바라보고 관련 사업을 SK에코플랜트의 미래 핵심 사업 가운데 하나로 키우려는 것으로 보인다.
E-웨이스트는 폐기된 전기·전자제품을 말한다. 폐배터리뿐 아니라 수명이 다한 스마트폰, 노트북, 서버·저장장치 등 폐IT기기, 폐가전, 폐태양광 부품 등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다.
전기차 시대에 접어들며 E-웨이스트가 급증할 것으로 보여 이를 재활용하는 사업도 주목받고 있다. E-웨이스트 재활용 사업은 각종 가전, IT기기에서 플라스틱, 코발트, 알루미늄 등 원자재와 희귀금속을 추출해 새로운 제품의 원자재로 다시 판매하는 것이다.
이번에 SK에코플랜트가 인수한 테스는 전 세계 가장 많은 국가에 거점을 보유하는 등 E-웨이스트 재활용 사업분야의 선도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테스의 매출은 2018년 2407억 원에서 지난해 4100억 원으로 두 배 가까이 성장했다.
본사는 싱가포르에 있지만 현재 북미, 유럽 등 모두 21개국에 43개의 처리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배터리로만 움직이는 기기들의 핵심소재인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의 희귀금속은 언젠가 사라지는 것들이다”며 “이미 쓰이고 있는 금속을 재활용해야만 수요를 채울 수 있어 SK에코플랜트는 E-웨이스트에서 답을 찾았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이번 테스 인수를 통해 지난 1월 제시한 순환경제 청사진의 현실화 가능성도 높이게 됐다.
SK에코플랜트는 올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22에서 폐기물과 대기오염물질을 자원화해 환경·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순환경제모델 ‘넷제로시티(Net Zero City)’를 선보인 바 있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테스 인수를 통해 순환경제의 청사진을 완성해 가겠다”며 “E-웨이스트 분야 기술력을 갖춘 강소기업들을 발굴해 함께 성장하는 노력도 해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E-웨이스트 재활용 사업은 새로 열리는 시장이다.
국제연합(UN)의 ‘2020년 글로벌 E-waste 모니터’ 보고서를 보면 2019년 전 세계에서 발생한 E-waste 양은 약 5360만 톤에 이른다. 2030년에는 7470만 톤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폰, 태블릿, 컴퓨터, 스마트웨어러블기기, 전기자동차 등의 전자기기 보급 확대에 따른 결과이다.
문제는 현재 발생되는 E-웨이스트 가운데 고작 17.4%만 재활용된다는 점이다. 나머지 80%가 넘는 금속, 플라스틱 등의 자원은 소실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웨이스트 재활용 사업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받는 이유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인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Allied Market Research)는 2020년 500억 달러(약 60조 원) 수준인 E-waste 산업 규모가 2028년에는 1440억 달러(약 170조 원) 수준으로 8년 만에 3배 가까이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