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해운업에 대한 구조조정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 국내 시중은행들도 비상이 걸렸다.
부실대출로 쌓아야 할 충담금 규모가 막대할 것으로 보여 은행들도 리스크 관리에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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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 |
하나금융투자는 3일 국내 은행들이 대우조선해양 한진중공업 현대상선 한진해운 창명해운 등 5개 조선·해운사에 빌려준 자금을 부실대출로 분류할 경우 추가해야 할 충당금 규모가 최대 8조 원에 이를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특수은행과 시중은행은 5개 부실기업 여신에 대해 작년 말에 대부분 '정상'으로 분류했다”면서 “이 대출을 현실에 맞게 '고정이하'나 '회수의문'으로 분류하면 은행의 추가 충당금 규모는 3조∼7조9천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5개 부실기업의 제1금융권 위험 노출액은 특수은행 23조 원과 시중은행 3조2천억 원 등 모두 26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 연구원은 “조선·해운업종의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해당 기업의 대출이 부실화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며 “5개사에 나머지 조선과 해운업종 여신까지 합치면 특수은행이 추가 적립해야 하는 충당금 규모는 3조9천억∼9조 원으로 늘어나고, 시중은행은 2조∼2조5천억 원에 각각 이를 것”이라고 진단했다.
구조조정이 진행되면 국책은행이 부담해야 하는 부실채권 부담이 커지고 원활한 구조조정 진행을 위해 취약업종 대출을 대부분 보유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에 대한 자본확충이 필수적이라고 이 연구원은 지적했다.
시중은행들도 국책은행보다 규모는 적지만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에 따른 자본확충이 시급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1분기 말 기준으로 BIS(국제결제은행)비율은 KB국민은행이 15.81%로 가장 높고 KEB하나은행 15.3%, 신한은행 15% 순이다.
우리은행은 13.5%로 다른 은행보다 낮지만 5개 자회사 위험가중자산을 제외하면 15.1%로 상승한다. NH농협은행은 BIS기준 총자본비율은 14.27%(잠정치)로 주요 시중은행보다 낮지만 금융당국의 권고비율인 10%를 넘겼다.
하지만 조선업과 해운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경우 자본 적정성이 악화될 수 있다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3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농협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제외하고 앞으로 구조조정이 진행될 5대 취약 업종에 가장 많이 노출돼 있다”며 “농협금융은 그동안 조선·해운 등 취약업종에 대한 부실채권 정리가 상대적으로 덜 이뤄져 이를 털고 가는 빅배스를 한번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빅배스란 경영진이 바뀔 때 회사들이 과거의 부실요소를 한 회계년도에 모두 반영해 손실이나 이익규모를 있는 그대로 회계장부에 드러내는 경영기법을 말한다.
김 회장은 다른 은행들은 은행장 교체 등 큰 변화가 있을 때마다 대규모 부실정리 작업을 진행했지만 농협은 제때 부실정리를 하지 못해 지금이라도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김 회장은 "그동안 명칭사용료와 배당 등을 제외하고 충당금을 산정하다 보니 빅배스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최근 중앙회에서도 부실채권 정리와 관련해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정확한 일정이나 방법은 중앙회와 더 논의한 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실이 대손 비용 부담, 손익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어내는 것이 농협금융의 살길”이라며 “산업분석과 여신심사·감리 등 리스크관리 인프라를 정교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