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택 부회장이나 박지원 부회장에게 두산중공업의 올해 실적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두산중공업이 올해 실적을 개선하지 못하면 두 부회장의 경영능력에 물음표가 붙게 된다.
두산중공업의 실적이 올해 확실하게 반등해야 두산그룹은 ‘4세경영 구도'가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다.
◆ 두산중공업, 올해 10조 원 수주에 안간힘
3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이 올해 5년 만에 연간 수주 10조 원을 달성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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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지택 두산중공업 부회장. |
두산중공업은 올해 초 연간 수주목표로 11조4천억 원을 잡았다. 하지만 두산중공업은 1분기 모두 1조2623억 원을 수주하며 목표치의 11.1%를 달성하는데 그쳤다.
두산중공업은 2~3분기 대규모 프로젝트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2분기 안에 5천억 원 규모의 쿠웨이트 담수발전소와 1조 원 규모의 터키 석탄화력발전소를 수주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중공업은 하반기 2조1천억 원 규모의 원자력발전소 신한울3, 4호기 수주를 앞두고 있어 하반기로 갈수록 수주실적이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자회사 자금지원과 구조조정 등으로 실적이 부진했는데 올해 반등에 힘을 쏟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1분기 개별기준으로 매출 1조3237억 원, 영업이익 894억 원을 냈다. 지난해 1분기보다 매출은 20.24%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20.97% 증가하며 수익개선에 성공했다.
두산중공업은 “새만금 등 대형 프로젝트가 종료단계에 진입해 매출이 감소했다”면서 “원가율이 양호한 프로젝트의 매출비중이 늘어나 수익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 정지택, 수주회복에 총력
두산그룹에서 두산중공업이 차지하는 위상은 크다. 지난해 두산그룹에서 두산중공업이 차지하는 매출비중은 30%에 가깝다.
자회사의 경영악화 등으로 재무구조가 크게 흔들린 두산그룹 전체가 안정화하려면 두산중공업의 실적회복이 반드시 필요하다.
두산중공업이 수주산업을 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두산중공업의 실적이 회복되려면 무엇보다도 수주가 늘어나야 한다.
두산중공업은 2011년 10조1015억 원의 수주를 기록하며 순항했지만 2012년 수주액이 5조8271억으로 반토막났다. 이후에도 두산중공업은 2014년 7조7716억 원의 수주에 그치는 등 좀처럼 회복하지 못했다.
두산중공업은 수주부진을 이겨내기 위해 2014년 12월 정지택 부회장을 두산중공업 대표이사로 긴급투입했다.
정 부회장은 2008년부터 3년 반 동안 두산중공업을 이끌다가 2012년 물러났다. 정 부회장이 두산중공업 대표이사로 일할 때 두산중공업은 해외영업망 확대에 집중하면서 10조 원 이상을 수주했다.
두산중공업은 “정 부회장의 영업능력과 강한 리더십을 토대로 수주증대에 초점을 맞춘 경영전략을 펼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카자흐스탄, 칠레, 베트남, 인도 등에서 모두 8조5687억 원의 수주실적을 기록하며 기대에 부응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적극적인 국내외 마케팅 노력의 결실”이라며 “아프리카와 남미 등 신규시장을 확대해 내년 10조 원 이상의 수주실적을 내겠다”고 말했다.
◆ 박지원과 정지택의 2인3각
두산중공업의 실적회복은 두산중공업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박지원 부회장의 경영능력을 입증하기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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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지원 두산중공업 부회장. |
박지원 부회장은 2007년부터 두산중공업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박 부회장의 아버지는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이고 그의 형은 두산그룹의 지주사 격인 두산의 박정원 회장이다.
박 부회장은 초창기 두산중공업을 경영하면서 뚝심을 보여주기도 했다.
박 부회장은 2009년 터빈 원천기술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 체코 스코다파워를 인수했다. 당시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스코다파워의 인수를 반대했으나 박 부회장이 강하게 설득해 인수를 이끌어냈다.
스코다파워는 그 뒤 안정적 성과를 내며 두산중공업의 실적에 이바지했다. 박용만 회장은 2010년 트위터를 통해 “지난해 인수한 체코 스코다파워 터빈공장을 방문해보니 일감이 꽉 차서 행복하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박지원 부회장은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12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당시 박 부회장이 형제승계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두산그룹에서 4세 형제경영의 대열에 합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두산그룹은 올해 ‘4세경영’의 첫 발을 내디뎠다. 두산그룹의 핵심인 두산중공업 수장을 맡고 있는 박 부회장이 앞으로 두산그룹 경영권을 자연스럽게 승계받기 위해서라도 두산중공업의 수주회복은 절실하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