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진 태광그룹 전 회장이 흥국생명과 흥국화재 대표이사를 왜 보험전문가가 아닌 관계와 언론계 출신 인물로 교체했을까.
이 전 회장은 임형준 흥국생명 대표이사 내정자와 임규준 흥국화재 대표이사 내정자를 통해 각각 금융당국과의 관계개선과 기업 이미지 개선에서 성과를 기대할 것으로 보인다.
▲ 임형준 흥국생명 대표 내정자(왼쪽)과 임규준 흥국화재 대표 내정자(오른쪽). |
14일 흥국생명과 흥국화재에 따르면 3월 정기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어 임형준 전 한국은행 부총재보와 임규준 전 금융위원회 대변인을 각각 새 대표이사로 선임한다.
임형준 흥국생명 대표 내정자와 임규준 흥국화재 대표 내정자는 보험전문가가 아니라 관계와 언론계에서 폭넓게 활동해 온 인물이다.
임형준 대표 내정자는 1962년 생으로 1987년 한국은행에 들어가 금융시장국, 통화정책국 등을 거쳐 인사경영담당 부총재보를 지냈다. 현재 KB생명보험 상근감사로 일하고 있다.
임규준 대표 내정자는 1963년 생으로 1987년 매일경제신문에 입사한 뒤 부동산부장, 증권부장 등으로 근무하다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금융위원회 대변인으로 일했다. 현재 금융채권자조정위원회 사무국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흥국생명과 흥국화재의 대표 교체는 이 전 회장이 지난해 출소를 한 뒤 진행한 첫 인사라는 점에서 시선을 끈다.
특히 이 전 회장이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 따라 5년 동안 경영활동에 공식적으로 복귀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번 인사는 두 회사의 운영 방향성을 놓고 이 전 회장의 고민이 담겼다고 볼 수 있다.
이 전 회장은 흥국생명의 지분 56.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흥국생명은 흥국화재, 예가람저축은행, 고려저축은행 등을 지배하고 있다.
앞서 이 전 회장은 2011년 1월 횡령·배임과 조세포탈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뒤 2019년 6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형이 확정됐다. 이후 수감생활을 해오다 지난해 10월11일 만기 출소했다.
이 전 회장은 임형준 대표 내정자와 임규준 대표 내정자가 관계와 언론계에 오래 몸담아왔다는 점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회장이 나중에 경영활동에 복귀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서서히 금융당국과의 관계를 풀어나가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보험전문가 보다는 대관업무에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물을 선택했을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이와함께 흥국생명과 흥국화재 등 태광그룹 금융계열사의 기업 이미지가 크게 훼손됐는데 이를 언론계를 잘 아는 인물을 통해 회복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회장은 현재 금융위원회와 고려저축은행 주식 처분 명령을 놓고 소송전을 벌이고 있기도 하다.
금융위원회는 이 전 회장의 실형 확정으로 저축은행법상 대주주 적격성 유지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해 2021년 이 전 회장에게 고려저축은행의 주식을 처분하라고 명령했다. 이 전 회장은 고려저축은행의 지분 30.5%를 보유하고 있다.
임형준 대표 내정자와 임규준 대표 내정자는 대표에 오르면 쌓아온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금융당국과의 소통으로 현안을 해결하고 적극적 홍보작업 등을 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전 회장의 구속과 복역 등으로 흥국생명과 흥국화재는 그동안 적극적 사업을 펼치지 못하고 위축돼 우선 자본확충이 시급하다.
특히 2023년 새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의 도입을 앞두고 있어 흥국생명과 흥국화재는 자본확충을 통해 지급여력비율(RBC)을 끌어올려야 한다.
지난해 9월 기준으로 흥국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은 172.1%(생명보험사 평균 261.8%), 흥국화재는 163.9%(화재보험사 평균 241.2%)로 업계 평균을 밑돌고 있다.
흥국화재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이번 인사는 변화와 쇄신을 목적으로 이뤄졌다고 볼 수 있어 조직개편이나 신사업 등 새로운 시도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