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이 영업이익 4천억 원대 복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그동안 내실경영에 집중했는데 이런 기조가 실적 성장의 기틀을 다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8일 증권업계 전망을 종합하면 현대백화점이 2021년 실적 반등에 성공한데 이어 올해도 실적 성장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현대백화점은 2월 초에 2021년 실적을 공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 바라보는 현대백화점의 실적 추정치(컨센서스)는 연결기준으로 매출 3조3923억 원, 영업이익 2711억 원이다.
영업이익만 보면 2017년 이후 3년 연속 이어진 하락세를 끊고 반등하는 것이다. 증권업계는 이번 반등을 기점으로 당분간 영업이익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상장기업 분석업체 에프엔가이드가 종합한 증권가 컨센서스를 보면 현대백화점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022년 3587억 원, 2023년 4218억 원 등으로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백화점이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4천억 원을 넘게 되면 2012년(4263억 원) 이후 11년 만에 영업이익 4천억 원대를 달성하는 것이다.
올해 영업이익 4천억 원대 복귀가 바로 가능하다는 시각도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27일 분석리포트를 통해 현대백화점이 올해 영업이익 4050억 원을 낼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백화점 영업이익 급성장이 가능한 배경에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보복소비 열풍이 꼽힌다. 하지만 이보다 더 핵심적 배경에는
정지선 회장의 출혈경쟁 지양 전략이 있다.
정지선 회장은 경쟁기업들과 비교할 때 유통업계의 화두인 이커머스 통합 전략에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신세계그룹은 통합 온라인몰인 SSG닷컴을 2019년에 독립법인으로 출범했다. 이커머스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2021년 상반기에는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는 데만 3조5천억 원 가까이 썼다.
현재도 SSG닷컴과 이베이코리아의 시너지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롯데그룹 역시 뒤처진 이커머스사업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2020년 4월에 통합 온라인몰인 롯데온을 내놨으며 외부 전문가까지 수장으로 영입하며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현대백화점은 완전히 다른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온라인몰을 통합하기보다 전문몰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그룹 차원에서 보면 현대백화점이 운영하는 쇼핑몰 더현대닷컴과 식품 전문 온라인몰 현대식품관투홈뿐 아니라 현대H몰(현대홈쇼핑), 더한섬닷컴(패션, 한섬), 리바트몰(가구, 현대리바트), 그리팅몰(식품, 현대그린푸드) 등이 모두 따로 존재한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동종업계와 달리 현대백화점그룹은 각 계열사의 전문적 특성을 살린 전문몰 형태를 추구하고 있다”며 “각 회사의 장점을 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전문몰 전략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몰 전략은 성과로도 이어졌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들이 별개로 운영하는 전문몰들의 온라인 전체 매출은 2021년 기준 4조7천억 원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영업이익도 1400억 원으로 오름세다.
신세계그룹과 롯데그룹이 통합 온라인몰을 운영하면서 각각 수백억 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내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정 회장이 추구해온 ‘다른 전략’이 결국 현대백화점의 실적 성장에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정 회장이 올해 발표한 신년사도 다른 경쟁기업들과 결이 달랐다.
정 회장은 3일 내놓은 신년사에서 “같은 과녁을 향해 정확히 쏘는 것보다 아무도 보지 못한 과녁을 쏘는 새로운 수를 찾는 노력이 쌓일 때 성장의 기회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며 “내외부 협력과 연결을 통해 가치의 합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이 ‘협력’과 ‘연결’을 얘기한 것은 다른 유통기업 수장들이 ‘혁신’이나 ‘실천’을 얘기한 것과 분명 결이 다르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