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창학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장이 25일 유튜브를 통해 기업공개(IPO) 기자 간담회를 열고 기업의 미래 목표를 설명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 |
김창학 현대엔지지어링 대표이사가 건축·주택과 플랜트사업으로 이뤄진 양대 축에 친환경 에너지사업이라는 세 번째 날개를 달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특히 현대차그룹에 수소를 공급하는 등 그룹 전체의 에너지를 책임지는 회사가 되겠다는 큰 그림을 제시했다.
김창학 사장은 25일 열린 기자감담회에서 “친환경 에너지사업으로 전환과 디지털 신기술 융합으로 지속가능성이 향상된 현대엔지니어링을 선보이겠다”고 자신감에 찬 태도로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60조 원을 투자해 수소차,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수소를 바탕에 둔 '스마트모빌리티솔루션'기업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에 갖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이에 발맞춰 현대차그룹에 필요한 수소를 공급하는 에너지전담기업이 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월15일 유가증권시장(KOSPI) 상장에 앞서 이날 온라인 비대면 방식으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날부터 이틀 동안 국내 기관을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하고 공모가격을 최종 확정해 2월3~4일 일반 청약을 접수한다.
◆ 현대엔지니어링의 '세 번째 날개'
김 사장은 이번 주식시장 상장을 계기로 친환경 에너지사업이라는 '새로운 날개'를 달겠다는 전략을 분명하게 제시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재 건축·주택과 플랜트의 매출 비중이 각각 50%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김 사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기존 건축·주택사업과 플랜트사업에 더해 신사업 분야까지 모두 3개 사업을 축으로 기업을 새롭게 탈바꿈하겠다는 장기 목표를 제시했다.
세 부문이 장기적으로 각각 3분의 1씩 매출을 발생하도록 해 더욱 탄탄한 사업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경기의 영향을 크게 받고 성장성에 한계가 있다는 점에 기업가치가 낮게 평가되는 건설업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사장은 기존의 핵심사업인 건설업을 탄탄히 하며 업계 최고수준의 재무체력을 바탕으로 친환경 에너지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적극 발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미 에너지 전환 및 친환경분야에서 △폐플라스틱 자원화 △암모니아 수소화 △초소형원자로(MMR) △자체 전력생산 △이산화탄소 자원화 △폐기물 소각 및 매립사업 등 6가지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6가지 신사업의 이르면 2022년부터 매출이 발생해 2025년부터는 의미있는 수준으로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현대엔지니어링은 바라보고 있다. 이를 통해 상장 이후 기업가치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김창학 사장은 신사업의 성공가능성을 높게 봤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엔지니어링 능력을 기반으로 두며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차그룹과 시너지 효과를 강조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들 신사업의 성공을 이끌며 현대차그룹의 핵심엔지니어링 파트너로서 그룹에서 60조 원의 투자 계획으로 추진하는 스마트모빌리티솔루션사업에 필요한 수소를 공급하는 에너지전담기업이 되려 하고 있다.
▲ 현대엔지니어링의 현대차그룹 매출 비중. <현대엔지니어링> |
◆ "폐플라스틱사업 통해 수소산유국 되겠다"
김 사장은 이날 폐플라스틱 수소화사업을 통해 기존 방법보다 낮은 가격으로 수소를 만들어 현대차그룹에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는 “폐플라스틱을 통해 만들어진 수소 가격은 기존 전기분해를 통해 수소를 생산하는 방법과 비교해 절반 수준”이라며 “이를 통해 수소산유국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말했다.
폐플라스틱 자원화사업은 폐플라스틱을 원료로 열분해 및 가스화 공정을 통해 수소를 생산하는 사업이다. 생산된 수소는 수소전기차, 수소연료전지발전, 수소-LNG혼합연소 등에 사용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까지 폐플라스틱으로 고순도 청정수소를 생산하는 기술 실증테스트를 마치고 2022년 충남 당진에 수소생산 플랜트 건설을 시작해 2024년 상업생산을 시작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수소를 싼 값에 생산하는 것에 더해 저렴한 방법으로 운송할 수 있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김 사장은 “암모니아를 통해 수송하는 방법은 압축하거나 액화해 수송하는 것보다 같은 용기 기준으로 1.7배 많은 수소를 운송할 수 있다”며 “암모니아는 상온에서 쉽게 액체로 만들 수 있고 부피가 작은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 과정에서 운송비용이 크게 오르는 단점이 있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암모니아를 조달받아 현장에서 설비를 이용해 낮은 에너지 투입으로 수소를 뽑아내는 기술을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21년 11월 암모니아 기반 수소생산 기술을 보유한 에이에이알(AAR)과 투자 협약을 맺고 암모니아 분해 및 수소생산 시스템의 실증 및 상용화 추진을 시작했다.
김 사장은 “파일럿 테스트를 마치고 2023년 시공에 들어갈 계획을 세웠다”며 “2024년 말부터 수익 창출을 할 수 있을 것이다”고 바라봤다.
◆ "초소형원자로로 현대차그룹에 에너지 공급"
초소형원자로(MMR)은 초기 EPC(설계·조달·시공) 수주로 시작해 현대차그룹 내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도록 키우겠다는 포부를 내놨다.
김 사장은 “초소형원자로는 기존 석탄 및 디젤로 운영되는 소형발전소를 대체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존 경수로형 원자로와 비교해 안전성이 높고 건설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력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고온의 스팀이 발생해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며 “효율이 높은 만큼 수소를 낮은 가격에 탄소배출 없이 생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4세대 초고온가스로 소형모듈원전’ 전문기업인 미국 USNC와 2012년 3월 고온가스로 기술개발 협력을 시작으로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함께 고온가스로 개념설계 및 기본설계를 수행했다.
올해는 캐나다 토론토 초크리버원자력연구소 부지에 초소형모듈원전 실증플랜트 건설에 착수했다. 이는 2025년 상업운전 시작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번 사업에 EPC 사업자로 참여하며 USNC에 핵연료 공급, 원자로 설계 및 제작을 담당한다.
발전소사업을 통해 현대차그룹 내 입지를 공고히 하겠다고 했다.
김 사장은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발전소 건설 및 운영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안정적 사업으로 높은 이익률을 보일 것이다”고 기대했다.
◆ "이산화탄소 자원화 설비는 배출되는 어디나 설치 가능"
이산화탄소자원화사업을 통해 탄소중립에 큰 기여를 하겠다는 청사진도 그렸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20년 12월 GT사와 협력해 현대제철 인천공장 부지에 '이산화탄소 포집 및 자원화 설비'를 완공했으며 현재 실증 단계를 앞두고 있다.
GT사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 출신 김건태 교수가 2020년 12월 설립한 기업으로 울산 강소특구의 1호 연구기업이기도 하다.
현대제철 인천공장에서 이산화탄소(CO2)를 공급받아 GT사의 10kW(키로와트)급 메탈-이산화탄소 시스템(Metal-CO2 System)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저감하고 수소, 전기, 탄산염을 생산하는 세계 최초의 기술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번 실증 사업을 완료한 뒤 2023년부터는 300kW급 이상의 상용화 플랜트에 투자하고 이를 운영을 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김 사장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저감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이산화탄소 자원화 설비는 규모를 쉽게 확장할 수 있고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어느 곳에나 설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기술을 페플라스틱으로 고순도 청정수소를 만드는데 적용할 것이다”며 “해외 판매망도 구축하고 사업을 대형화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적극적으로 환경(폐기물)기업 인수합병(M&A) 인수 의지도 내비쳤다.
김 사장은 “폐기물사업은 경기에 민감하지 않아 수주산업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며 “여기에 폐플라스틱 수소화사업과 시너지를 창출할 수도 있다”고 봤다.
현대엔지니어링은 KGETS 환경에너지사업부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본 입찰은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인수가격이 5천 억~7천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은 “폐기물 소각 및 매립사업 추진을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며 “기업인수를 통한 사업권 확보도 추진하고 있고 투자 적정성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 현대엔지니어링의 신사업 및 그린에너지산업 로드맵. <현대엔지니어링> |
◆ "건축과 플랜트 '본업'도 충실히"
김 사장은 신사업을 추진하면서도 기존 사업인 건축·주택, 플랜트사업에서도 성과를 이어가겠다고 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22년 본격적으로 열릴 리모델링시장에 집중해 2022년 도시정비 신규수주 3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21년 도시정비 신규수주 2조4177억 원을 달성해 이전 최고기록이었던 2020년 1조4166억 원을 갈아치웠다.
김 사장은 “대통련 선거 이후 도시정비 물량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며 “특히 리모델링사업 물량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여 주택 1등 브랜드와 업계최고 수준인 신용등급을 바탕으로 수주에 나서겠다”고 각오를 내놨다.
해외수주는 기본설계(FEED) 능력을 앞세워 EPC 연계수주를 통해 이익률을 높이겠다는 목표도 내놨다. 이런 방식으로 수주에 성공하면 설계를 하면서 사업 대책을 수립할 수 있고 원가도 절감할 수 있다.
김 사장은 “현대엔지니어링이 경쟁사보다 영업이익률이 낮다는 지적을 받았다”며 “이는 경쟁사들의 국내 건축비중이 높고 현대엔지니어링은 해외 플랜트 비중이 높았기 때문이다”고 봤다.
그는 “코로나19 영향과 물류비용 상승으로 영업이익률이 일시적으로 낮아졌다”며 “발주처와 협의를 통해 몇몇 사업에서 손실을 보전받기로 해 이익을 회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공개와 관련해 투자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언급도 했다.
김 사장은 “국내 주택 및 해외수주를 통해 확보한 탄탄하 수주잔고가 2022년 말부터 매출 증가로 연결될 것이다”며 “상품성이 뛰어난 사업지 위주 사업을 수주하겠다”고 말했다.
◆ "유상증자는 하지 않을 것"
김 사장은 “현대엔지니어링은 이익의 일정수준을 배당으로 지급하는 배당정책을 지키고 있다”며 “이는 다른 상장사 이상의 배당성향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엔지니어링의 배당성향을 살펴보면 2019년과 2020년 36.4%, 30.4%로 건설업 평균보다 높은 것으로 집계된다.
신사업을 위해 유상증자를 추진할 수 있다는 시선에 관해서는 선을 그엇다.
김사장은 "현대엔지니어링의 1조8천억 원에 이르는 순현금을 보유하고 있고 재무체력이 뛰어난 만큼 유상증자는 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지속가능경영 측면에서도 주주친화적 정책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