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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KB노조 류제강 "이사회 감시자 역할 소홀, 글로벌 전문가 필요"

공준호 기자 junokong@businesspost.co.kr 2022-01-24 16:5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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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그룹 노동조합협의회(이하 KB금융 노조)는 최근 KB금융지주 사외이사 후보로 김영수 전 수출입은행 부행장을 추천했다.

2018년부터 '노동이사'를 추천해왔는데 이번이 5번째 시도다. 지금까지 사외이사 추천은 모두 무산됐다.
 
[인터뷰] KB노조 류제강 "이사회 감시자 역할 소홀, 글로벌 전문가 필요"
▲ 1월18일 류제강 KB금융 노조 협의회 의장(정면)이 김영수 전 수출입은행 부행장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한다는 기자회견을 열고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 KB금융 노조 >

하지만 올해 하반기부터 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가 도입되기 때문에 지금까지와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KB금융 안팎에서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노동이사제는 노조를 대표하는 인물이 직접 이사회에 들어가는 것으로 노조추천이사제의 다음 단계로 분류된다.

대주주가 따로 없는 KB금융지주에서는 이사회의 권한이 크다. 계열사 사장은 물론 은행장과 회장 선출도 이사회에서 결론이 난다.

지금까지 KB금융지주 이사회는 지주 회장과 KB국민은행장, 그리고 7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돼 왔다.

현재 재임중인 사외이사 7인의 임기는 모두 2022년 3월까지다. 이 가운데 2017년 3월부터 사외이사를 맡아온 스튜어트 B. 솔로몬 사외이사는 금융회사 사외이사의 임기규정 5년을 모두 채우게 돼 더 이상 중임할 수 없게 된다.

이 밖에 나머지 사외이사를 대상으로는 중임 희망 의사를 묻고 이를 반영해 몇 명의 새 사외이사를 추천할지 결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2022년 3월 KB금융지주 이사회는 최소 1명의 사외이사를 교체하게 된다.

3월 주주총회에서 KB금융 노조가 새로운 역사를 쓸 지 관심이 모이는 가운데 비즈니스포스트는 류제강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장(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 겸 KB금융노조 협의회 의장을 24일 직접 만나봤다.

- 이번이 5번째 사외이사 추천이다. 일각에서는 노조가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것은 경영권 침해라는 지적도 나오는데, 계속 도전하는 이유는.

"언론에서는 노조가 주체가 돼 사외이사를 추천한다고 해서 '노조추천사외이사'라고 부르지만 엄밀히 말하면 상법상 규정된 주주제안 형태로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자를 대변할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것이 아니라 주주의 입장에서 회사의 미래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추천한다.

현재 이사회가 경영자를 견제하고 감시해야 하는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상황에서 또다른 감시자인 노조가 투명한 이사회 구성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 KB금융지주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인가.

"현재 KB금융지주 이사회는 예비후보추천제도를 통해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고 있다.

문제는 예비후보추천제도의 절차가 투명하게 공개돼있지 않고 결국에는 이사회의 주관대로 후보를 낸다는 것이다. 

예비후보추천제도를 거치치 않은 후보에 대해서는 이사회가 '절차를 거치지 않은 후보'로 규정해 반대의견을 낸다. 선택은 주주들이 해야하는데 이사회가 정해놓은 한가지 경로에 의해서만 사외이사를 추천하려고 한다.

우리는 보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추천된 후보들이 주주들의 평가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이사회가 경영자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 지난번엔 ESG전문가를 추천했었는데 이번에는 글로벌 전문가로 꼽히는 김영수 전 수출입은행 부행장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사외이사 후보의 전문 분야가 달라진 배경은 무엇인가.

"당시 ESG경영이 금융권의 전반적 화두가 되는 시점에서 이사회에 전문가를 포함시키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리가 ESG전문가를 이사회에 추천한다고 하자 KB금융지주 쪽에서는 이미 이사회에 ESG전문가가 있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KB금융지주가 펼치고 있는 ESG활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노조 측 사외이사 추천에 반대의견을 냈다.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이고 이번에는 취약한 부문으로 여겨지는 글로벌 분야 전문가를 추천하기로 한 것이다.

특히 KB국민은행이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에 지금까지 투입한 자금만 1조 원에 가깝다. 

그런데 부코핀은행은 지난해(2021년) 1천억 원대 손실을 보는 등 적자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추가적으로 돈이 더 들어갈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이사회에 '사업 지속여부를 전면 재검토를 해야한다'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이 있는지 의문이다.

1조 원에 가까운 손실을 봤던 2008년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 은행(BCC) 투자사례처럼 또 다시 문제가 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주들이 입게 된다.

부코핀은행에 대한 우려가 기우에 그치기를 바라지만 이사회가 견제와 감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 역할을 해줄 글로벌 전문가가 이사회에 있는 것이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

KB금융지주 이사회 측은 이미 글로벌 전문가가 있다고 설명했지만 실무능력을 갖춘 이사진이 부족하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 결국 사외이사 선임은 주주총회에서 표결로 결정되는 만큼 주주들을 설득하는 일이 중요하다.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의결권 자문사에게 정당성을 설명하는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특히 KB금융지주는 외국인 지분율이 70%에 이르는 등 외국인 주주의 영향력이 크다. 외국인 주주는 의결권자문기관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세계 최대의 의결권 자문기관 ISS에 집중해 우리가 추천한 후보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고 설득하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국내 의결권 자문사의 경우에는 이미 회사 사정에 밝고 글로벌 전문가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있는 만큼 설득하는데 큰 문제가 없다고 본다."

- 2020년 1월부터 위원장이 되면서 '코로나19와 함께' 노조를 이끌어왔다. 노조활동에 있어서 코로나19 시대에 달라진 점과 최대 성과로 꼽는 것은.

"먼저 코로나19가 본격화하면서 두가지 측면에서 이중고를 겪었다.

첫 번째는 회사를 상대로한 직접적 투쟁에서 집회 등 의견표출에 제약이 있다보니 어려움이 있었다. 또 '코로나19 시기에 무슨 총파업·투쟁이냐'하는 내외부 시선도 제약으로 다가왔다.

두 번째는 조합원들간 대면이 제약되다 보니 비대면 방식으로 소통을 하는 과정에서 단결이 예전만큼 쉽지 않았다.

가장 큰 성과가 있었다면 2020년 초부터 본격화하기 시작한 알뜰폰 사업 '리브엠'의 핵심평가지표(KPI) 반영 시도를 저지한 일이다.

리브엠 사업이 혁신서비스로 지정받을 때 고유업무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된다는 조건이 있었다.

그런데 만약 핵심평가지표에 리브엠 영업실적이 반영된다면 직원들은 본업인 여수신보다는 핸드폰 판매에 시간을 빼앗기게 될 상황이었다.

이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일부 노조원이 고발을 당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공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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